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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이 아빠 Dec 13. 2017

I'm not a Newyorker

뉴욕에서 적응을 잘 못하겠어요

행사 준비를 위해 전시장을 향했다. 뉴욕을 볼 수 있는 시간도 행사 준비를 하는 이 시간 밖에 없을 듯 했다.

행사장은 호텔에서 20여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처음 온 사람도 길을 안 잃어버리고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는 길 내에는 뉴욕에 풍경이라고 할 수 있는 높은 빌딩, 오래 된 건물들만이 인사를 한다. 생각해 보니 미국에 풍경이 아닌 듯 하다. 사람들만이 다른 서울에 서 있는 느낌이다.

차가운 회색 도시에 이미지가 강하게 풍겨왔다. 낭만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걸까?


뉴욕에서 열리는 전시회 준비를 끝마치고, 조용히 산책을 하다가 내가 있는 곳에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정확히는 맨하탄에 있었기에 맨하탄에 있는 중심 거리라도 둘러보고 싶었다. 한 손에 구글지도를 켜고서는 가고 싶은 곳을 확인해 보았다. 대부분은 근방에 자리 잡고 있어, 이동을 위해 지하철로 향했다.

영화에서 봤던 지하철역이다. 허름하고, 냄새가 날 것만 같은 역이었다. 예전보다는 관리를 해서 많이 깨끗해졌다고는 하나 으스스한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려웠나보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에 주변 풍경을 보니 여전히 으스스했다. 그리고 지하철 안내가 정확하지 않아 길을 갈 때 많이 헷갈릴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면,  우리 나라가 지하철역 관리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여실히 알게 된다.


펜스테이션에서 전차를 타고 링컨 센터 주변역에서 하차했다. 구획정리를 너무 잘해 놔서인지 길을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맨하탄이라는 곳에 여러 곳이 모여 있어 그게 더 놀라웠다. 허기가 져서인지 길거리에 음식 조차도 맛있게 보였으나, 선뜻 도전은 하지 못했다. 신뢰감이 없어서인지 두려움이 있어서인지 나서서 사먹지는 못하였다. 바보 같은 나의 모습이 무엇이 나를 이리도 바뀌어 놨는지 모르겠다. 전에는 도전하는 걸 두려워 하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자꾸 보이곤 한다. 나도 모르게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지 두렵기도 했다. 익숙한 것에 물들어가는 건 좋을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몸서리를 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들은 잠시 잊고, 맨하탄 시내를 구석구석 걸어다니며 구경을 했다.


두블럭 쯤 내려 갔을 때, 센트럴 파크에 도달했다. '도시 안에 오아시스'라는 명칭에 맞게 여기만 하나의 섬처럼 덩그러니 떨어져 있었다. 마차가 지나다니기도 하고, 뉴욕 투어 버스를 호객하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오후 시간에 센트럴 파크를 유유히 거니는 관광객들만이 눈 앞에 아른 거렸다. 영화 '나홀로 집에 2' 였던 걸로 기억 된다. 센트럴 파크에서 비둘기 아줌마를 만났던 장면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비둘기는 많았으나 그렇다고 먹이를 주는 그런 사람은 아니기에 그저 그 장면을 머릿 속에서 회상할 뿐이었다. 여유있게 커피를 마시며, 거닐고 싶었으나, 더 많은 곳을 보고 싶어 주변만 한바퀴 휭하고 둘러보았다. 도시와 공원 사이에 공기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주관적인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공원 내에서는 숨쉬기가 더 좋았었는데 다시 나오고 나서 공기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졌다.

이 공원을 뒤로 하고,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향해 걸어갔다. 금전적인 여유와 시간에 여유가 됐더라면 한편에 뮤지컬을 감상할 수 있을텐데, 그렇게 여유있지는 않아 멀리서 극장 간판들만 멀리서 바라보았다. 쇼의 거리라 할 정도로 많은 뮤지컬들이 항시 공연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오게 된다면, 뮤지컬은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보리라 생각을 했다. 돌아가는 이 길에 햇빛이 들지 않는 높은 건물에 차가운 공기만이 감싸고 있었다.

뉴욕에서의 생활을 하라면, 글쎄 난 뉴요커는 못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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