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arc ferm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맹성준 Sep 18. 2016

특이점이 찾아온 에스턴 마틴?

에스턴 마틴, 에이드리안 뉴이, AMRB-001 그리고 DB 11

프로젝트 AMRB-001 을 설명하는 에이드리안 뉴이(우)와 마렉 라이히만(좌) [출처:Getty Image]


 에스턴 마틴은 모터스포츠와 오랜 역사를 함께한 자동차 제작사입니다. 모터스포츠뿐만 아니라 007의 차로 대변되는 멋진 브랜드이죠. 이런 에스턴 마틴의 행보가 요즘 심상치 않습니다. 2015에 에스턴 마틴이 Formula 1으로 참가한다라는 소문은 포스인디아의 운영 위기와 맞아떨어지면서 매우 현실적으로 보이는 루머로 급성장했지만, 에스턴 마틴은 2016년 레드불의 파트너가 되는 형태로 Formula 1 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스폰서십뿐만 아니라 기술적 파트너십도 포함되어 있음이 곧 알려지게 되죠. 레드불과 에스턴 마틴이 손 잡고 진행 중 인 새로운 프로젝트는 바로 AMRB-001.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바로 현행 Formula 1 보다 트렉에서 빠른 차를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 Red Bull Foumula 1 팀의 기술총괄을 맡고 있는 에이드리안 뉴이 [출처:Red bull]


 에이드리안 뉴이는 모터스포츠에 전설로 남을 탁월한 엔지니어입니다. 탁월한 에어로 다이내믹에 대한 이해와 천재적인 발상은 윌리엄스 FW14, 맥라렌과 미카 하키넨, 그리고 지금의 레드불과 세바스티안 베텔의 전설을 만들어 냈습니다. 2014 시즌쯤, 이런 뉴이가 페라리로 이적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지만, 레드불과 계약을 연장하면서 단순 루머였음이 밝혀집니다. 에어로 다이내믹이 레이스의 흥미를 떨어뜨린다라는 이유로 많은 에어로다이내믹이 규제가 되는 Formula 1에서 에이드리안 뉴이는 흥미를 잃은 듯 보였습니다. 종종 인터뷰에서 로드카 개발에 관심이 있다고 종종 밝혀왔기에 레드불과의 계약 연장은 뭔가 뒤에 더 숨어있는 것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AMRB-001 사인보드에 사인중인 다닐 키비야트와 다니엘 리카르도. 이때까지만 해도 키비야트에게 그런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줄은 몰랐다. [출처: Getty Image]


 지금에 와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아마도 에스턴 마틴이 레드불과 손을 잡는 것은 아마도 꽤 이전부터 의논이 되어온 듯합니다. 에이드리안 뉴이 역시 아마도 이 계획의 일부분이었을 것이며, 에스턴 마틴의 로드카 개발과 Formula 1 의 겸직은 그에게 충분한 모티베이션을 준 듯하네요. 하지만 현행 Formula 1 보다 실버스톤 트랙에서 더 빠른 차라.. 목표가 높아도 너무 높아 보입니다.


로터스 T 125. 약 8억원 정도이며, 발매 당시, 엔스톤에서 팀이 야노 트롤리와 함께 고객을 찾아가 운전법을 교육해주는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출처:Lotus]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라고 하면 보통 최고속도가 가장 빠른 차들이 떠오릅니다. 부가티 베이론이나 어마어마한 출력 괴물차들이 있죠. 하지만 이들을 실제로 트랙에 올려두고 베스트 랩타임을 측정하면, Forumla 1 보다 한참 뒤지는 기록들입니다. 시판하는 차 중에서 그나마 가장 Formula 1 에 근접한 속도로 트랙을 달릴 수 있는 차라면 제 머릿속엔 로터스 Type 125 밖에 떠오르지 않는군요. 약 8억 원 정도의 가격이고, 6-7대 정도 팔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속도는 90년대 Formula 1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금의 GP2 수준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차를 구입하면 매년 갱신하는 멤버십이 필수였던 거 같은데, 그게 한 1억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T125는 사실상 Formula 카입니다. 오픈 콕핏이고 타이어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죠.

 

 에이엠알비- 더블 오 원. 왠지 에스턴마틴이 이 더블'오' 라는 코드를 계속 이어 갈 듯한 느낌이다. [출처:AstonMatin]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 그들은 AMRB-001 콘셉트를 공개합니다. 공개된지는 몇 개월 됐지만, 여러 가지 레이스카의 모습이 뒤섞인 아주 독특한 형태는 아직도 충격적이며, 여태껏 없던 형태의 자동차임이 확실해 보입니다. 


