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를 스쳐 지나가다.
여행이라는 걸 알기 전에 책으로만 여행을 즐겼던 적이 있었다. 해외를 나간다는 건 가진 사람들의 여유라고 느끼며, 그저 두려움만 가지고 생각만 하며 즐거워 했었다. 그런 중에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이 손미나씨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이 었다. 유럽 국가를 잘 모르던 때, 이 책은 스페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나라에서는 정열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만 모여살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인천 공항에서 나는 스페인을 떠나기 위해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
이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FDI 2017(치과 임플란트 학회) 에 참석하게 되면서 스페인으로 떠나게 되었다.
급하게 예약을 한 비행기라 직항으로 갈 수는 없었고, 겨우겨우 경유편을 구해 가게 되었다. 중간에 로마를 거쳐서 들어갈 수 있어서, 이태리의 기분도 잠시 느낄 수 있으리라 막연한 기대감마저도 들게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비행기의 연착으로 이태리의 기분은 저 멀리 날아갔다. 항공기에 항로 승인으로 인한 1시간 30분 정도의 지연으로 로마의 도착했을 때 입국 수속을 위해 뛰어서 가야만 했다. 유럽을 하나의 국가로 묶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로마에 도착했을 때 그 말을 이해했다. 수속은 로마에서 한번만 받고, 스페인에서의 입국 심사는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짐을 찾기 위해 나오는 입국장에서도 수속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스페인 출장 1주일 전에 바르셀로나에 테러도 있었는데, 심사가 까다롭지 않아 오히려 놀랄 따름이었다.
마드리드에 새벽이 찾아올 때 드디어 스페인 공항에 발을 내 딛었다. 자욱한 담배 연기가 공항에서 우리를 맞아 주었다. 유럽 어디에서든 담배에 관한 사람들의 시각은 어디서든 피울 수 있고, 실내가 아닌 곳이라면 대부분은 흡연을 하는 문화였다. 한국에서보다는 매우 관대한 이 느낌은 흡연자들의 천국이라 말할 수 있었다. 짐을 싣고 택시에 앉아 오늘부터 행사가 끝나는 날까지 묵을 호텔로 향했다. 여행의 피로가 조금씩 밀려들어오는 것 같았다. 호텔에 들어가면 잠이 잘 올 것만 했다. 호텔 앞에 도착 후 택시 기사는 앞에 건물을 가르키며.'여기가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이야' 라고 이야기를 했다. 어두워서 그런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큰 건물의 형태로 보아 굉장히 큰 구장에는 틀림이 없었다. 호텔에서의 체크인이 끝나고, 짐을 정리하고 나니 어느새 새벽2시가 넘어가 있다. 잠을 자야할 것만 같았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잠시 아내와 간단히 메신져를 주고 받은 후 이내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