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바꾸고 일어난 결과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009년 2학기에 수업 방법을 바꾸었다. 2학년 과학 수업을 나와 다른 선생님 이렇게 둘이 나누어서 맡았고 나는 반마다 두 시간씩 수업을 했다. 1학기 때 아이들은 중간고사, 기말고사의 과학 평균 점수가 67점 정도 되었다. 수업을 바꾸고 나서 치른 시험에서 은근히 아이들의 점수가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했다. 아이들의 평균이 75점이나 나왔다. 이 점수는 내가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점수였다. 나는 아이들의 결과를 점검해보고자 내가 수업하고 출제한 부분만 따로 점수를 매겨 보았다. 그랬더니 아이들의 평균은 더 높게 나왔다. 무려 80점을 넘겼다.
나는 이 수업 방법에 상당히 고무되었다. 기말고사에서도 이런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하였다. 기말고사를 치르고 난 다음 점수는 더욱 놀랄만하게 되었다. 과학 평균이 85점이 나왔는데, 나와 같이 한 부분만은 90점이 넘어서였다. 아이들이 잘 해서 나온 이 점수가 큰 오해를 사게 되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나를 따로 불렀다. 과학 점수가 이렇게 잘 나올 리가 없는데 시험에 나올 것을 모두 다 가르쳐주고 치른 것이 아니냐면서 나를 닦달하였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하였지만 두 분은 나를 끝내 믿지 않고서 재시험을 치르라고 하였다. 전 교직원 앞에서 재시험을 치르게 된 경위를 이야기하고 사과도 하였다.
재시험은 나의 영역만으로 25분간 치러졌다. 출제를 해서는 과학과 동료 선생님의 점검을 받았다. 새로 출제를 하다 보니 시험은 좀 더 어려워졌다. 그랬는데도 시험의 결과는 또 평균 90을 넘겼고 더 나은 점수가 나왔다. 나느 교장 선생님께 찾아가서 조용히 한 마디를 남겼다.
"교장 선생님,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학습을 하여 얻은 결과입니다. 그런 아이들의 노력을 다시는 의심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2009년 2학기 학장중학교에서의 학력에 대한 성공에 힘입어 나는 명예퇴직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 어떻게 하여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오는지 다시 한번 검증을 해 보고 싶었다. 학교의 학급수가 줄어듦에 따라 과학과 교사 한 명이 다른 학교로 가야 하게 되었다. 나는 자원을 하여 다른 학교로 옮겼다. 신덕중학교로 옮겼다. 신덕중학교는 학장중학교보다 좀 더 시내에 가깝고 학부모의 관심도 높으면서 학력 수준도 높으리라 예상되는 학교였다.
바꾼 수업 방법을 새 학교에 적용하니 아이들의 반발도 있었다. 앞 학교보다 기본 학력이 높은 학교이다 보니 그런가 보다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볼멘 목소리도 있었고 학부모의 간섭도 있었다. 처음부터 불만이 아이들은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그 불만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쑥 들어가 버리고, 그 사이에 오히려 새로운 수업 방식에 매료된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10년 1학기 말, 나는 아이들에게 나의 수업에 대한 몇 가지 설문을 돌렸다. 설문의 내용은 아래와 같고 설문은 5단계로 평가하였다.(매우 그렇지 않음: 1점, 그렇지 않음: 2점, 보통: 3저, 그러함: 4점, 매우 그러함: 5점) 설문의 결과를 보자. 한 반에 32~34명으로 다섯 반 아이들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이다. 각 문항별로 긴 그래프는 최고반이고, 짧은 그래프는 최하반, 중간 그래프는 전체 평균이다.
<설문 문항>
① 과학 수업 시간이 즐거웠는가?
② 나의 발표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는가?
③ 나의 관찰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는가?
④ 나의 질문 능력에 도움이 되었는가?
⑤ 나의 토론 능력에 도움이 되었는가?
⑥ 나의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었는가?
⑦ 나의 창의력 신장에 도움이 되었는가?
⑧ 나의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되었는가?
⑨ 2학기 과학 수업을 1학기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을 하였으면 좋겠는가?
물론 아이들이 한 평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대로 믿어 보자. 이 정도면 과연 교육혁명이지 않은가? 즐거우면서 창의력도 신장되고, 인성교육도 되면서 성적도 향상되었다는 것이 나의 쉅에 대한 평가다. 아이들은 이런 글을 남겼다. 몇 개만 추리면…….
- 과학 완전 재미있어요 ♡
- 과학 시간이 즐겁다~~~
- 재미있었어요. 지금은 별로라고 여기는 아이들도 나중에는 이 수업이 좋다는 걸 깨달을 날이 오겠죠.
- 다른 수업보다 편하다. 자유로이 생각을 말할 수 있어 좋다.
- 지금까지의 수업 중에 가장 수업다운 수업인 것 같습니다. 놀고, 먹은 기억밖에 없는데 성적이 오르다니 …….