AMRB-001 전면 [출처:Autocar]


 전면부에 어떠한 구멍도 없는 것으로 보아, 파워유닛의 냉각을 위한 라디에이터는 다른 곳에 있어 보입니다. 마치 Formula 카와 같은 구조이며, 전면부는 아마도 사고 시 승객을 보호할 구조물과 프런트 서스펜션과 조향장치, 그리고 브레이크와 쓰로틀 페달들만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프런트 노즈는 지금은 안전의 이유로 금지된 이전 Formula 1에서 볼 수 있던 하이 노즈 형태의 디자인입니다. 노즈 밑에는 확실히 프런트 윙 형태의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고, 2단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록 콘셉트 디자인이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윙 끝단에는 볼텍스를 이용해서 뒷부분 공기의 흐름을 정리시킬 수 있는 형태의 플립이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Formula 1 프런트 윙에서 자주 보이던 디자인의 형태들이 보이며, 이는 여태껏 볼 수 없었던 프런트 다운포스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입니다. 


프론트 휠 아치 후측면과 프론트에서 이어지는 거대한 에어 채널 [출처:Red Bull]


 휠을 덥고 있는 아치의 경우, 차체의 일부라기보다는 휠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커버에 가까워 보입니다. 휠 하우스 안쪽에서 생기는 고압의 공기를 효과적으로 배출시키기 위한 거대한 공간이 프런트 타이어 뒤로 오픈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오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전면부에서 오는 정리된 공기 흐름과 타이어 뒤로 배출되는 난류가 서로 뒤섞여 공기의 흐름이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차단막 형태의 핀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기능적일 뿐만 아니라 디자인적 측면으로도 아주 아름다워 보입니다.


프런트 노즈 하부로 들어오는 공기는 프런트 윙을 거쳐 다운포스를 만들어 낸다음 차체 하부로 들어가는 공기와 체차 측면으로 빠지는 공기로 나뉘게 됩니다. 차체 측면으로 빠지는 공기의 흐름을 위해 마치 터널 같은 크기의 공간이 뚫려 있으며 이전 자동차들에서는 본 적도 없는 그런 디자인입니다.


AMRB-001 의 측면. [출처: Aston Martin]


 전면부 하단에 저렇게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면 차량 내부의 승객은 과연 어떤 자세로 앉아 있게 될까요? 아직 내부는 공개 안되었지만, 드라이버의 시트 포지션은 Formula 1 의 그것과 동일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트 포지션의 가장 낮은 부분은 엉덩이가 될 것으로 드라이버의 무릎이 가슴높에 까지 올라와있는 거의 누워있는 형태의 운전 자세로 추정됩니다. 아마 AMRB-001 에 앉는 것만으로도 이전에는 없던 특별한 경험이 될 듯합니다. 운전 시야 역시, 거의 LMP 카 수준의 시야일 듯으로 생각됩니다. 


측면에는 Formula 1 의 사이드 포드처럼 공기 흡입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 위치에 라디에이터와 기타 냉각기 등이 장착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AMRB-001 의 리어윙. 매우 공격적인 에어로 패키징에 비해 리어윙은 다소 차분해 보인다. [출처:Autocar]


 후면에는 거대한 리어윙 대신, 작은 리어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엔진 배기구 역시 중앙 윗부분에 위치해 있습니다. 중앙 상단부에 위치한 배기구로 나온 뜨거운 배기는 리어윙 중앙부로 흘러가고 중간에 솟아 있는 부분 밑으로 배기가 빠르게 지나가면서 마치 현 Formula 1에서 자주 보이는 몽키 시트와 같이 다운포스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프런트의 과격한 에어로 디자인을 볼 때, 리어윙의 형태나 크기는 다소 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AMRB-001 의 하부. [출처:Autocar]


 리어윙이 다소 미흡해 보이는 이유는 바로 하부에 있었습니다. 차랑 하부에는 마치 2개의 터널이 뚫려있는 듯이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이는 전면부에서 받아들인 공기를 차량 하부로 통과시키면서 거대한 그라운드 이펙트를 위한 것입니다. 차량 후면으로 공기가 이동할수록 공간이 넓어지면서 압축되었던 공기가 팽창하게 되고 이는 결국 차를 아래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다운포스를 생산하게 됩니다. 이런 형태의 디퓨저는 타임어택 레이스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Formula 1이나 lmp-1 의 경우, 규정으로 차체의 디자인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엄청난 하부 구조는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규정이 없는 것과 거의 다름없는 타임어택 경기에서는 이런 형태의 하부구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초대형 터널이면 에이드 라인 뉴이가 자랑하던 배기 디퓨저나 다른 기술들이 불필요해 보입니다. 


