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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성준 Sep 19. 2016

이젠 모터스포츠도 환경을 생각해야 할 때..

모터스포츠와 배기규제

Le Mans 24 내구레이스를 주관하는  ACO (Automobile Club de l’Ouest) [출처:ACO]


 2016 Le Mans 24시 내구레이스 개막전, ACO에서는 2018 년  LMP-1 에 emissions 규제(엔진 유해 배출 가스 규제)를 추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자동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 이후, 자동차 업계에서 배출가스 규제는 지금까지도 최대의 관심사입니다. 국제 사회의 협조 속에, 환경규제는 이제 모든 영역에 걸쳐 점차 강화되었습니다. 특히, 자동차 업계에서는 수많은 연구를 통해 오늘날의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동차 업계의 수십 년 동안의 노력에 불구하고, 배출가스 규제가 없는 모터스포츠는 이런 노력과는 전혀 동 떨어진 세계처럼 보였습니다.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열린 Formula E [출처:CNN]


 굉음을 내뿜는 엔진을 장착하고 질주하던 모습의 모터스포츠는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이 없이 배터리와 전기모터로만 달리는 Formula E는 점점 큰 인기를 얻어가고 있으며, 현재 많은 메뉴펙처러들이 참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엔진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없어서인지,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장소들에서 레이스가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런던, 파리, 홍콩과 같은 도심 안에서 모터스포츠가 열리고 있는 것인데요, 이 얼마나 멋진 그림입니까. 


PEMS (portable emission measurement system) 로 VW Jetta 의 Emissions 을 측정하는 모습. [출처:ICCT]


 모터스포츠의 emissions 규제의 등장이 하필 폭스바겐의 emission 스캔들 이후라는 것을 생각하면 약간 떠밀리듯 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자동차 역사상 가장 악질의 범죄 행위로 기록될 폭스바겐의 emissions 스캔들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대중의 자동차 환경 규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있습니다.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이 모든 분야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는 요즘 같은 때, 모터스포츠 역시 이런 친환경의 흐름을 더 이상 피할 순 없는 것이겠죠.


현재 Formula 1 연료에는 5.75%의 Bio Fuel 가 포함되어야 한다. [출처: gazetapress.com


 Formula 1이나 LMP-1 은 비록 배출가스 규제는 없지만 환경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Formula 1에서 점차적으로 진행해온 엔진의 다운사이즈와 하이브리드 화는 궁극적으로 온실가스, 즉  CO2 총배출량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ACO에서 나온 LMP-1 의 배출가스 규제 이야기는 이런 CO2 저감이 아닌, emission 에 대한 규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레이스가 열리는 그 지역의 실질적인 공기의 질에 대한 규제였습니다. 공기의 질에는 소음도 포함된다고 하는군요.


가솔린 엔진의 삼원촉매는 이론공연비근방에서 최대 효율이 나온다. [출처:Johnson Matthey]


 온실가스라고 불리는 CO2 저감을 위해 지금과 같이 연료의 최대 유량이나 연료의 총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가능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Formula 1과 LMP-1 의 파워유닛은 50%에 가까운 아주 높은 열효율을 가지게 되었죠.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적은 연료를 사용하게 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적은 CO2 배출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친환경적인 엔진이 되었지만, 사실 emission 규제라는 것은 CO2 저감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가솔린 엔진은 삼원 촉매를 이용하여 emission을 90% 이상 저감 할 수 있습니다. 가솔린 엔진을 이론 공연비에 운전하면 배기 내의 산소가 없는 상태가 되며, 이런 상태에서 유해 물질인 NOx, THC 그리고 CO가 삼원 촉매를 만나 서로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키며, N2, CO2와 H2O로 변환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 레이스카에 이 삼원 촉매만 달면 emission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바로 이론공연비입니다. F-1과 LMP-1과 같은 레이스카들은 이론공연비로 달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촉매가 없는 레이스카의 엔진의 경우, 부분부하에서는 공연비가 rich 하게 운전되며, full load에서는 lean 하게 운전됩니다. 삼원 촉매는 엔진의 공연비가 lean 쪽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사실상 NOx는 거의 환원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배출이 되는 것을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술규정으로 높은 효율을 만족한 LMP-1이나 Formula 1 이 삼원 촉매를 활용하여 emission을 제어하게 될 경우에는 엔진의 공연비를 지금의 효율이 좋은 lean한 쪽에서 이론공연비 쪽으로 옮겨와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연료소비량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CO2 배출량 증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즉, 삼원 촉매를 사용한 emission 저감은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일궈낸 CO2 저감을 다시 도루묵으로 만드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레이스 엔진의 Emissions 평가 방식이라던지 어디서 평가할것인지 또한 골치거리다. [출처:motorsport.com]


 레이스 엔진의 emission을 평가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FIA 의 연구실과 같은 특정 지정된 장소에서 평가를 해야 한다라고 한다면, 그들의 파워유닛을 외부로 반출해야 하는데, 보안 유지가 생명인 모터스포츠에서 이런 일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엔진 제작사가 직접 시험하여 시험 결과를 제출하는 형태로 한다면 이 또한 서로 간의 불신의 씨앗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죠.


2014 자우버의 수 많은 스티어링휠 기능들, 배기규제가 들어가면 공연비 조정하는 기능들은 사라질수도 있다. [출처:Sauber F1 Team]


 또한 모터스포츠팀들이 폭스바겐의 스캔들에서 처럼 emission defeat device를 적용하는 것을 아주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은 규정이 느슨한 부분을 노려 꼼수를 써 왔기 때문이죠. 작년 WEC에서 논쟁이 된 포르쉐와 아우디의 규정에 벗어나는 리어윙이라던지, 페라리와 레드불의 출렁이는 에어로 파츠 등, 수많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수백 분의 일초를 경쟁하는 스포츠이기에, 그들은 언제나 규정의 회색 부분을 노려 이점을 챙기려 하죠.


 Emission 규제가 들어가면 사실상 디젤엔진은 더 이상 LMP-1에서 보기 힘들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전에 LMP-1에서 디젤엔진을 쓰는 이유는 디젤엔진이 가솔린에 비해 매우 lean한 공연비로도 운행이 가능하고 이로 인하여 연비가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디젤엔진의 경우, 유해물질인 NOx를 저감 할 수 있는 기술이 매우 제한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LMP-1 엔진 개발은 이미 중소팀에서 만들 수 있는 영역을 한참 지났다. [출처:Porsche]


 과연 ACO에서 어떤 식으로 LMP-1 의 emission 규정을 만들지 필자는 몹시 궁금합니다. 염려되는 부분도 많지만, 이 또한 다른 도전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면, 우리에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레이스 카의 emission 규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현명하고 공정하게 규정하느냐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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