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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과 산책 Dec 09. 2023

푸아 미키놀리아

훌라웨이브

2023년 첫 프로젝트는 ‘훌라’였다. 왜 훌라였는지 돌이켜 생각하면 딱히 이유는 없었다. 만년 비기너이지만 서핑을 좋아하고 뚱땅거리며 치는 수준이지만 우쿠렐레를 치며 노래 부르기를 즐겨하던 탓에 막연하게 언젠간 훌라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언젠가가 올해였던 것 뿐이다.


훌라당에서 배운 첫 곡은 Pua mikinolia이다. 푸아는 하와이어로 꽃을 의미하고 미키놀리아는 목련을 뜻한다.


Aloha kuʻu pua mikinolia

I lohia I ka wai kūauhoe


Hoʻolono o ka leo o ke kāhuli

Ka ʻowē a ke wai ma ka piula


E hoʻi ke aloha i ka māwae

I ke kāwelu holu a Pāpiohuli


Puana aku au o mai ʻoe

'O naue i ka wai ma ka piula


My beloved magnolia blossom

With an intoxicating, scented nector


Listen to the soothing whistle of the kāhuli

And the murmur of the rain on the roof


Let us return to our lovemaking

On the soft grass mats of Pāpiohuli


I call to you, and you answer

As the rain continues on the roof


늦봄의 나른함이 느껴지는 멜로디에 다정한 가사가 붙여있다. 은은하게 퍼지는 목련의 향기, 오두막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달팽이의 휘바람 소리,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들을 눈빛이 그려진다.


이 곡을 다 배우고나면 목련나무 아래서 푸아미키놀리아를 추기로 마음을 먹었다. 목련 아래서 푸아미키놀리아를 추라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배우고나니 그냥 추고 싶었다. ‘그냥’만큼 강력한 동기도 없는 것 같다. 3월 햇볕이 따뜻한 어느 날 목련 나무를 찾아 헤매다가 정독 도서관 정원에 소담하게 피어있는 목련을 발견했다. 목련나무 아래서 훌라를 추는 일은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지만 나는 목련 아래서 마침내 푸아미키놀리아를 추었다. 한 곡을 완성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지나가시는 아주머니께서 기분 좋게 웃으시며 “어머 좋을 때다. 하고 싶은 거 다하며 살아요!” 라고 하셨다. 그 말이 올해 휴직을 하고 훌라를 배우는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훌라웨이브 #푸아미키놀리아 #하고싶은거하며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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