*AMRB-001 의 좀 더 자세한 기술은 필자의 블로그, https://advtechkr.wordpress.com/ 에서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금주 싱가포르 GP 에서 공개된 AM-RB 001. [출처:Red Bull facebook]


 AMRB-001 은 아직 콘셉트 카이며, 실제로 운행하는 모습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히 다른 자동차 메이커에서는 제시하지 못한 엄청난 비전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미 예약판매는 거의 대부분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가격 또한 정확하진 않지만 현실적은 금액과는 매우 거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새로운 DB 의 이름을 계승하는 차가 나왔다. DB11. AMRB-001 에 비하면 좀더 현실에 가까워진 느낌. [출처:Aston Martin]


 AMRB-001 이 부담스러우시면, 이번에 새로 공개된 DB11 은 어떤가요. DB 11 은 이전의 DB 9처럼 v12 엔진과 프런트 엔진 리어 드라이브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럭셔리 GT 카라고 하는 범주의 차로 보면 될듯한데, 이 차에도 알게 모르게 숨은 디테일들이 있습니다.


프론트 휠 아치에 설치된 공기 출구 [출처:Aston Martin]


 휠 아치에서 생성되는 고압의 공기를 효과적으로 배출하기 위한 벤틸레이션도 차체의 디자인을 거슬리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디자인되어있습니다. 


휠 아치에 설치된 벤틸레이션과 가운데에 장착된 에에로 블레이드. 하단부에 반사된 이미지는 블레이드 하단부가 단순한 평면이 아닐것임을 보여준다. [출처:Aston Martin]


 벤틸레이션 홀 가운데 설치된 블레이드 형상의 핀 역시, 단순 디자인적인 이유가 아닌 에어로다이내믹을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블레이드 하단부에 반사된 이미지를 통해 블레이드 하단부를 엿볼 수 있는데요, 이를 보면 블레이드 하단부는 단순한 평면이 아니고 마치 빨래판과 같은 형태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합니다. 아마도 볼텍스 제너레이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량 후면 필러에 위치한 에어 덕트. [출처:Aston Martin]


 차의 루프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후면에 의문의 에어 덕트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드쉽 엔진 차도 아니고 후면에 에어 덕트가 존재한 이유는 놀랍게도 에어로 다이내믹을 위해서입니다. 이 쪽으로 흡입된 공기가 차량 트렁크 상단에 있는 벤틸레이션으로 배출되게 되는데 이 공기의 흐름이 차의 다운포스를 생성하게 됩니다.


트렁크 상단에 위치한 에어 벤틸레이션. [출처:Aston Martin]


 후면의 에어덕트는 트렁크의 상단에 위치한 에어 벤틸레이션과 연결되어 있어, 에어덕트로 들어온 공기는 이 벤틸레이션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런 공기의 흐름은 후면 유리를 따라 내려오는 공기의 흐름을 윗 방향으로 올려줄 것으로 생각되며 이런 효과로 인해 차체 후면에서 생기는 드레그와 리프트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어 덕트와 후면 벤틸레이션은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출처:autoconcept-reviews.com]


DB-11의 경우, 차량의 루프라인이 페스트 백 형태처럼 떨어지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루프라인을 따라 내려오는 공기가 차량 후면으로 가면서 순식간에 넓은 공간과 만나면서 터뷸런스를 만들게 되고 이는 결국 차량을 뒷방향으로 끌어당기는 저항력을 발생시킵니다. 이런 형상을 가진 많은 차들이 후면에 에어 플립을 설치하여 이런 드레그를 관리하지만, 차량의 전체적인 미관상 좋아 보이지는 않죠. DB11 에 사용된 이 기술은 마치 Formula 1 에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S 덕트를 생각나게 합니다. 


DB11은 이미 엄청난 선주문을 받아냈다고 한다.  [출처:Aston Martin]


 DB11 의 하부를 보면 딱히 그라운드 이펙트를 위한 사이드 스커트나 디퓨저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일단 차가 추구하는 것이 GT 스포츠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듯합니다. 이 아름다운 차를 모터스포츠에서 보게 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마지막 DB 베이스의 레이스카는 DBR9으로 이제는 사라진 GT1 카타고리에 속하던 차였습니다. 이제 LMGTE 가 GT 카 중에서는 가장 상위 클래스이기 때문에 아쉽게도 v12의 DB11을 모터스포츠에서 보게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입니다.


WEC LMGTpro 에 출전중인 Vantage V8 GTE 레이스 카 [출처:Aston Matin]


 최근 멕시코 6시간 내구레이스에서 에스턴 마틴 레이싱 팀이 LMGT에서 우승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V8 Vantage 가 2005년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 모델 체인지 없이 계속 모터스포츠에서 살아남고 있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vantage 도 곧, 새로운 풀 모델 체인지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스턴 마틴에게 특이점이라도 온 것일까요? 트랙에서 가장 빠른 차인 Formula 1을 넘는 로드카를 만들겠다고 하지 않나, DB11과 같은 아름다운 차를 만들고, 공장을 신설하고 꾸준히 모터스포츠에서 성과를 거두는 모습을 보면, 그들에게 특이점이 찾아왔다기보다는 그들의 꾸준한 노력이 이제 꽃 피우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전에는 과유불급이 있다?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