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사동 마케터입니다.
주변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다보면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면 돌아갈꺼야? 같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지금 알고 있는 걸 다 알고 간다면 가겠다. 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그런 상상에 착안한 드라마가 <재벌집 막내아들> 입니다. 시청률 잘 나온다길래 별 생각없이 켰다가 생각보다 한국 근현대사를 폭넓게 커버하는 스케일에 놀랐고 꽤나 기업가 마인드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잘 녹아져있어서 두번 놀랐습니다.
재벌가 총수는 이건희 회장을 모델로 합니다. 지금이야 반도체가 삼성과 우리나라를 먹여살리지만 80년대 후반, 반도체는 돈 잡아먹는 귀신이었습니다. 반도체 사업을 하던 국내 기업이 부도로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미국, 일본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으로 가격을 후려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반도체 그만하자, 잠깐 홀드했다가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하자 등등 사업을 반대하는 말만 듣던 시기였습니다. 삼성은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 같은 존재였죠. 재벌집 막내아들로 환생(?)하게 된 송중기가 영특함을 보이자 재벌 총수는 새우가 고래를 이기는 방법에 대해 물어봅니다. 송중기는 부도가 난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하라고 조언합니다.
초등학생 정도된 아이가 정치, 경영에 대해 말도 안되는 통창력을 보이자 재벌 총수는 '너 혹시 미래를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죠. 이때 송중기의 대답이 기가 막힙니다.
'알고 있었어요. 할아버지의 마음을. 새우가 고래에게 싸워 이기는 방법 같은 건 애초에 없어요. 그냥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반도체 사업을 계속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싶으셨던 거잖아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
책을 몇 백권을 읽어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지혜를 가지지 못했다면 반쪽 짜리 지식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마케팅도 경영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유저들이 원하는 게 무엇일까, 듣고 싶어하는 말이 뭘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진심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는 일.
한가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유발 하라리는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과거에 우리를 얽어매고 있던 자유롭지 못했던 생각들을 보고 깨닫고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거죠. 그 당시 모두가 뜯어말렸던 반도체 사업이 지금 국가 경제를 먹여살릴 중추 산업이 될 걸 이건희 회장은 알았습니다. 기업가는 엄청나게 논리적이면서 동시에 낭만적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0.1%의 확률을 현실로 만들려면 낭만이 있어야 하거든요.
저도 자유롭지 못한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지지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