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도 나지 않는 첫 만남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도시, 뮌헨에 첫걸음을 디딘 것은 대학교 마지막 여름 방학이었다. 마지막으로 길게 놀 수 있는 때라 생각하고 야심 차게 이국적인 유럽 국가들을 둘러보리라 다짐했다. 체코와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가고 싶었는데, 마침 가장 싼 비행기 표는 뮌헨행이었다. 잘츠부르크랑도 가깝다니 그렇게 그냥 '지나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금세 지나갈 곳이라는 생각에 숙소는 중앙역 바로 옆에 있는 아무 호스텔로 잡았다. 저녁 시간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고 체크인을 하려는데, 로비에 있는 자동판매기 안에 가득 채워진 하리보 젤리가 눈에 들어왔다. "와! 하리보다!" 기쁜 마음에 감탄을 내질렀더니 호스텔 스탭이 웃으며 다가와 젤리 한 팩을 꺼내서 줬다.'아, 너무 하리보 처음 본 사람처럼 반응했나?' 뭐 덕분에 뮌헨의 첫인상이 좋긴 했다. 그날 밤 호스텔 로비에서 마셨던 맥주도 맛있었고.
오래 머무를 것도 아닌데 교통권을 사기가 아까워 10시간이 넘도록 이 도시를 걷고 또 걸었다. 미리 알아보고 온 것도 없고, 이제 와서 알아볼 의지도 없는지라 뚫린 곳이면 길이겠거니 하고 계속 걸었다. 뮌헨의 주요 명소라고 하는 곳들을 우르르 다 놓친 것은 몇 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그렇게 잠시 머물렀을 뿐인 뮌헨은 내 기억에 '공짜 하리보를 받은 호스텔'이 있는 곳이었다. 여름 저녁이 생각보다 쌀쌀해 부랴부랴 긴 팔 옷을 산 곳.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가 가까운 곳. 맥주가 맛있었던 곳. 한 번 와봤으니 다시 올 일은 없겠구나 했던 곳.
바이에른 뮌헨의 도시, 옥토버페스트와 밀맥주의 도시, BMW와 알리안츠의 도시, 히틀러와 나치의 도시. 그리고 지금 내가 엉덩이를 붙이고 살고 있는 도시, 뮌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