회사는 학교랑 왜 다를까요.

공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회사는 학교랑 다른가요? 학교를 오래 다니기도 했고(필자는 대학원을 졸업했다) 몇 번 학생일 때가 좋았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학교에서 썩 좋은 추억이 떠오르지는 않네요. 어떻게든 졸업하려고 아둥바둥 논문을 긁어모으던 일들이 떠오르는데, 졸업을 했을 때 "아 이제는 학교 안 나가도 되겠구나" 시원했던 게 기억나네요.

자 그러면, 회사는 학교와는 얼마나 다를까요?

학교는 공부하는 곳입니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저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그럭저럭 했습니다. 지독히도 말을 안 듣는다거나 전교에서 공부 잘하기로 소문이 난 것은 아니고, 뭐 그냥저냥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평범하게 공부라는 행위 자체를 즐겨하지는 않았네요. 그래도, 이렇게 공부해서는 너무 배운 게 없는 것 같으니 대학원에 진학해서 무언가 배워나가 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원에서 어쩌면 더 공부를 안 했습니다. 왜 공부를 안 했냐 하면 지극히 간단한 이야기인데 일단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다지 흥미를 주는 것도 없고 흥미를 찾아주려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네요. 그보다는 더 즐거운 일, 예컨대 데이트 이거나 독서이거나 산책 같은 일 등등이 중요해졌네요. 뭐 당연한 이야기이군요.

그래도 덮어두고 해야 하는 일을 무시하는 성격은 아니라 공부도 하긴 해서 졸업했습니다.

회사는 공부하는 곳은 아닙니다.

일단, 회사는 공부하는 곳은 아닙니다. 오히려 순위를 다투는 일이라고 보는 게 맞겠네요. 대표적으로 업무를 보고 할 때 "Dead line"이라고 해서 기한을 넘기면 결국에는 죽도로 혼나는 일이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죽지는 않아요. 그냥 쟤는 일을 시간에 맞춰서 하지 못하는 친구니깐 고가가 안 좋겠네, 라는 소문이 들릴 뿐 이죠. 이렇게 순위를 다투는 일들에서 점점 늦춰지다 보면 어느샌가 같이 들어온 동기들보다 승진이 늦어집니다. 공기업이라고 해서 그다지 다를 것 없습니다. 그렇지만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특출나게 일을 잘해서 선배들보다 먼저 승진하는 일은 거의 금기시되는 것 같네요. 아무리 일을 잘하더라도 결국에는 "선배"를 제치고 먼저 올라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학교는 공부를 잘하면 아무리 한 학년, 아니 몇 년 선배라고 하더라도 수능 순서대로 공평하게 원하는 대학에 가는데 말이죠. 회사는 꼭 그렇지는 않네요.

학교가 나름 공정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학교의 목적은 결국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일입니다. 물론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거나, 가정 시간에 사과를 잘 깎는 법도 즐겁긴 하지만요. 영어 공부를 예로 들면, 우리는 영어를 직접 사용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학교 공부에서 굉장히 사소한 일입니다. 눈감으면 잊어버리는 단어를 한 개라도 더 외우는 게 중요하죠.

회사는 즉시 하는 곳과 더 가깝습니다.  단어는 알아서 외워야 하고, 어떻게든 외국어로 일을 진행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말을 못 알아들으면 결국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 회사에서는 그래서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서 무언가를 도입해 보려고 합니다. 분명 시간표에는 영어라고 쓰여 있는데 실제 수업은 사회시간인 거죠. 학교교육은 이런 자유로운 환경변화가 전혀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깐 공기업은 높고 고귀한 규정에만 얽매어 있네요. 올해는 신기술을 적용해서 정말 효율적으로 일 처리를 해보자라며 다짐하는 건 학교보다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학교를 돌이켜보면 이상한 걸 암기하다가 인생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드는 학교처럼 회사도 돈을 주는 것 말고는 별반 차이가 없네요. 지하철을 타고 지금 출근하시던 분들도 대부분 학교를 나오고 각자의 고민을 하며 비슷하게 늙어가는 것처럼 학교와 회사도 어쩌면 그리 달라지지 않은 곳 일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