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책 따위는 안 읽어도 좋지만> 그리고 책, 풀, 톱 컨퍼런스
오랜만에 두근두근, 설레는 강연 소식을 만났다.
도서문화재단 씨앗에서 주최하는 책, 풀, 톱 컨퍼런스.
컨퍼런스는 총 3 세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 하바 요시타카 (BACH 대표, 북 디렉터)
: 어린이가 만나는 책의 숲
하바 요시타카의 북 큐레이션 이야기
#2 민지은, 김다은 (도서문화재단씨앗)
: 작업실이 있는 도서관, 책 풀 톱의 자리
#3 정진호 (그림책 작가)
: 점, 선, 면으로 짓는 이야기의 공간
전부 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인데, 특히나 어린이 도서관의 책을 큐레이션 하는 사람이라...
너무 궁금해져서 하바씨의 책 <책 따위는 안 읽어도 좋지만>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시작했다.
중간쯤 읽다가 너무나도... 책에 밑줄을 치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책을 구매하려고 하니, 절판도서였다.
알라딘을 뒤져 책을 찾아내고 비로소 마음껏 페이지를 접고 밑줄을 치며 읽기 시작했다.
밑줄 친 몇 꼭지들을 나눈다.
# 하바씨의 어린 시절 동네 할머니의 서점 이야기
"<점프>는?"
아직 있어요? 하고 묻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할머니는 계산대 뒤쪽 작은 공간에서 표지가 매끈한 <점프> 최신호 한 권을 갖고 왔다.
"이게 마지막 남은 거야. 좀 전에 왔던 애는 자동차를 타고 왔잖아. 내가 얼른 감췄지."
할머니는 신난 듯 웃어 보였다. 나는 할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뜻밖에 <점프>를 얻은 기쁨도 컸지만 그보다 궁금증이 더 컸다.
"근데 엄마랑 같이 오면 <점프> 못 사요?"
눈 딱 감고 물었다. 할머니는 당연하단 얼굴로 대답했다.
"그럼. 갖고 싶은 책은 제 발로 찾아야지. 앞에 온 애는 엄마 차로 왔잖아."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겠지만 그때 할머니가 한 말은 책을 찾는 내 작업의 기반이 되었다. 당신이 하신 말씀 잊지 않을게요, 점프 할머니.
17p
손의 이런저런 표정을 주시하다 보면 갑자기 눈앞에 있는 자신의 손에도 시선이 가는 법. 오랜만에 두 손을 가만히 쳐다보니 주름이 늘어 예전의 손과는 달랐다. '어? 내 손이 이랬나?' 아무튼 나도 손을 쓰는 일을 계속하자고 생각했다. 일에 대한 불안은 끝이 없지만 손에 축적되는 것에 거짓은 없을 테니까.
65p
최근에는 외부기억장치가 과하게 발달해서 뭐든지 막히면 구글에 묻고, 알고 나면 잊어버리는 머리 사용법이 습관이 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없던 당시에는 필사적으로 잡지의 작은 설명까지 읽으면서 실수하고, 착각하고, 헛물켜며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를 만들어갔다. 물론 인터넷 세계는 편리하지만 자신의 심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이 나쁜 동기에서든 아니든 괜찮으니 자신의 몸이 반응한 것을 솔직하고 우직하게 좇아가는 수밖에 없다.
165-166p
글을 읽고 나니,
이 사람이 너무 좋아져 버렸다.
이런 사람에게 내 그림책을 선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챗지피티의 힘을 빌려, 육아 사이의 시간을 쪼개, 그를 위한 번역판을 만들었다.
편지를 품에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들었던 강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마음에 닿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기록해 두기 위해서 오랜만에 브런치를 켰다.
북 큐레이터 하바 요시타카 (BACH 대표)
• 나는 '책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다.
• 사람과 책의 좋은 만남을 만드는 일을 한다.
사람들은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되고 (영상)
책 판매량은 줄고 있는 지금 (쏟아져 나오는 책의 양은 줄지 않는다, 중쇄보다는 신간이 많다는 뜻)
사람들이 책과 잘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나의 일.
• 나에게 좋은 도서관이란, 잊히지 않는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는 곳.
• 책을 권하는 데 있어 중요한 건, 오지랖과 친절 사이 적정선을 찾는 것.
그 적정선을 찾는 방법은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 인터뷰
• 100권의 keybook을 중심으로 한 인터뷰를 통해 Book within arm's reach를 찾아낸다.
예를 들어, 소설 보물섬은 범위 안에 없지만, 만화책 원피스는 닿을 수 있다.
• (i) 팔이 닿는 거리 안에 있는 책으로부터 시작해서 미지의 책으로 세계를 확장시켜 주는 것이 북 큐레이터의 일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만화책 치비마루코에서 주인공 친구 할아버지 차는 안 덜컹거리고 좋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만화책 옆에 롤스 로이스 제작 사진집을 두어 매듭과 연결고리를 찾아주는 것.
• Nakanoshima 도서관 북 큐레이팅 이야기.
• 자체적인 분류표 제작. Let's play with nature/ Move your body/ For animal lovers/ Everyday/ Eat/ Osaka> Japan> The world/ Beautiful things/ Stories and words/ What will the future be like?/ Thinking about the future/ Living and dying/ For those who are close to children.
• 공간과 어울리는 책 섹션 구성.
• 십진분류와 꼭 대조, 빠진 건 없는지.
• 정신 차리고 보니 책을 읽고 있네! 할 수 있는 환경을 디자인하는 일. 자연스럽게 책 읽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디테일에 집중(좌면 높이, 바닥재, 등받이 각도, 테이블 면, 핸드폰 등)
내용도 인상적이었지만 더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Bach가 올해로 20주년이 되었다고 했는데,
그때와 지금의 아이들이 어떻게 다른지 묻는 질문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책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은 바뀌지 않았다는 답변이 특히나 멋졌다.
나는 내 직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내 직업을 둘러싼 인물들을 사랑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