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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니 Aug 28. 2020

성격대로 운전하네


필기를 붙었으니 이젠 기능 시험이다. 2시간씩 이틀에 걸쳐 4시간을 연습한 뒤, 시험을 보기로 했다. 

일주일 만에 학원에 갔다. 새로운 일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심해진다. 운전면허가 뭐라고 이렇게 계속 울렁거리는 건지.  


첫 번째 기능 연습 날. 오후 5시 30분 교육인데 아침부터 뭐가 손에 안 잡혔다. 내내 학원 가기 싫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안 한다는 건 아니다. 건 해야지. 학원에 도착해서도 조금 울렁이는 속을, 대기실 사방에 붙어 있는 기능 시험 요령을 열독 하는 것으로 달랬다. 활자를 마구 읽었다. 



50분 타고 10분 쉬고. 다시 50분 타고. 첫날의 교육이 끝났다. 오후 수업이라 마지막 한 시간 탈 때는 완전히 깜깜해서 조금 더 힘들었다. 


교육 동안 내내 지적받은 건 우선 핸들 소심하게 돌리지 말 것. 내가 세상 소심하게 핸들을 돌린다고, 선생님께서 무척 답답해하셨다. 왜 이렇게까지 소심한 건지, 내 마음 나도 몰라. 핸들을 확 돌리면 갑자기 풀밭으로 올라탈 것 같고, 보도블록 위로 올라갈 것 같나 보다. 핸들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 부담스러운데, 움직이고 있는 이 낯선 존재(차)를 내가 방향을 정하고 내가 조절해야 하는 것이 아직은 마음속 깊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름 열심히 꺾은 거 같은데 긴장한 몸은 아직 내 마음 같지가 않다. 


두 번째, 한 번에 하나 이상 할 것. 핸들을 신경 쓰면 속도 줄이는 걸 못하고, 속도 줄이는 걸 신경 쓰면 선을 못 보고. 옆에서 선생님이 뭘 말하면 그리로 시선이 가서 앞을 못 보고, 내가 그런단다. 멀티가 안 되는 건 운전을 하건 안하건 똑같구나. 껄껄. 속도에 신경 쓰면서 라인을 맞춰서 앞으로 가는 게 가능한 건지, 아직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자꾸 서지 말 것. 아주 천천히, 지금 앞으로 가는 건가 갸우뚱거릴 만한 속도로 가라고 하셨는데 (시속 1km로 가라고 하셨...) 그러다 보니 계속 차가 섰다. 분명 나는 브레이크에 올려놓은 발에 힘을 주지도 빼지도 않았는데 차가 자기 혼자 빨라지거나 서거나 한다. 혹은 그런 기분이다. 미치겠다. 


그밖에도 왼쪽으로 치우치지 말기, 핸들 빨리 풀지 말기, 전방주시 하기 등등. 


첫 번째 시간보다 두 번째가 더 못했다며, 선생님께 꾸중 아닌 꾸중을 들었다. 연습 끝으로 갈수록 선생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화살표 보고! 왼쪽으로 너무 붙었잖아!!" 


오기 전까지 상상했더랬다. 내가 안 해봐서 그렇지, 막상 운전대를 잡아보니 ‘어, 뭐야 나 운전이 적성에 좀 맞네, 운전에 감 좀 있네’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해피엔딩이길 간절히 바랐건만, 역시는 역시. 운전 감각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두 시간 동안 긴장을 했던 게 티가 난다. 집에 오니 허벅지가 당겼다. 대체 나 왜 이렇게 소심해? 


바로 이어 두 번째 기능 연습 날, 



하루해 봤더니 전날에 비해 두려움이 적어졌다. 그렇게 믿고 싶다. 오전 11시 교육이었는데, 나는 오전 연습이 좋다. 


첫 번째 50분 연습을 마치고 차에서 내리는 나와 선생님을 보고, 옆 차에서 내리던 선생님이 “아니 뭘 어떻게 했길래 울 것 같이 내려”라고 하셨다. 정말 울 것 같았다. 선생님의 약간 혼을 내며 가르치는 타입, 말투도 그렇고 반말하면서 목소리도 큰 편. 흥. 안 그래도 주눅 드는 마음에 기가 자꾸 꺾인다. 기분 나쁘지만 가르치는 스타일은 다 다른 거니까 그러려니 했다. 운전은 엄격하게 배우는 편이 낫다고 들어서, 뭣도 모르고 그냥 나도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고 있지만, 자꾸 혼난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두 번째 날의 피드백, 핸들 돌리는 건 괜찮았는데 오늘은 푸는 게 문제란다. 너무 빨리 풀고 끊어 푼다면서, "아니 어디서 그런 걸 배워와서는"이라고. '아니 뭐 누구한테 배운 적은 없고요. 그냥 본능적으로 그리 움직였네요.' 속으로 대꾸를 삼켰다. 


중간에 버럭 화를 내며 하신 말씀. 삐뚤게 가고 있다고 스스로 느끼는데, 왜 바로 잡지 않고 몸이 굳냐고. 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보시는데, 아니 몸이 굳는 건 긴장했거나 당황했기 때문 아닌가요. 왜 당황한 거냐고 물어보시는 거라면 아마 제가 운전이 처음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운전하느냐고 정신없어 대꾸도 못했지만, 핸들을 놓고 나서 삐죽삐죽 마음속으로 토를 달았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성질이 좀 급하고 소심한 데다가, 그러면서도 당황하면 지나치게 흥분하며 방정맞아지는 편이다. 알고 있던 내 성격 그대로 운전하더라. 


마지막 연습이라, 실제 시험처럼 안내를 틀고 모의고사를 봤다. 호랑이(!) 선생님 덕분인지 마지막 두 번의 연습에서는 계속 감점 없이 100점 합격 안내가 나왔다. 너무 기뻤다. 그땐 정신없어서 좋아하는 것도 못했지만,. 


2시간씩 2일, 4시간 연습 끝. 다음 날은 시험이다. 


'에잇 떨어지면 한 번 더 보면 되지'라고 안 소심한 척하면서 생각하고 나니, 아마도 한 번에 붙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더 조급했나 싶다. 왜 꼭 한 번에 붙어야 하는 거냐고.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셔틀버스 안에서 계속 되뇌었다. 

차분하게. 첫째도 둘째도 차분하게. 제발 쫄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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