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항재 Mar 08. 2020

만약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온다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고 있는 경영자들을 위한  제안

경제위기에 대한 10년 주기론이 있다.

10년 단위로 버블이 터지고, 불황이 닥치면서 부실이 정리되면 다시 리셋되어서 회복을 이루고 그 이후에 다시 팽창과 성장 지향의 정책이 나오고, 버블이 생기고 부실이 터지고 정리되고... 

이러한 사이클 상에서 가장 최근에 있었던 불황의 그림자는 아마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부터 10년을 앞두고 있던 2016년, 17년에는 꾸준하게 그리고 아주 설득력 있게 글로벌 경제위기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리고, 당시 들었던 이야기에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생생한 것은 중국이 바로 그 경제위기의 원인 제공자가 될 것이다는 것이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다음 경제위기의 진원지는 중국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현재의 상황을 놓고 보면 결과적으로는 맞는 말이 되어가고 있다. 만약 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세계 경제가 2008년과 같은 불황의 터널을 지나게 된다면 중국발 경제위기는 틀린 이야기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 사태 직전까지만 해도 2020년을 또 다른 경제위기와 불황의 원년으로 예측했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원칙(Principle)"이라는 책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레이 달리오(Ray Dalio)였다. 


그런데, 기존의 경제위기에 대한 예측과 레이 달리오의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이 아니라 또다시 미국을 그 근원지로 지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달리오의 최근 미디어 인터뷰의 내용을 들어보면 결국 이 경제 위기의 중요한 플레이어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채와 통화, 그리고 환율 그리고 곧 있을 미국의 대선, 그리고 그로 인한 트럼프 대통령, 현 정권의 외교 정책을 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 전의 일본과 미국의 관계로 대비해서 비교했고 역사의 반복성이라는 패턴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의 분쟁은 필연적이고, 최종적으로 자본전쟁으로 이어질 것을 예상했다. 

 


https://youtu.be/sxGKcnvdglI

그에 따르면 세상의 다른 자연법칙처럼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경제는 움직여 왔고 그렇기에 그 안에서 어떤 패턴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는 그러한 패턴의 반복이고 그렇기에 과거의 비슷한 상황을 대비해서 본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전개될지에 대해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의 그의 논리다. 


아들아, 넌 계획이 다 있구나

내일 일도 모르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역사에서 패턴을 찾고 미래를 예측하는 이러한 사람들을 보면 어느 면에서는 존경심과 더불어 안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 세상에 어딘가에 또 누군가는 이미 이러한 위기 상황을 대비한 해결안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야"
때로는 정부가, 때로는 기업이 그러한 구원자 역할을 해주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의연하게 그리고 당황하지 않고 모든 것을 통제하고 해결해 주기를 바라게 된다. 


그렇기에 2020년 경제 위기를 예측했던 레이 달리오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코멘트는 이 돌발적 변수에 대해 조금은 과소평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마 그에게 있어서는 이 바이러스 사태가 지난 1년간 여러 매체에서 주장해 왔던 시장 변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흔들만한 요소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링크 : https://www.linkedin.com/pulse/my-thoughts-coronavirus-ray-dalio/


그런데, 달리오의 말대로 반복되는 역사의 패턴 속에서 미래를 엿볼 수 있다면 이 바이러스 사태는 어떻게 될까? 그의 생각대로 롤러코스터 같은 일시적인 Up&Down 일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까?


코로나19는 글로벌 경제 위기를 초래할 것인가?  


몇몇 전문가들은 이미 중국 경제의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03년 사스 사태 당시의 상황과 비교하며 한 분기 정도의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고,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의 상황으로 진전될 수도 있다고 보는 비관론도 있다. 2020년 경제 위기를 전망했던 달리오 선생이 애써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것은, 아마도 그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보고 있는 국가별 과도한 부채와 부의 양극화에 대한 조치 없이, 단순히 이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는 관점으로 포장되어 경제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과 대응을 간과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 아닐까?

