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ccounting
제가 대형회계법인에 재직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글로벌 제약회사 한국지사의 감사인으로 나가게 되어 외국인 회계팀장과 회계감사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What? 우리는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데, 왜 자꾸 연차부채를 인식하라는 건가요?”
해당 한국지사는 임직원들의 법정부여연차에 대해 연차부채(연차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았고, 감사인이었던 저는 외국인 회계팀장에게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연차부채를 인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땀을 뻘뻘 흘리며 설명했습니다.
외국인 회계팀장은 이해되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히 말했습니다.
“This is Korean Accounting… I Can’t Understand...”
미사용연차에 대해 임직원에게 현금보상을 해주는 회사가 있고, 연차촉진제 사용에 따라 임직원에게 현금보상을 하지 않는 회사가 있습니다. 회계기준은 현금보상 여부와 상관 없이 내년도 임직원들에게 부여할 연차에 대해 연차부채를 인식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금보상을 해주는 회사는 현금보상액에 대해 부채를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 그나마 와닿습니다. 그런데 내년도 부여할 연차에 대해 부채를 인식하라니, 그게 무슨말일까요?
먼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연차휴가 규정을 살펴보겠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V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근로자가 1년을 근무했다면, 다음해에 유급휴가를 부여하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번엔 회계기준에 따른 부채의 정의 및 인식 대상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반기업회계기준 개념체계)
부채는 과거의 거래나 사건의 결과로 현재 기업실체가 부담하고 있고 미래에 자원의 유출 또는 사용이 예상되는 의무이다.
기업실체가 현재의 의무를 미래에 이행할 때 경제적 효익이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금액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다면 이러한 의무는 재무상태표에 부채로 인식한다.
즉, 과거 사건의 결과로 현재 부담하고 있는 의무 & 해당 의무와 관련된 비용이 미래에 지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 부채로 인식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과 회계기준을 섞어서 해석해 보자면, 근로자가 1년을 근무한 과거 사건의 결과로 회사는 다음해에 유급휴가를 부여해야 하는 현재의 의무가 있는 것이고, 법률로써 규정된 강제사항이기에 관련 비용이 미래에 지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것으로 보기에 연차부채를 인식해야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연차부채를 인식하지 않고 있다가, 회계감사를 수검하며 단골 지적사항으로 발견됩니다. 회계감사를 앞둔 스타트업이라면, 미리 검토하여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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