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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종규 Sep 28. 2016

수업을 하다

내가 생각한 방법으로 내가 해 보고 싶은 대로 수업하기

나의 수업 방법이 다시 학생 자기주도학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나의 원래의 자기주도학습과는 다른 것이라면 아이들의 활동을 적극 통제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한 것이다. '발표하는 아이들' 만의 활동이 아니라 '수업에 임하는 모든 아이들'에게서 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활동을 개별화, 혹은 모둠화 시키기로 하였다.


먼저 개별적으로 생각하도록 하고, 다음으로 개별적인 생각을 모아서 모둠별 생각을 만드는 과정으로 꾸몄다. 모둠별 생각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아이와의 생각 및 의견 교환이 일어났으면 했다. 또 한 모둠만 발표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모든 모둠이 모둠별 생각을 발표하도록 바꾸었다. 내용이 단순 반복될 수도 있겠지만 반복 학습도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한 시간에 모든 모둠이 다 발표를 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아이들의 활동으로 교실이 채워졌으면 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내가 한 발 물러서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나는 아이들의 활동을 도우는 조력자로서 그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지 살피고, 활동할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자 했다. 아이들의 활동으로 나오는 결과물을 살피고 그것들이 아이들의 새로운 활동의 밑씨가 되도록 유도하기도 하였다.


발표를 많이 해본 아이가 발표를 잘할 것이며, 토론을 해 본 아이가 토론을 할 줄 알 것이다. 여태 아이들은 경험하지 못하였기에 서툴고 모자란 것이었지 그들이 경험한 세계에서는 능숙하기도 하고 잘 알았다. 나는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여러 가지를 나와 함께 하면서 경험해 보았으면 했다. 오로지 그것들만이 나의 수업 방법으로 삼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 유행한다는 수업 방법이 나에게는 필요 없었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차용을 할 따름이고 또한 얼마든지 변용을 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경험을 주고자 하는 나의 방법 속에서 아이들은 그 경험을 마음껏 얻어갔으면 했다.


다른 선생님의 사례를 들어 한 시간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겠다. 인천 서운고등학교의 박현정 선생님의 수업이다. 고1 학생을 대상으로 하였고, 지구본을 관찰하는 수업이다.


다음의 자료 1은 학습지의 앞면이고 자료 2는 학습지의 뒷 면이다.

 

자료 1
자료 2

아이들에게 모둠별로 지구본 하나와 개별 학습지를 제공했다. 앞 면은 지구본을 보면서 자유로이 적게 한 것이고, 귓 면은 개인 생각을 적게 한 것이다. 처음 이 수업에 대한 생각을 나눌 때 나는 박현정 선생님께 사소한 것을 묻는 것은 하지 말자고 하였다. 하지만 박현정 선생님을 처음 해 보는 수업 형태이기 때문에 못 미더웠느지 뒷 면에도 문제 몇 개를 넣었다.


자료 2의 활동한 예를 보고 이렇게 수업하는 데 있어서의 학습 효과를 한번 생각해보자. 아이들은 개인 생각(Individual idea)을 적기 위해 충분히 생각한다. 모둠 생각(Group idea)을 위해서도 충분히 생각할 뿐 아니라, 친구들의 생각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과 친구들의 생각 중 어떤 것이 좀 더 구체적이고, 올바른 생각인지를 따져보게 된다. 이런 개인 생각이 모여서 모둠 생각이 만들어진다. 이와 같이 활동한 모둠별 생각의 발표를 적어도 다섯 번은 듣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런 모둠별 지식을 모아서 학급 전체의 지식으로 묶으면서 다시 한번 지구본 관찰에서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하게 된다.


교사가 진행하든지 아이들이 진행하든지 상관이 없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한 가지 내용을 일곱 번, 여덟 번을 반복하는 수업을 해본 적이 있었는가? 한 가지 내용을 세 번만 강조해서 이야기해도 지겨운 법이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으로 반복을 한다면 지겨울 일이 엇다. 모둠별 발표는 다른 모둠과 거의 같은 내용이지만 아이들은 다 다른 듯 인식한다. 또한 아이들은 자기들의 발표와 어떤 것이 같은지, 어떤 것이 다른지를 생각하면서 듣기 때문에 절대 지겨워하지 않는다. 수업 중에 이렇게 중요한 내용이 반복되기 때문에 내용이 절로 머릿속에 들어와 버린다.


그리고 위의 내용들을 잘 살펴보면 알 것이다. 한 시간 동안 수업한 내용으로 어디 빠진 부분이 있는가? 교사는 "지구본을 관찰하면 어떤 것이 보일 것입니다. 그 부분을 보세요." 이런 지시를 내린 적이 한 번도 없다. 그저 "관찰하고 관찰한 내용을 쓰세요."라고만 했을 뿐이다. 교사의 강의가 전혀 없었는데도 아이들은 이렇게 훌륭한 내용을 끄집어내었다. 그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선지식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기만 하면 될 뿐이다. 시험을 칠 때 아이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끄집어내어서 답을 맞힌다. 수업시간에 이런 훈련을 통하여 지식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훈련이 많이 되기 때문에 첫째는 반복에 의하여 뇌에 지식이 자연스레 암기된다는 것, 둘째는 암기된 지식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수업의 효과 중 하나이다.


