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독립서점 탐방기 3
소심한 책방을 처음 찾은건 아마도 2015년 겨울,
구좌읍, 월정리를 여행하다 우연히 맛집 블로그에서 발견한 소심한 책방 소개글 때문이었다.
소심한 주인장 2명이 책을 2권씩 사 안팔리면 한권씩 갖겠다는
비장하지만 소심한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창업 동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버렸다.
이렇게 소심한 사람이 만든 책방은 어떤 책방일까? 궁금해하며 종달리로 향했고..
조용하고 한적한, 억새풀이 있었던 작은 시골 동네 종달리에
정말 소심한 책방이 소심한 위치에 있었다.
이렇게...
이런데 책방이 설마 있겠어? 긴가 민가 했지만, 문을 보고서도 이건 대체 오픈 한거야 안한거야? 했지만..
소심한 책방은 소심한 그곳에 소심하게 존재했다. (두둥~)
건물 밖과 건물 안은 상상한 것과 달랐다.
소심한 책방은 그 어떤 책방보다 소심한 주인장의 손때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정성스럽게 직접 적은 책 소개글은 물론이고
제주 아티스트, 작가들의 독립 책들과 아리따운 엽서들, 작품들, 잡화들
심지어 작가 전시회까지.. ( 그 좁은 공간에..!)
주인장의 식견이 돋보이는 동화책 퍼레이드와
제주에 대한 책들 모음까지
알차고 짜임새 있고 주인장의 기획 의도가 하나하나 보여지는 완벽한 책방이었다.
가장 인상깊었던건 책 한권한권에 꽂혀있는 책 분류지? 정보지.. (왜인지 이런거에 꽂히는 나..)
소심한 책방, 정말 이렇게 책을 소재로 정성스럽게 꾸밀 수 있는 공간이었다니,
보는 내내 어머, 어머, 너무 이쁘다, 너무 재밌겠다. 너무 내 취향이다.
책 골라 놓은 것들도 모두 내 취향..
독립서점답게 이곳에는 베스트 셀러 중심의 책방이 아니라 주인이 정말 좋아하고 소개하고 싶은 책들만 가득한곳, 그래서 한권 한권 보는 재미가 있었던 곳,
주인장의 취향과 기호를 마음껏 볼 수 있었던 곳.
이렇게 좋아도 되는 겁니까!!
소심한 사람들이여,
소심함이 대범함이 되는건 시간 문제,
이 책방을 보고 느꼈다.
나의 소심함도 언젠가 저런 대범함이 되어 공간으로 나올 날이 있겠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강추,
무엇보다 어디를 가든 똑같은 베스트 셀러, 온갖 토익책, 자기계발서에 지친 사람들에게도 강추,
무엇보다 나는 책 제목만으로도 힐링을 얻을 수있다. 라는 사람들에게도 강추,
이세상에 시간을 초월하는 영원한 베스트 셀러 고전들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
그렇게 책을 좋아하지만 기존의 ㄱ 서점, ㅇ 서점과 다른 공간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주 여행하면 꼭 가보라고,
책이 줄 수 있는 새로운 공감과 경험을 느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덧. 2017년 여름에도 갔다 왔다. 무려 2년만, 소심한 책방은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되어 있었고, 구성도 세련되어 져 있었다. 이젠 제주의 향기를 닮은 향수도 살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오래 오래 그 자리에 있어줘요.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