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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봉씨 Dec 06. 2018

나는 못 하는게 없지만 잘 하는 것도 없다.

딱 중간

어렸을 때부터 그림대회에 나가면 상은 반드시 받았다. 부모님은 나를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것 처럼 추켜세워 점점 그림대회가 부담스러워졌고, 초등학교 3학년 땐  못 그리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엄마를 동원하여 예고다니는 언니에게 그림을 부탁해서 상을 탄 적도 있다.
그 때 그 상은 정말 부끄러워서 받을 때도 얼굴을 들지 못했다.  커가면서 알았던 건, 난 그냥 '잘 그리는 무더기 중에 한 명'에 속한다는거다.


그리고 아빤 세상에서 내 얼굴이 제일 예쁜 것 처럼 말해와서 정말 그런줄 알았다. 더군다나 선생님도 합세해 나를 예뻐했으니 콧대가 더 하늘을 찌를 수 밖에! 그러다보니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갔을 때 나보다 인기 있었던 친구를 발견하고 왠지 모를 라이벌 의식에 친하게 다가가고싶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아빠가 대뜸 "아까 너 보다 예쁜 애 봤다?"

라는 말에 죄 지은것도 없는데 비밀을 들킨 것 처럼

"아~은영이? 아빠 걔 봤어? 걔 이뻐."

교문밖으로 쏟아지는 아이들 중에 아빠가 누굴 본 건지도 모르면서, 그냥 내 시대는 끝났다는 상실감에 빠졌다.


이토록 '과한'칭찬은 나를 모험없는 화가에 가두었고, 예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 한다는 선입견을 갖게 만들었다.

나는 확실히 그림을 남들보다 잘 그리는 편이지만 특출나지는 않았고, 못생기지 않지만 결코 돌아볼만큼 예쁘진 않다.(36세를 누가 돌아보겠냐마는) 또, 노래를 잘 한다는 말을 듣지만 가수가 되기엔 한참 부족한 실력이고, 춤도 곧 잘 익히지만, 결코 발군은 아니다. 체육도 2등급이나 딱히 잘 하는 운동은 없다.


못 한다고 말하기엔 못 하지 않고,

잘 한다고 말하기엔 되게 잘 하지 않는 어중간함.

뭘 배워도 감각이 있다는 말을 들을 순 있지만,

끝을 볼 생각이 없는 게으름 또는 두려움.
-생각해보니 게임할 때도 적당히 잘 하게되면 최고가 될 생각보다는 게임을 삭제해버리는 성격이니 어쩌면 최고가 될 자신이 없어서 적당히 칭찬 받을 만큼만 하고 발을 쏙 빼버리는 걸 수도있다. 그게 맞다.

그러다보니 결국 난

쪼들리지는 않지만 넉넉하지도 않은,
못 나지는 않지만 예쁘지도 않은,
재능들이 훌륭하지도 비루하지도 않은,
성공한 작가도, 실패한 작가도 아닌,

딱 중간이다.




-예체능  외엔 한참 평균이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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