중국의 경우에는 전문가들 예상으로는 코로나19의 영향은 비관적이든 낙관적이든 2020년 3분기 이후에는 회복으로 돌아서는 것에는 공통된 의견을 보인다. 낙관론은 정부 주도의 경제회복 정책으로 오히려 회복의 폭과 정도가 더 클 것으로 보기도 한다. 비관론일지라도 전년 수준 정도의 경제 성장률을 회복할 것이라고 본다.  

https://m.blog.naver.com/bsj7000/221831972128

출처 : 전병서의 안정적인 성공투자


그런데, 이미 2020년의 경제위기 예측이 있었고, 현재의 코로나19가 경제활성화보다는 불황에 미칠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가설이 작동한다면, 2020년에 경제 위기 발생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마음속으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2020년의 불확실성과 아직 제대로 전개되지도 않은 바이러스의 전파 상황을 놓고 보자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서 판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일단, 현시점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2008년 경제위기는 어떻게 극복했었는가?


만약 우리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현시점과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바라본다면, 이전에 유사한 상황에서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었는가를 복기해 보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메르스나 사스같은 바이러스 전염병을 극복한 사례가 아니라 경제위기라는 프레임에서 보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경제위기, 불황이라는 상황을 산정해 놓자면, 가장 우리들의 기억 속에 선명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1998년 IMF 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20년도 더 된 IMF 사태는 아마 밀레니엄 세대에게는 생소한 이야기 일 수도 있다. 80년대 학번(출생이 아니다)과 90년대 초반 학번 들, 즉 현재 40대 후반, 50대 세대들에게는 너무나도 또렷하게 생각나는 IMF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몇몇 국가에 국한한 금융위기였고 좀 더 최근에 발생했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돌아보는 게 의미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08년 당시 주가지수의 변화 추세
2008년 아시아 주요 국가의 주식 변동 현황


레이 달리오의 분석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금융위기와 불황으로 미국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내어서 경제 활성화를 꾀했던 단 2번의 케이스 중의 하나가 2008년 이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1930년대의 대공황 시대) 

당시 주식시장은 패닉을 넘어서 붕괴에 가까운 수준으로 추락했고, 미국이 일으킨 거대한 불황의 파고가 전 세계를 덮치는 상황이었다. 당시 전 세계의 제조 공장을 자처하며 연 20%를 넘나드는 GDP 성장률을 보여주었던 중국이었지만 2008년에는 6%대로 주저앉아 버렸던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4조 위안의 돈을 퍼부으면 바로 그다음 해에 12%대로 끌어올리게 된다. 소위 V자 반등에 성공을 하게 된다. 

 

https://m.blog.naver.com/bsj7000/221831972128

출처 : 전병서의 안정적인 성공투자


전문가들은 2020년에 중국이 2009년과 같은 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금융권을 통해서 각종 기업 대출과 기존 채무에 대한 대출 연장 등을 실행하고 있고, 곧 대규모 재정지출과 SOC 투자도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이전과 같이 국가 주도의 경기부양책을 통해 위기를 넘길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은 어떻게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인가? 

국가 주도의 불황 극복을 위한 정책, 거시적 경제 지표의 운영에 대한 것은 아마 나의 지식과 경험의 범위를 넘어서는 주제고, 감히 꺼내 놓은 방책이나 비법도 없다.


그러나, 경제 주체 중의 하나인 기업들이 이러한 위기의 상황을 맞닥트렸을 때 어떤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할지, 그리고 혹시라도 이미 발생했던 과거의 역사 속에서 참조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검토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자의 역할


10년도 더 지난 2008,9년 당시 여러 경제 단체, 기업들의 초청으로 불황 극복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거나 토론하는 자리에 참석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얼굴이 붉혀지기도 하지만, 30대의 혈기 왕성한 컨설턴트가 부담 없이 어드바이스(대부분 전문가의 어드바이스는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말하기에 딱히 틀리다 할 것도 없고, 그렇기에 책임질 필요성도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부끄럽지만...)라는 명목으로 여기저기서 떠들고 다녔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전문 분야가 hr이었기 때문에 인사 부서의 역할에 대한 조언을 많이 요청받았던 것 같다. 그때 당시 HR의 역할, 그리고 더 나아가 경영자, 리더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 많았던 것은 1998년의 IMF에 대한 트라우마, 그리고 학습효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판단을 했었다. 

