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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사람 Jul 30. 2020

결혼과 꿈 사이에서

내가 가장 나답게 살면서 행복할 수 있는 길

일본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며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마스다 미리는 304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일본의 공감만화가이다. 그녀의 대표작 ‘수짱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인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30대 싱글녀 수짱의 결혼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내어 일본과 한국의 많은 싱글녀들에게 뜨거운 공감과 위로를 준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주로 30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일과 연애, 그리고 결혼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 수짱은 결혼하지 않은 30대 중반의 비혼 여성이다. 그녀에게 일은 있지만 남자친구는 없다. 아무 일없이 일상생활을 잘 해나가고 일도 잘하고 있지만 가끔식 불안이 찾아온다. 정말 혼자여도 괜찮은 걸까, 아이라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수짱은 열심히 계산기를 두들겨보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결국 돈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돈을 위해서 현재 다니고 있는 요가학원을 그만 다녀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현재의 소소한 행복을 버리면서까지 돈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 그런 고민들을 하며 수짱은 현재의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시작한다. 현재의 내가 불행한데 미래의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음을 깨닫고 말이다.     


그녀의 친구 사와코는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13년간 연애를 하지 않고 혼자 지냈더니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연애를 하고 싶다. 오랜만에 소개팅에 나간 사와코는 남자가 마음에 들어 좋은 만남을 이어가지만 어느 날 남자에게서 임신가능진단서를 받아달라는 말을 듣는다. 사와코도 지지 않고 남자에게 진단서를 받아올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는 남자와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집에는 늙으신 할머니와 어머니가 있다. 그 둘의 모습이 미래의 자신의 모습일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식이 없는 자신은 더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결혼만이 자신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수짱의 또 다른 친구인 마이코는 출산을 앞두고 있다. 결혼을 선택하고 임신을 하여 아이가 태어날 날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완전히 달라질 자신의 삶이 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출산을 하고나면 예전의 나로는 이제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수짱과 그녀의 두 친구들처럼, 인생을 살다보면 우리는 수많은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살면서 선택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시기란 없다. 학업과 진로에 관한 선택, 결혼과 출산에 관한 선택, 안정적인 삶과 역동적인 삶에 대한 선택. 하다못해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부터 시작해 여름휴가로 어디를 갈지를 정하는 것도 선택이다. 곧 서른을 맞는 20대 후반이 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해야 할지, 결혼을 해야 할지, 더 늦기 전에 가슴속에만 품고 있던 꿈에 도전을 해봐야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 고민에 대한 답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내놓게 된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내가 가장 나답게 살면서 후회하지 않고 살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된다.     


대학교 동창이었던 나와 내 친구들도 이렇게 각자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하였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처음 만난 나의 죽마고우인 하은이와는 대학교까지 함께 다녔다. 양갈래 머리를 하고 분홍색 책가방을 맺던 하은이가 어린 나의 눈에도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그때부터 나는 하은이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검은 긴 생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하은이는 학생 때부터 이국적인 외모로 유명했다. 관심분야도 넓어서 함께 있으면 얘기할거리가 많고 배울 점도 많은 유쾌한 친구였다. 영어도 잘했고 영화와 음악을 좋아했다. 옷 입는 스타일도 세련되고 패션에도 관심이 많았다. 

꿈이 있었던 것 같은데 IMF를 겪으면서 집안 사정이 안 좋아져서 대학교 때부터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몇 달간의 구직활동을 하다 바로 취업을 해서 SK텔레콤의 로밍센터에서 일을 했다. 초봉치고는 꽤 높은 연봉을 받았다. 공항의 작은 부스 안에서 두 명씩 팀을 이루어 일을 했다. 직원은 팀장 한명을 포함해서 여직원 네 명이 전부였다. 한참 에너지가 넘치던 20대 중반에 작은 부스 안에서 소수의 여직원들과 신경전을 벌이며 하는 일이 얼마나 답답했을까란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하은이도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한해 두해 버티다 보니 이십대 후반에는 이미 5년차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조금만 더 버티면 승진도 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직장인으로 사는 것이 가장 평범해 보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기가 보통 힘든 일인가. 직장동료로 얽히지 않았다면 개인적으로는 유대관계를 맺을 일이 없는 사람들하고 함께 일하고 부딪히고 참고 버티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비워내야만 한다. 무엇보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으로 저축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원했던 하은이는 그 많은 끼와 재능을 뒤로하고 현실을 버티기로 결심하였다. 그 회사에서 무조건 10년을 버티고 그동안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마련한 후에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얼굴이 예뻐서 인기가 많았던 희진이는 식품영양학이 전공이었지만 영어영문학과로 전과를 했다. 위로 언니가 있었는데 언니와 동생 모두 예쁘기로 학생 때부터 소문이 자자했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가족에게 소개를 받아 한 로펌회사의 변호사 비서로 취직을 하였다. 몇 년을 다니고는 바로 대리로 승진을 하여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는 듯 했다. 스물여덟이 되던 해에 희진이가 결혼을 한다며 청첩장을 보내왔다. 나이차이가 있는 고위직 공무원과 결혼을 하여 곧 미국으로 건너가서 산다고 했다. 결혼을 하고 바로 임신을 하더니 첫 아들을 낳았고 또 둘째를 출산하여 네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건너갔다. 학생 때부터 결혼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었고 결혼을 꿈꾸며 자기의 인생을 계획했다. 결국 원하던 대로 때가 되자 결혼을 선택하였다.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반듯한 자기 일이 있는데 한창 하고 싶은 일이 많을 스물여덟이라는 나이에 결혼을 선택해 일을 그만 둔 희진이가 놀라웠다. 한 가지 부러웠던 것은 미국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더 성장해갈 한 사람으로서의 희진이였다.     


이렇게 수짱과 하은이처럼 누군가는 하던 일을 계속해가며 경력을 이어가기도 하고,  마이코와 희진이처럼 결혼을 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새로운 꿈에 도전을 한다. 

나는 일찍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며 왠지 가정이라는 울타리와 결혼이 주는 안정감을 떠올리기 보다는, 내 자유를 구속당하는 거 같고 나의 꿈을 포기하고 희생해야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두려움을 몰랐던 스물아홉 살의 나는 새로운 꿈에 도전을 하고 싶었다.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살아가면서 계속 후회를 할 것 같았다. 온전히 내 능력과 의지로 새로운 세상을 보러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이렇게 나와 친구들은 각자 자기가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을 선택했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삶의 형태를 취하든 내가 가장 나답게 살면서 행복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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