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다음 말을 생각하면 망하는 이유
상대방이 말을 할 때
받아칠 말을 준비하는 것은
아주 큰 실수입니다.
1. 우리 뇌는 두 개의 핵심 영역(브로카 / 베르니케)을 통해 언어를 처리합니다.
브로카 영역: 언어 생산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대개 뇌의 왼쪽 전반구에 위치합니다. 브로카 영역이 손상되면 말을 하거나 쓰기 어려워지는 언어적 능력 저하 증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브로카 영역의 손상으로 인한 증상으로는 더딘 말투, 문장 구성의 어려움, 단어 검색의 어려움 등이 있습니다.
[브로카 영역 손상]
Q. 오늘 점심 메뉴 뭐야?
A. 미역과 삶은 소세지가... 김치 그거다 (말투 등에 문제가 있지만 내용은 알 수 있음)
베르니케 영역: 언어 이해를 담당하는 영역으로, 대개 브로카 영역과는 반대편인 뇌의 왼쪽 후두부에 위치합니다.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되면 말의 속도와 유창성은 그대로인데도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등의 언어 이해 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베르니케 영역 손상]
Q. 오늘 점심 메뉴 뭐야?
A. 맛있겠다. (말은 유창하지만 내용을 알 수 없음)
쉽게 말하면 브로카는 말하기, 베르니케는 이해하기 입니다.
2.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은 하나의 신경경로를 사용합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심리 인사이트가 됩니다. 보통 우리는 상대방이 중요한 사람일수록 더욱 경청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뇌 과학적으로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음에 받아쳐서 들려줄 이야기를 동시에 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두개의 뇌 영역으로 설명하면,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베르니케영역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음 받아칠 말을 준비하려면 속으로 말을 생각하고 발음하면서 브로카 영역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두 영역이 하나의 신경경로를 공유하기 때문에 같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A: 그래서 어제 저녁에 외식을 했는데 너무 좋았던거야...(중얼중얼)
B: (어제 어떤게 제일 좋았던 건지 물어봐야지)
A: 내 말 듣고 있어?
B: 아 응! 그래서 어제 뭐가 제일 좋았던 거야?
A: 응? 방금 말해줬잖아! 스테이크가 너무 맛있었다고, 내 말 듣고 있어?
B: 아.. 생각하느라 그 부분을 놓쳤나봐!
B가 속으로 다음에 대꾸할 말을 생각하고 중얼거리는 동안에는 브로카영역이 사용되면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해야하는 베르니케가 멈추게 되고, 그 순간은 상대방의 말이 잘 들리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3. 상대방의 말 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다.
중요한 상대방에게 글로 된 자료를 읽게 하면서 설명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잘못된 방식입니다. 상대방이 글로 된 자료를 읽게 되면 마음 속으로 글자를 중얼거리며 발음하게 되기 때문에 브로카 영역이 활성화 됩니다. 그 순간에는 브로카와 신경 경로가 같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동시에 말로 설명하는 것을 베르니케 영역으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따라서 중요한 내용은 글로 읽게 하면서 동시에 설명하면 안됩니다.
스티브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속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청중들은 스티브잡스의 말에 집중하고, 그 말을 이해하게 됩니다(베르니케 영역과 신경경로 활성화).
하지만 이런 식의 프레젠테이션 (글) 내용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발표자의 말에 집중할 수 없게 됩니다. (글을 읽느라 브로카 영역과 신경경로 활성화).
따라서 우리는 들어야 할 때에는 온전히 듣기만 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계속해서 다음 대사를 생각하고 있거나, 이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생각하고 있다면 오히려 고객을 놓치게 되는 꼴이니까요.
들어야 할 때에는 온전히 듣는 연습이
관계의 신뢰도를 높이게 됩니다.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열려면
상대방에게 어떤 자물쇠가 잠겨있는지 확인해야합니다.
그래야 거기에 맞는 키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