다음은 내가 한 수업을 예를 들어 보겠다. 수업 주제는 '지층'이다. 나는 '지층은 무엇이며, 지층으로부터 무엇을 알 수 있을까?'라는 발문으로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먼저 개인 생각을 한다. 생각한 것을 남길 수 있도록 A4를 네 장으로 찢어서는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은 그 종이에 자신의 생각을 서술형으로 적는다. 충분히 시간이 되면 모둠별로 생각 나누기를 한다. 모둠원들에게 각자의 종이쪽지를 내어 보이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서로 이야기한다. 그런 후 모둠 발표 자료를 만든다. 모둠 발표 자료는 개인 생각 쪽지에서 발표 자료를 추려 고르면 된다. 모둠 발표 자료가 완성되면 돌아가면서 모둠별 발표를 한다.

모둠 발표를 하는 모습

위 사진은 내가 수업을 바꾼 그 당시의 첫 발표 장면이다. 아이들은 모두 수업용 소칠판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내가 발표 장면을 보면서 놀란 것은 그것 외에 또 있다. 소칠판에 적힌 내용이 내가 수업을 했더라면 강조했음직한 것들이 모두 적혀 있더라는 것이다. 다른 모둠의 내용도 대동소이하지만 그런데도 아이들은 지겨워하지 않고 놀랍게 집중을 하였다. 

매 수업이 이런 식이었다. 개인 생각 나타내기를 통하여 아이들은 교과서를 보지도 않고 자신의 선지식을 일깨웠다. 모둠 발표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 친구들과 열띤 토론을 하였고, 그렇게 선정된 모둠 발표 자료를 친구들 앞에서 당당한 목소리로 발표를 하였다. 발표가 끝나면 모르는 것으로 서로 묻고 답하기를 통하여 풀어나갔고, 이런 과정을 모둠의 수만큼 반복하는 사이에 지식은 자연스레 아이들의 머리에 새겨졌다.


수업의 순서는 개인 생각 나타내기, 모둠 생각 모으기, 모둠 생각 발표하기로 진행을 하였다. 모둠 생각 발표가 다 되면 대개는 수업이 마쳐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아이들의 개별 활동이나 모둠 활동이 길어질 수 있는 경우에는 개인 생각 나타내기를 없앤다든지, 아예 관찰하기만 한 시간 내내 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필요에 의해 시간을 줄였다 늘였다 하기도 하였다. 다음 사진의 예는 개인 생각을 없앤 경우다.

수업이 마쳤는데도 아이들은 결과물을 살펴보고 있다

'지층을 설계해 보자.'라는 수업이었다. 모둠별로 발표할 지층의 설계를 개인별로 생각한 다음 모둠으로 해서 하나를 정하는 과정이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 아예 개인 생각 시간을 없애버렸다. 그랬는데도 발표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침 종이 쳤다. 쉬는 시간에도 발표를 이어서 하고 발표를 모두 마쳤는데 아이들이 교실을 나서면서 그들이 한 결과물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모습을 보고 내가 사진을 찍어둔 것이다. 아이들은 수업이 마쳤는데도 수업의 내용을 되돌아보려 하고 있었고 이런 모습은 내가 새로운 방법의 수업을 하기 이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


과제를 해결할 것이 많을 경우 한 시간 수업을 늘여서 두 시간, 세 시간으로 계획을 하기도 하였다. '입체 지형도를 보고 판의 경계를 유형으로 나누어라.'라는 수업이었다. 한 시간은 입체 지형도 관찰 만을 하였고, 두 번째 시간은 입체 지형도의 특징이 있는 부분을 찾아서 유형으로 나누는 것을 하였다. 세 번째 시간에는 입체 지형도 외에 몇 가지의 보조 지도를 함께 나누어주고 여러 정보로부터 판의 경계를 나누고 특징을 이야기하라는 수업이었다.

여러 자료를 이용하여 발표 꺼리를 정리하는 모습
판의 경계에 대한 발표

판구조론에 대한 이 수업은 대학생도 어려워하는 과제다. 이것을 중학교 2학년생들이 아무런 자료도 없이 단지 나누어 준 몇 개의 자료만 활용하여 어엿하게 발표를 해 내었다. 발표하는 것을 보고 내가 놀란 점은 그들의 발표 내용이 대학생 수준으로 생각되었다는 점이다. 아무 참고 자료도 없이 오로지 그들만의 생각만으로 만들어낸 결과니 더욱 놀랄만한 것이다.


내가 한 것은 오로지 아이들의 시간을 적절히 통제한 것과 아이들이 생각 나누기를 하는 동안 돌아다니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교과서를 보면서 뭔가를 베끼려고 할 때마다 교과서를 덮으면서 "네 생각을 적어보는 것이 어때." 하면서 아이들이 활동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운 것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수업에서의 나의 비중을 5% 이하로 낮추었다. 내가 수업의 주도권을 내려놓은 것은 동시에 학생들의 주도권이 늘어났다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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