- 즐겁고 토론하며 많은 것을 배운 과학 시간이었습니다.
- 토론 방식의 수업으로 발표력이 향상되어서 좋다.
- 너무 재밌었고 성적이 10점 넘게 올랐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이런 수업 방식을 2학기에도 그대로 원한다는 항목에서 평균이 4.42가 나왔다는 점이 기분이 좋았다. 이제 아이들은 더 이상 나에게 수업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학력 향상이 되었다고 느꼈고, 나의 이런 수업 방식을 좋아하게 되었다. 2학기 들어서 교사 중심의 주입식 수업을 몇 시간 했더니, "선생님! 토론 발표식 수업은 안 해요?"라면서 먼저 그 수업을 요구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이후로 매년 아이들과 이 평가를 해 보았다. 해마다 평점이 오르고 있었다.
신덕중학교에서도 아이들의 학력 추이를 살펴보았다. 나의 과학 수업에서 가장 큰 변화는 학력 향상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이 특별히 이야기하지 않는 한 교과서도 공책도 없다. 그렇다고 교사 주도의 주입식 교육도 없다. 오로지 스스로의 생각과 또래끼리의 토론만으로 학습을 한다.
위의 표는 2010년 신덕중학교 2학년의 과학 점수 평균을 나타낸 것이다. 내가 맡은 반은 7반에서 11반까지이다. 1반에서 3반까지 한 선생님이, 그리고 4반에서 6반을 다른 선생님이 가르치신다. 두 분 모두 나보다 교육 경력이 5년 이상 앞서며 명망이 높은 선생님이다. 1반에서 6반까지는 남학생반, 내가 맡은 7반에서 11반까지는 여학생반이다.
성적의 추이를 보자. 처음 1학기 중간고사에서는 1반에서 3반 아이들의 점수가 높았다. 남학생반으로 구성된 것과 첫 단원이 물리 단원인 것이 그렇게 만든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담당 선생님의 주전공이 물리였고, 1학기 중간고사는 물리 영역 단원 전체와 화학 영역 단원 일부가 출제되었다. 4반에서 6반을 담당한 선생님의 주전공은 생물, 나는 지구과학이다.
처음 출발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수업을 하는 1반에서 6반에 비해 10반을 제외하고는 더 나은 반이 없었다. 11반이 중간 정도이고 8, 9반은 가장 점수가 낮게 나온 반이다. 10반이 좀 나은 성적을 보인 것은 담임이 나였기 때문이라는 점도 이유에 포함된다. 그렇지만 앞 반에 비해서는 낮다. 그랬던 것이 1학기 기말고사에서 역전의 기미가 보이고, 2학기 중간고사에서는 앞 반을 완전히 눌러버렸다. 평균 점수의 차이는 최고반과 최저반이 11점을 넘게 된다. 학력의 향상 정도에서도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에서 앞반은 모두 떨어졌으나 내가 맡은 반은 모두 향상되었다.
2009년의 아이들의 성적 결과를 생각하면서 2010학년도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래서 나는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최대한 제한하고자 하였다. 시험 출제 이후에 시험에 대한 정보를 일정 아이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시험 전 아이들에게 시험 범위를 정리하는 수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역차별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른 선생님들은 시험 전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아이들에게 정리해주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시험 전에 그렇게 하면 결괏값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았고, 나는 좀 더 객관적인 결과를 얻고 싶어 했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에 대해서는 아이들도 매우 놀라워했다. 처음 수업 진도 문제, 성적 문제로 불만을 표출하였던 아이도 첫 시험으로 그런 이야기는 더 없어진다. 2학기 중간고사의 결과를 보여주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묻고 바로 내가 답해 보았다.
"내가 수업했습니까? 바로 여러분들이 하지 않았나요. 이 수업의 장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아마 내가 여러분들에게 뭔가를 알려주려고 애를 썼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수업에서 여러분들은 스스로 학습하였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학습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의 성적에서 정말 놀랄만한 결과는 서술형 평가에 있었다. 서술형 평가는 1학기 중간고사와 2학기 중간고사 때에만 실시했고 점수를 지필 평가와 따로 산출하였다.
1학기와 2학기에서 뚜렷한 차이점을 곧장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학기 서술형 점수는 도표에서 보인 것보다 더 차이가 많이 났었다.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고 1반부터 6반까지는 기준을 조금 더 완화해서 다시 채점을 하였다. 뒷 반은 재채점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결과다. 앞 반과 뒷 반의 차이가 무려 20점 이상이 난다. 이와 같은 결과는 수업 중에 서로 의견을 나누고 그것을 소칠판에 쓰고, 쓴 것을 발표하고 하면서 서술하는 것에 익숙해진 때문이라 생각한다. 서술형을 잘한다는 것으로 아이들이 자기의 지식을 나타내는 방법을 제대로 익힌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조벽 교사가 말한 '퍼지 사고력'이 길러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