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생 지휘자 v. 76년생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ft. 북유럽 민주주의
'지휘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백발을 휘날리며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지긋한 나이의 마에스트로?
캬라얀이나 사이먼 래틀, 카를로스 클라이버 같이 한눈에 뿜어 나오는 카리스마?
133년 전통의 미국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다음 지휘자로 핀란드 출신 클라우스 메켈레(Klaus Mäkelä)를 지명했습니다. 무려 28살, 96년생. 작년에 한국에도 왔었어요.
대부분 악기를 먼저 하다 지휘로 넘어오는데 메켈리는 12살부터 지휘를 공부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바이올리니스트, 아버지는 첼리스트,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여동생은 발레리나. 가족이 챔버를 꾸려도 될 듯.
http://sound.or.kr/bbs/view.php?id=music3&no=2031
요르마 파눌라는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음악학교 출신으로 스톡홀름 왕립 음악학교와 코펜하겐 왕립 음악학교에서도 지휘법을 가르쳤습니다. 지휘자이자 오페라 작곡가인데 작품에 시각예술을 결합한 실험적 공연으로 유명하고 특히나 지휘법 교습이 뛰어나 요즘 잘 나가는 지휘자 중 파눌라의 사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고 할 정도입니다.
곡 해석보다 단원과의 기 싸움이 더 힘들다고 할 정도로 콧대 높기로 유명한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을 어떻게 이렇게 젊은 지휘자가 이끌 수 있었을까? 한 인터뷰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서 옮깁니다.
메켈레는 “지휘자는 작곡가를 대신해 그의 음악을 현실로 불러내는, 작곡가를 위한 일꾼(servant)”이라 표현했고,
한 평론가는 “메켈레는 자신의 해석이나 음악을 고집하기보다 저마다 다른 오케스트라의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합니다. 요르마 파눌라를 사사한 지휘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이에요. 북유럽식 민주주의가 지휘 전통에도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죠.”
여기서 '음악'을 '정치'로 바꾸면 그 역시 북유럽식이 됩니다.
일꾼. 배려. 유연성. 민주주의.
재밌죠?
북유럽식 가치가 북유럽 지휘자의 리더십에서도 드러나다니.
아래는 메켈레가 24살에 지휘했던 오슬로 필하모닉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도 좋고 지휘법도 특이해요. 즐감!
https://youtu.be/QkQapdgAa7o?si=wMr2ldOvBIqrEakZ&t=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