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기 전 입고 있는 옷부터 점검해 봐라. 티셔츠나 속옷을 뒤집어 입으면 대개 숨이 막힌다.
결혼을 못하는 이유가 사랑에 빠질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라고?
거울 앞에 서봐라. 늙고 생기 잃은 당신에게 관심보일 사람이 없어서다.
내 눈에 차는 사람은 내가 차지 않고, 날 근사하게 보는 사람은 근사해 보이지 않는다. 세상 이보다 더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역설이 있을까? 이런 잔인한 딜레마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다 어물쩍 40이 되고, 허걱 반백이 된다.
모든 게 내 탓이고 내 문제인 걸 안다. 알면서도 타협하기 힘들다. 어설프게 만날바엔 '홀로욜로'란 최후의 보루를 방패 삼아 우린 여전히 싱글로 남아 있고, 가끔 주위 유부 친구들이 투척하는 '가식적' 부러움과 질투에 위안받으며 독야청청 살아간다.
분수는 모르고 눈만 높다란 주위의 핀잔이 억울할 때가 많지만, 아직도 혼자니 반박할 수가 없다. 얼굴도 뽀얗고 잘나가던 30대 시절, 왠만한 모임에서 호감가는 이성과 썸을 탈 수 있을 정도로 인기도 있고 자신감도 넘쳤다. 그때 잠시 스쳐간 대부분의 처자들이 현재 내 눈높이론 다들 이상형에 가깝던 분들이다. 단지 난 결혼엔 관심이 없었고 더 괜찮은 분이 나타날 거 같단 헛된 욕심을 가졌던 거 같다-마치 인디언 옥수수밭 이야기처럼... 여성분들은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좋은 타이밍었지만 내 타이밍의 문제로 스스로 기회를 차버린 거다.
인디언 옥수수밭 이야기-그 많던 탐스런 옥수수는 다 지나치고 이젠 옥수수 열매 자체가 안보인다ㅜㅜ
최근 싱글들이 결혼을 원치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싱글남은 경제적 이유를, 싱글녀는 자기계발과 여가활동이 더 중요해서란 답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맘만 먹으면 매력적인 이성과의 자유연애가 가능하니 혼인서약이 부담스러울 거다. 특히 능력있는 여성분들일수록 결혼은 왠지 손해보는 장사란 인식이 팽배해있는 거 같다. 자기자신에게 투자해야 할 시간과 돈을 결혼과 육아에 뺏길까 두렵나보다. 둘이 주는 안정감과 셋 이상이 됐을때의 충만함 따위는 피부로 와닿지 않을테니, 그저 안좋고 손해보는 면만 크게 보이는 건 아닐까 염려도 되는게 사실이다. 한마디로 간절하지 않은거다. 그때 나도 그랬고 지금 그들도 그렇다.
결혼을 회피하는 여성분들이 늘어나는 트렌드는 나같은 막장 싱글남에겐 재앙같은 뉴스다. 그래도 나처럼 놀거 다 놀아봤고, 나홀로 자기계발과 여가활동에 신물이 난 여성분들도 분명 어딘가 있을테니 그런 타이밍 맞는 분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내 맘에 드는 분들 중 도시생활에 적당히 번아웃된, 적당히 놀아봤고, 적당히 철든, 아직 이곳 제주생활의 현실은 모르고 환상만을 적당히 가진 분으로 타겟을 좁혀야 한다. 물론 그 분도 나한테 호감이 있어야 한다는 정말 어려운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역시나 기댈 건 이번에도 타이밍!
하나보단 둘이고픈 간절함이 간절해 손절하는 기분으로 엉겁결에 날 받아주는 그녀의 미묘한 타이밍을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식장이어야 한다.
곧 2020년이다. 공상과학영화의 배경 연도같은 숫자다. 마침 사주상 초딩때 빼고 이번 10년 대운에 결혼운(=정재)이 처음으로 들었는데 경자년인 내년엔 연운에 결혼운이 또 들었다. 일생일대 완벽한 타이밍이다. 싱글 탈출이란 오랜 공상이 현실로 구현될지 홀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