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문학
시간은 참 희한하다.
흐르는 듯 하지만 흐르지 않고 공간처럼 놓여있다고들 하니까.
단지 우리 육신이 자연의 섭리대로 늙어가는 바람에 시간이 흐른다는 착각에 빠질 뿐이다.
시곗바늘이 움직이고 달력이 넘어가며 계절이 바뀌기 때문에 속고 있을 뿐이다.
우주 미물들의 언어라는 것이 가진 시제라는 한계 탓에 피싱당할 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제라는 것이 시간의 중첩을 증명한다.
과거 어느 한 점에 놓인 나를 떠올리는 지금에 와서야 그날을 말할 수 있게 되지 않던가.
억 겹의 과거가 무수히 겹쳐지고 나서야 지금을 말할 수 있지 않던가.
지금의 나 역시 억 겹의 과거가 쌓인 그 한 점에 수렴하리란 걸 알고 나서야 미래를 말할 수 있지 않던가.
아비도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로 무한히 수렴될 뿐이지 않았던가.
시제가 있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구분 지을 수밖에 없던 우리가 시제라는 한계를 가진 언어로 쓰인 문학을 통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시임을 자각하지 않던가.
그리고 마침내 나라는 존재가 우주 속 암흑물질은 아니었구나 하는 우주적 깨달음을 얻는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던가.
이 모든 것이,
정말이지 아름답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