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에서 CEO까지, '비대면' 팀워크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휴가 정책도 없애고 경비 집행의 판단도 직원에게 맡긴다. 이사회의 우려가 있었지만 직원들은 자유를 남용하지 않는다. 회사가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할 때 직원들도 어른으로서 행동한다.
넷플릭스 초기 멤버였던 패티 매코드의 저서 '파워풀'에 나오는 말입니다. '오너'와 '직원' 구도가 여전한 우리나라 직장 문화를 떠올리면 멀기만 한 이야기죠. 하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얘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감시와 지시'로 굴러가던 회사는 이제 '신뢰와 자율'의 시스템을 채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산업 현장 일선에 빨간불이 켜진 지금, 조직을 지키면서도 혁신을 일궈내는 건 재택근무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에 없이 커다란 변화의 물결 앞에 선 리더들을 위해 사소하지만 중요한 조직 문화를 제시하려 합니다.
"모르니까, 가르쳐주실 수 있잖아요." TVN 드라마 '미생' 속 주인공 장그래의 이 대사는 사회초년생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습니다. 안그래도 낯선 직장생활인데, 적지 않은 상사라는 이들이 데면데면한 태도로 '어디 얼마나 잘 하나 보자'라는 표정을 하고 있으니까요.
'라떼는'이란 말로 대변되는 '꼰대' 선배들의 진짜 문제는 바로 이런 방관과 무관심입니다. 옛날옛적의 무용담을 버릇처럼 쏟아내거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채 자신의 업무 방식만을 고집하는 상사라면 차라리 귀엽죠. 만일 당신이 자기 일 처리에 급급해 팀원들에게 눈길도 주지 못한다면, 당신은 더할 나위 없이 '나쁜 선배'입니다.
물론 그런 꼰대는 단순히 개인의 잘못만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기업 조직과 규모를 떠나 후진적인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회사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팀워크가 이루어지지 못하니까요. '완성형 인재'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신입' 직원을 채용하는 것부터 모순이죠. '가르칠 시간 따윈 없으니 알아서 어깨너머로 배우면서 따라와'라고 요구하는 셈입니다.
재택근무가 추구하는 업무효율성은 모든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팀장급에서 대표까지, '관리자'라고 해서 모든 중요 의사결정의 정점에 서 있어야 하는 건 아니죠. '내가 받는 연봉만큼' '회사 내 지위만큼'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오산입니다. 리더에게는 '팔로워'들의 업무 효율을 최대화하는 게 가장 큰 임무여야 합니다. 재택근무 와중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팀원이 있다면, 그를 탓하기에 앞서 자신의 평소 리더십을 반성해 봐야 할 겁니다.
얼핏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비대면성'은 때때로 재택근무의 큰 강점이 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리더라도, 줄곧 익숙하게 대면해 온 구성원 각자에 대해 서로 다른 선입견이나 호감도를 가질 수 있어서죠. 재택근무를 통해 개개인에 대한 '감정'을 벗어나 객관적 시선으로 업무 프로세스와 그 성과를 바라볼 수 있는 겁니다.
만약 당신이 줄곧 '인간적인' 리더라고 생각해 왔다면, 재택근무를 계기로 좀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부하 직원 중 유독 호감이 가는 직원, 반대로 업무 스타일이 영 마음에 안드는 직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일 따위 없는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이 모든 구성원에게 공유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비대면'이란 공평함을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가 결국 불필요한 '사내정치'를 근절하는 열쇠가 될 겁니다. '고맙다' '미안하다' '기쁘다' '힘들다'라는 식의 감정적 화법을 지양하고, '옳다' '그르다' '같다' '다르다' 식의 분명한 태도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죠. '팀원에 대한 애정'이 아닌 '팀워크의 완성도'에 집중해야 하는 겁니다. 앞서 말했듯 당신의 팀원들은 어른입니다. 냉정한 말 한 마디에 토라지지 않을지언정, 불공평과 차별 앞에서는 가만히 있지 않는.
시공간의 제약을 상당부분 초월한 재택근무는 개인의 교육과 성장 측면에서도 폭넓은 가능성을 부여받습니다. 루키 직장인들은 폐쇄된 사무실의 문턱을 넘고, 출퇴근 시간을 절약해 회사 밖에서도 '좋은' 선배를 찾죠. 당신이 부하 직원의 '개인과외'를 '딴짓' 정도로 여기는 리더라면, 인식을 바꿔야 할 겁니다. 요즘 친구들의 애사심은 '워라밸'에 달려 있거든요.
직장을 벗어난 직원들은 이런저런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SNS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멘토를 스스로 만들어 냅니다. 이제 조직은 구성원에게 더이상 '소속감'을 강요할 수 없고, 젊은 직장인들은 회사 간판에 기대는 대신 전문가로서 인정받길 바랍니다. 중요한 건 '구성원'보다 '전문가'인 직원이 당신의 조직에 힘이 될 거란 사실이죠.
실제 지식 구독 서비스 플랫폼 '퍼블리'에 따르면 사회초년생-주니어급 직장인들인 25~35세 청년들은 회사 밖 '지식' 습득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만원 좀 넘는 월정액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구독하는 이들 중 자그마치 80%가 이들이란 통계가 발표됐죠.
만일 당신이 재택근무 환경에서도 팀원들의 성장을 추구한다면, 이런 '과외'를 적극 장려해야 합니다. 최소한 출퇴근 시간마다 하는 '출첵'용 원격 회의보단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