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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종규 Sep 29. 2016

성적만 오르는 게 아니다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은 여러 가지 아이들의 특성을 좋게 변화시킨다

앞에서는 아이들의 성적의 변화에 대하여 많이 이야기하였다. 성적의 변화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밖의 모든 영역이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성적이어서 필요 이상으로 많이 이야기하게 되었다.


매시간 아이들의 머리로부터 그들의 생각을 끄집어내어서 발표를 시키고, 서로 간에 질문과 답변 등, 토론을 시킨 것은 아이들의 창의력을 신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창의력 신장에 대한 검증 평가 같은 것을 하지 않아서 뭐라 근거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아이들은 차츰차츰 다양한 형태와 독창적인 방법으로 발표, 질문을 하고 있었을 인지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이 생각하게 하고, 좀 더 많은 시간을 그들끼리 이야기하고 질문하고 답변하게 한 결과라 생각된다. 내가 처음 의도하였던 아이들에게 부족한 점을 갖추어주고자 한 것을 충분히 한 수업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다소 함양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모둠별로 발표하다 보면 잘못된 인식을 발표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지만, 잘못된 인식에 대하여 나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즉시 그 인식을 바꾸어 주지 않고 일단 "참 재미있는 생각이네."라는 정도의 표현만 하고 넘어갔다. 아이들이 잘못 인식한 것은 다른 모둠의 발표가 이어지다 보면 거의 대부분 잘못된 것을 자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잘못된 생각들이 나오더라도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것 또한 아이들의 창의력 신장에 도우믈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교사 주도의 수업을 하였을 때 혹 잘못된 개념을 심어주게 되면, 이것을 나중에 바꾸기는 정말 어렵게 되어 버린다. 스스로 생각하고 발표하게 하는 수업에서는 언제든 잘못된 것을 인식하고 바꿀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모둠 발표를 할 때 잘못된 개념의 발표가 나오더라도 교사는 즉시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의 아이들의 평가표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자면 아이들은 한 학기만 지났는데도 수업이 즐거웠고, 여러 가지 항목에서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점수가 다른 항목에 비해 낮게 나온 '성적'과 '인성' 부분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래서 의구심을 가지고 매긴 점수여서 다른 것에 비해 낮게 나온 것 같다.


아이들은 수업을 즐겁게 느끼면서 과학 수업과 나를 기다리게 된다. 복도를 지나치면서 다른 선생님에 비해서 유독 나에게 인사를 잘하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과학 성적이 올랐다면서 나에게 자랑을 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교사가 인정해주고, 그들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하게 하여 수업의 중심에 서게 한 것이 과학 시간을 즐겁게 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즐거운 수업은 관심을 만들고, 관심은 더욱 수업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서로 간의 생각들을 모으고, 다른 모둠의 생각과 비교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지식이 구조화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즐거운 수업은 과목에 대한 흥미를 일으켰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학년 초에 이 수업을 하기 전에 아이들과 수업의 규칙을 정하였다. 아이들이 원하는 규칙도 많이 있지만, 규칙을 정할 때 나도 참여를 하여 내가 원하는 규칙을 하나 넣었다. 그것은 '수업에 방해를 주거나 지장을 주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라는 규칙이다. 아이들에게 매우 많은 자유로움이 주어지기 때문에 자칫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여러분, 수업 규칙이 뭐죠?"라는 이야기만 하여도 분위기가 잡힌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억압적이고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 줄 일도 없다. 매사에 긍정적인 이야기들로만 진행되고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발표에도 규칙을 정했다. 발표는 모둠원이 함께 하며, 가장 많은 아이들이 발표자의 발표에 경청할 수 있는 위치에서 하였다. 처음에는 모둠원 중에서 학력이 뛰어난 아이가 주로 하였으나, 조금만 지나면 다른 아이들의 발표도  볼 수 있다. 발표를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임을 알게 된다. 심지어는 특수반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도 발표를 즐겼다. 아이들은 발표를 잘하는 아이의 발표나 그렇지 않은 아이의 발표나 모두 경청을 한다. 아이들의 발표력과 경청 능력이 분명 함양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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