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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vs 열정적으로

방향이 있는 열심이 열정이다.

by 피델
넌 진짜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것 같아.


입사 동기인 누님이 몇 달 전 팀장이 되었다. 팀장 교육을 하다 보니 자연히 누구보다 먼저 알게 되었고, 축하를 전하면서 20여 년 전의 인맥이 다시 이어졌다.


회사의 팀즈 메신저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게 됐다. "아니, 이 누님은 팀장이 바쁘지도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질문이 오갔고, "이렇게 사람과 세상에 관심이 많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울 게 많은 분이었다.


무엇보다 강남구의 재건축 단지에 살고 있었는데, 세상 부동산은 잘 모른다고 말하면서, 어릴 때 그 동네 살았던 기억이 나서 남편과 구경 간 김에 부동산에 들어가 덜컥 샀는데 그게 너무 많이 올랐다며... 말하는 그 모습에 '강남 사모님'의 모습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난 세상 시골 사람이라, 어릴 때 거기 살았던 사람이 옆에 있었다는 것도 신기하고, 놀러 간 고향에서 덜컥 부동산에 들어갔다는 것도 대단하고, 거기서 부사님에게 꾀어 샀다고는 하지만 수억이 넘는 아파트를 그렇게 샀다는 것도 신기했다. 지금은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강남이 그렇게나 좋다는 걸 그 누님은 그냥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서로가 서로를 대단하다고


열심히 사는 사람. 우리는 서로를 대단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분에게, 팀장이 되었음을, 그리고 강남 재건축 집이 있음을.
그분은 나에게, 열심히 살고 있음을...


팀장 교육 개편을 위해 의견을 물어봐야 하는데, 다른 팀장들과 함께 만나려다 보니 저녁 시간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정을 잡아보려니 다 걸린다.


오늘은 버크만 복습, 내일은 글쓰기 수업, 또 문장 수업, 다음 주 월요일은 독서 모임... 그리고 GITC 문제 출제에 대회 운영.


"넌 진짜 열심히 사는구나"란다.
나를 보고 있으니 본인이 너무 게을러 보인단다.


그랬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방향 없는 열심은 공허하다


'열심히' vs '열정적으로'


두 단어는 대립어가 아니다. 어찌 보면 유의어라고도 볼 수 있다.


난 개인적으로 요즘 '열심히'라는 단어가 별로다. 방향이 없이 엔진만 요란한 자동차의 느낌이랄까.


뭔가 열심히, 시간과 몸을 갈아 넣고 있는데 이룬 게 없는 것 같다. 당장 부동산만 해도 그렇다. 6년을 공부했는데 결국 다 놓쳤다. 다시 그 자리. 그 누님은 공부를 안 했다는데, '본능적으로' 혹은 '타고난 기질로' 강남구 재건축을 매수했다. 그러면서 투덜거린다. 이주해야 하는데 집이 없다고.


글쓰기, 책쓰기도 그렇다. 매일 아침 글을 쓰고는 있고 공저도 두 권을 했으나, 아직 내 콘텐츠가 없다. 진단검사에 관심이 많고 이를 통해 뭔가 콘텐츠를 뽑아보려 했는데 여의치도, 만만치도 않다.


그래서 '열심히'라는 단어가 싫다.



방향이 있는 열심, 그것이 열정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열정적'이라는 단어는 뭔가 방향성이 있어 보인다. 속력과 속도의 차이랄까.


방향이 있는 열심... 나에게는 '열정적으로'라는 단어가 그렇다.


교육 운영을 할 때, 학습자분들이 나에게 오면 "열정적이다"라는 말을 한다. 교육 개발을 할 때 SME(과제전문가)를 만나면 "열정적이다"라고 해주신다.


내 인생의 방향은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이 인생의 방향과 열심이 합쳐질 때 열정이 나온다.


결국 '방향'이다.


방향이 중요하다. 최근 다녀온 Global IT Challenge도 그래서 할 수 있었다. 아버지 장례를 마치자마자, 회사에서 찍힐 위험도 감내하고 추가로 4일이나 휴가를 내서 고생하고 온 것도 나의 방향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어디 가면 그래도 시간당 20만 원은 받을 수 있는 강사라 생각하는데, 주말에 무료 강의를 잡고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건 내 방향이 그곳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지치지 말자.


아니, 지치지 않는다. 방향이 있으니,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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