불황기에, 경제위기 속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리더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단기적인, 재무적인 숫자에 매몰되었다가는 이후에 회복기에 어떤 기회를 놓치게 되는지에 이미 우리 기업들, 사회가 어느 정도 경험을 갖고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이전보다는 의연하게 대처해 갔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IMF라는 국가 초유의 상황을 통해서 기업들이 체득했던 것들을 다시 돌이켜보고 반면교사로 삼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동아 비즈니스 리뷰 인터뷰 기사(2008.12월)


지금 중국 기업들에게도 가장 민감한 이슈는 현금 흐름이다. 

이 화두는 한국 기업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단 총알을 비축해 두고 이후의 불황기를 대비하는 것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 나오는 기업의 본능적인 움직임이다. 

현금흐름 이슈가 나오면 HR 부서에게 가장 먼저 주어지는 미션은 인원감축, 급여 삭감 등을 통한 인건비 절감이다. 아마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손익계산서 상의 판관비 항목을 들여다보며 어떤 수를 써야 하는지 골몰하고 있을 것이다. 재무부서가 총괄하며 계정 항목별로 각 부서별로 목표를 할당하고, HR에게는 아마도 인건비 항목을 최소 10%,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20, 30%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요구했을 것이다. 

회사가 불황기에 살아남으려면 당연히 해야 하는 액션이라고 다 동의할 것이라고 믿으며,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당연시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인력감축과 인건비 절감이 잠깐의 재무제표의 숫자를 바꿀 수 있지만, 사람을 건드리는 것은 단순히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지금 현재 현업 중에서는 1998년 IMF를 산업 현장에서 경험한 세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아마 임원급 또는 선임 부서장 정도는 되어야 IMF의 그 처절했던 기억이 떠 오를 것이다. 

나의 경우 IMF를 맞이한 1998년은 한 회사의 대리로 승진했던 해였고, 결혼하여 신혼을 보내고 있던 시점이었다. IMF 이후에 기회가 되어 컨설팅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많은 기업들을 진단하고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경험을 하며, 얼마나 IMF라는 사건이 우리 경제에 그리고, 기업에 그리고 사람들에게 큰 상흔이 되었는지를 분명하게 보았었다. 그때의 경험과 생각들이 농축되어 2008년의 또 다른 불황기에 감히 '인력감축과 기업성과는 상관없다."는 저런 도발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지금도 다시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기원하는 것은 우리가 1998년에 저질렀던 잘못을 다시 되풀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2008년에 했던 반성을 지금 2020년, 20201년에 다시 하게 된다면 너무나 가슴 아픈 순간이 될 것이다. 

(아래의 인터뷰는 2008년 동아비즈니스 리뷰에서 했었던 인터뷰 기사인데, 불황을 맞이할지도 모를 현 경영자들에게 주고 싶은 제안을 담고 있어서 다시 한번 공유해 본다.)  







우리는 IMF를 정말 극복했을까

최근에 종영된 머니게임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었던 고수와 심은경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생각났다. 


"우리가 정말 IMF를 극복했는가 하는 생각이요. 그것 때문에 파생된 폐해들이 아직도 우리 경제에 남아 있는데 다 치우지 못했다는 생각,
그리고 다 치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요"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 위기의 방아쇠가 되지 않고, 모든 국가들이 바로 V자 회복을 이루어 내어 오늘의 이 글이 지나치게 앞선 기우였고, 그래서 굳이 다시 떠올리지 않아도 될 순간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작가의 이전글 위기라고 쓰고 기회로 읽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