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활동만으로 이루어진 수업이라도 그 효과는 놀랍다
수업을 시작할 때 나는 아이들의 선지식이 어떠한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의 선지식은 마구 엉켜 있었다. 이것을 풀면 메타인지가 일어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다. 선지식을 나타내는 것조차 교과서를 보고 적은 습관적인 아이들의 행동을 막고자 교과서나 어떤 것도 보지 말고 적으라고 한 것이 그 이후 아예 교과서 없는 수업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교과서가 과연 필요한 것일까?'라는 명제에까지 도달하여 버렸다.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아주 많은 지식이 이미 존재해 있다. 설사 아이들에게 지식이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사의 주입식 교육에는 결국 한계가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 혹은 방법을 갖지 못한다면 어떤 형태의 수업방법도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효용성 있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매시간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그들을 도우고 유도했다. 아이들은 나와의 수업에서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이야기하였다. 더 자주 기록하고 더 깊이 비판하였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동안 교사는 단지 관조자로서 아이들이 할 활동의 순서를 정하고, 적절한 시간 통제만 하였다. 아이들이 하는 활동 속에서 그들에게 지식이 쌓인다고 믿었고 그들의 활동 시간이 많아야만 된다는 생각에서 교사 활동은 최소화하였다.
교사 활동을 최소화하였다고 하여서 수업이 일찍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들은 활동을 즐겼고 발표 시간이 짧음을 아쉬워하였다. 종이 쳐도 수업이 이어졌으며 쉬는 시간에도 수업에 젖어 있을 때가 있었다. 수업에 교사가 끼어들 틈이 없이 빡빡하게 되었을 때도 많았다.
아이들에게 많은 활동을 시켰다. 자세히 관찰하기, 스스로 실험 계획하고 실험하기, 생각하여 기록하기, 발표하기, 비판해보기 등등…….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이 부족한가를 생각해보고, 그 부족한 것을 어떻게든 활동을 시키고자 해 보았다. 우리는 이런 활동을 시키지도 않았으면서 아이들에게 이런 요소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해오지 않았는가 생각해보자! 내가 아이들에게 부족하다고 여겨왔던 것을 한껏 시켜보았고 아이들은 거기에 잘 따라주었다. 그렇게 양껏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부족했던 것이 채워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목표가 성적은 아니었으나 아이들의 학력신장도 두드러졌다. 아이들과 함께 한 여러 활동들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학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학력신장이 더욱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수업을 즐겼으며 과학 시간을 기다리기까지 하였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이전의 아이들은 과학을 어려운 과목으로 생각하고 즐기지 않았다.
학력신장 이외에도 창의력이 키워졌으며 좋은 인성이 함양되었다고 본다. 이는 다만 수업시간에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이고 그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창의성 있는 질문이나 답변이 매 수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배려하는 예쁜 마음들을 매 순간 나에게 내비쳐주었다.
여러 선생님들은 내가 교과서도 없이 아이들의 활동만으로 수업하고 있다고 하면 먼저 우려를 하였다. "아이들의 성적에 문제가 없을까요?", "진도는 뺄 수 있을까요?" 누구나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수업을 해보고 싶지만 그런 것이 우려되어서 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 선생님들께 반문을 했다. "먼저 실행을 해보지는 않으셨는지요?" 나는 먼저 실행했다. 그리고 결과를 보았다. 결과를 보기 전에는 두려움도 느꼈다. 하지만 기우였다. 진도도 나갔으며 성적도 향상되었다. 원래 목표를 하였던 그 맣은 활동도 가능하였다.
몇 선생님에게 도움을 구하여 수업의 사례를 모았다. 선생님들은 기존의 관습에 젖은 수업으로부터 변화를 주었더니 아이들도 변하였고, 선생님 자신도 즐거워졌다고 하였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아이들과의 활동으로 할 수 있는 수업을 많이 하고자 한다고 하였다. 고등학교에 계신 선생님도 있고, 영재학교에 계신 선생님도 있다. 학교급과 아이들의 수준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된 방법과 틀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나의 사례는 거의 중학교에서의 것이고 나의 사고 속에서만 계획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많은 선생님들과 생각을 공유하게끔 교류룰 하여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의 수업방법에 대해서 요청으로 여러 군데서 강의를 하였다. 언제나 선생님들의 관심도가 아주 높았다. 원하면 나의 수업 동영상을 보내 주기도 했다. 나는 그런 선생님들께 필요한 많은 지원을 해보고자 한다. 그러면서 쉬운 것부터 시작하라고 요구한다. 바로 전면적으로 시행하고자 한다면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투자도 많이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몇 시간씩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해보면서 자신감을 먼저 가지고, 그런 자신감이 커지면 그때 여러 부분을 시행해 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이, 올해보다 내년이 조금이라도 더 학생들의 활동이 많은 수업이 되도록 바꾸어나가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