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출산율 0.78이 의미하는 바
슈카월드 유튜브를 보는데 한국의 2022년 평균 출산율이 0.78을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20대의 출산율이 85% 정도 하락했다고 한다.
내가 대학교 1학년일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20대가 아이를 낳는 비율이 85% 하락한 것이다.
정말 흥미로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저출산 문제가 왜 일어났고, 어떻게 해결 가능할지를 고민해 보았다.
솔직히 나는 저출산의 시작이 여권 신장이라고 생각한다.
즉, 여성의 경제권이 확대 되면 출산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성이 독립적으로 재산을 소유할 수 있게 된 지는 역사적으로 오래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선진국을 시작으로 저출산은 서서히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여성이 재산을 소유할 수가 없었던 과거를 생각해보자.
재산이 없다는 건 삶의 '결정'을 할 수 없다는 거다.
내가 어디에 살고, 무엇을 입고, 어떤 교육을 받고, 누구와 결혼하고 등 모든 것이 가장 가까운 남자 -아버지 또는 남편- 에 의해 결정되는 삶이었다.
그러면 그 남자들의 결정에 의해 삶이 흘러가게 되는 것인데, 그게 바로 결혼과 출산과 육아의 흐름이었던 거다.
분업체제에 의해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육아를 하게 되고, 출산은 여자'밖에' 할 수 없으므로 자연스럽게 그게 여자의 역할이 된다. 이건 2000년 전에 쓰인, 인류의 베스트셀러 성경에도 나와있는 구절이다.
그러던 것이, 기계가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기계가 있으면 여성도 남성만큼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계를 '이용'해서 육체적 힘이 적은 사람도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시대가 오자, 여성의 목소리는 커져갔다.
더 많은 여성들이 '교육'이라는 걸 받게 되었다.
여성들이 '재산'이란 걸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독립적인 경제적 주체로서 '일'을 하게 되었다.
사람이 스스로 독립적인 경제적 주체가 될 때 벌어지는 변화가 뭔지 아는가?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수 있게 된다.'
부자들이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있다.
부자라고 해서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하기 싫은 건 안 할 수 있다.
출산은 아픈 일이다.
아기는 어머니의 몸을 찢고 나온다.
출산은 고된 육체 노동이다.
갓 태어난 아이는 최소 3년에서 5년간 3D 직업 버금갈만 한 육체노동을 요구한다.
여자들도 '하기 싫은'거다.
그러니까 가사 도우미를 쓰고 육아 도우미를 찾는다.
예전부터 상류층 여성들은 직접 육아를 하지 않고 보모를 두는 일이 아주 흔했다.
그니까,
지금 그냥 무턱대고 2-30대 여성들에게 출산을 하라고 하는 것은
에어컨 잘 나오는 사무실에서 앉아서 일 하면 월 2-300이 나오는 사무직 여성에게
갑자기 3D 육체 노동을 무급으로 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거다.
경제적 주체로 일하는 여성에게 출산은 '선택'이 되었다.
참고로 다음은 1인당 GDP와 여성 1인당 출산인구의 그래프다.
하지만 여성이라고 무조건 출산이 '하기 싫은' 건 아니다.
생존과 번식은 인류의 2대 욕구이다.
당연히 번식 욕구가 존재하며,
사랑스러운 아이와 안정된 가정이 주는 행복도 아주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사회에서 일만 하는 것도 고되다.
일 대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 하는 여자들도 아주 많다.
출산을 '선택'한 여자들에게 다가오는 두 번째 문제는, 아이러니 하게도 '경제적 문제'이다.
내가 지금 2-300 벌던 것이 끊기면, 남편이 벌어오는 것으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
근데 남편도 나처럼 2-300 정도 벌거나 아니면 정말 많이 벌면 6-700 정도 벌 것이다. (사회 초년생 직장인 한정)
수입은 반으로 줄어드는데 식구가 하나 늘어나면서 지출은 1.5배가 늘어난다.
싱글 커플로 지낼 때와는 정말 확연히 다른 재정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매출 50% 감소인데 비용이 1.5배 증가한 회사가 있다면 주가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라.
이 증가한 비용은 R&D 비용인데, 투자 후 수익이 나기까지 20년 이상이 걸린다.
예전 농경 사회 때는 아이가 10살만 되어도 밭일을 도왔다. 그럼 투자금 회수 기간이 훨씬 짧아 진다.
산업 사회 때도 (이런 이유로) 아동의 노동 착취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식으로 단순히 사칙연상 상으로도 '출산'은 굉장한 경제적 지출이 되었다.
수지타산이 안 맞는 거다. 이걸 생각하면 변수를 알 수 있는데,
개인의 사회진출 연령이 늦은 사회일 수록 심하고,
개인이 경제적 활동을 하기까지 들어가는 돈 (투자비)이 많은 사회일 수록 심하다.
우리나라는 사교육비가 어마어마한 나라이고,
인구의 대부분이 고등 교육 (대학)을 받는 나라이며,
남자의 경우 군대 등의 이유로 사회진출 연령이 늦다.
만약에 아이를 낳으면 평생 월 300을 준다고 하면 어떨까?
두 번째 아이를 낳으면 평생 월 500을 주면?
안 낳는 여성이 더 적지 않을까?
실제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출산의 문제가 '경제적 이유' 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종합해보면 해결책은 세가지다.
1)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는다.
- 한번 생겨난 권리는 없애기가 매우 어렵다.
2) 육아의 비용을 줄여 준다 (비용 축소)
- 사교육을 없애거나, 대학 학비를 무료로 하거나
- 이 경우 역시나 위의 이유로 어려운데, 그 이유는 한번 생겨난 '기득권'의 권리가 없애기 어렵기 때문이다.
- 교육으로 기득권에 올라선 현재의 사회 지도층이 얼마나 사교육 개혁에 성공할 수 있겠으며
- 이미 사교육/교육비로 '경쟁을 막는 해자'를 쌓은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해자를 없앨 수 있겠냐는 말이다 .
3) 출산 보조금을 대폭 늘린다 (매출 증대)
- 대부분의 저출산 국가의 해결책이 보조금/혜택 증대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저 '해자 비용'이 매우 높게 올라가 있다.
- 게다가 인구과밀지역인 서울엔 언제나 '재화'가 부족하다. 경쟁은 더 강화된다.
- 그럼에도 미디어의 영향과 특유의 집단주의 성향 때문에, '남들만큼'은 살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 그래서 그걸 채우려면 엄청난 도약발판 (보조금)을 사회/정부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게임이 안되는 지경에 다 다른 것이다.
결국 미친듯한 돈을 풀어서 출산을 하면 두당 100만원씩 지원해주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는 쉽사리 해결 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너무나 이런 사회갈등이 심화되어, 혁명이 일어나서 지금의 기득권층이 무너지고
사회적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생기지 않는 이상 말이다.
아니면 다문화 이주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다문화 소도시가 되는 법이 있다.
먹거리 부족한 좁은 영토에서 살아 남기 위한 미친 경쟁,
그 끝에서 경제적 해자를 쌓은 공고한 기득권층
이 두가지의 합작품 - 저출산 0.78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