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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ple life Dec 22. 2018

청춘의 독서

내겐 회춘의 독서?

이 책은 우리 딸이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운 좋게 구입해서 읽었다며 내게 권해준 책이다. <청춘의 독서>라는 제목에 딸이 요즘 말로 낚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딸은 유시민에게 낚인 것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는지 이 책을 내게 주며 읽어 보라고 했다.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이 20대에 읽었고, 인생의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다. 유시민의 나침반이 되어 준 책은 총 14권인데, 그 중 저자가 한국인인 책은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최인훈< 광장> 이렇게 두 권이다. 

그리고 중국인 저자의 책은 맹자 <맹자> 사마천<사기>인데 14권 가운데 가장 오래전에 쓰여진 책이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알렉산드리 푸시킨 <대위의 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 3권은 저자가 러시아 국적이고 모두 소설이다.

영국책도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찰스 다윈 <종의 기원>,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 이렇게 세 권이다. 

미국 저자도 유시민 독서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데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이렇게 두 권이다. 

유시민이 독일에서 유학을 해서 독일 책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깨고 한국, 중국, 미국과 같이 두 권이다. 그 두 권은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컬스 <공산당 선언>이다. 

유시민의 삶에 영향을 준 작가들의 국가는 대한민국, 중국, 영국, 소련, 미국, 독일이다. 이것으로 유시민이 유럽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고, 중국의 책들을 제외하면 근대 이후의 저작물들의 세례를 받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내게 다행인 것은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도서 목록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나 유클리드의 <원론> 같은 책들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유시민이 20대에 읽고 고민의 화두를 던진 책들 가운데 대부분은 유시민이 고민한 나이대의 두배가 되는 현재의 내가 아직도 읽지 않은 책들이다. 이런 책들을 20대에 읽고 그 내용을 삶의 나침반 삼았다니 잘난척하려고 쓴 책은 아니겠지만 유시민이란 사람의 지적 수준이 우러러 보였다. 아~~~ 부러워. 


유시민의 20대를 밝힌 14권의 책들 가운데 몇 권은 꼭 읽고 싶다.  


01.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가난은 누구의 책임인가/ 날카로운 첫키스와 같은 책 / 평범한 다수가 스스로를 구한다


이 책은 내가 중학교때 읽겠노라고 서점에서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엄청나게 두꺼웠고, 어쩄든 읽었다. 그때는 왜 주인공이 살인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여주인공은 왜 유죄를 선고받은 주인공을 따라 유형지에 따라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02.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지하대학과 사상의 은사 /  벌거벗은 임금님을 발견하다 / 지식은 맑은 영혼과 더불어야 한다. 


리영희선생님에 대하여 나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어느 신문(?)에서 그 분과 했던 인터뷰에서 리영희 선생님께서 자신의 철학이 " Simple Life High Thinking"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읽고 그에 감동을 받아 그 후 내 닉네임을 Simple Life라고 지었던 기억이 난다. 최근 어떤 사람들이 옛날 운동권을 비하할 때 데모하느라 공부를 안해서 무식하고 세상을 모른다고 당당하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유시민의 지하대학에 대한 단상으로 볼 때 그 말은 당시 대학생들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03. 청춘을 뒤흔든 혁명의 매력 ;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영혼을 울린 정치 선언문 /  박제된 혁명 교과서의 비애 / 역사에는 종말이 없다


유시민의 영혼을 울린 정치선언문이라고 하는데, 그 첫구절은 이렇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낡은 유럽의 모든 권력들이, 교황과 차르, 메테르니히와 기조, 프랑스 급진파와 독일비밀경찰이, 이 유령을 사냥하기 위한 신성동맹을 체결했다. 권력을 쥔 적대세력에게 공산당같다고 비난을 받지 않은 야당이 어디 있으며, 더 진보적인 야당과 반동적인 적에게 공산주의라는 비난의 화인을 되던지지 않는 야당이 어디 있는가?

이 선언은 1848년에 유럽에서 발표되었다고 한다.

  

04.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  토머스 멜서스 [인구론]

냉혹하고 기괴한 천재, 맬서스 / 자선은 사회악이다 / 재산권과 생존권 / 편견은 천재의 눈도 가린다.

학교 다닐 때 시험에 자주 등장했던 사람이 바로 멜서스이다. 그의 인구론도 단 한 줄로 축약해서 배웠던 기억이 난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 외에 배운 것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시민의 서술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멜서스가 다윈의 진화론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찾아보았더니, 멜서스의 생몰연대는 1766년 2월 14일~1834년 12월 23일이고, 다윈의 생몰연대는 1809년 2월 12일~1882년 4월 19일이다. 아무래도 내 생각을 뒤집어 다윈이 멜서스의 주장에 영향을 받은 것이 더 타당한 논리 같았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 자료를 더 읽어보았더니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이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 1766∼1834)의 『인구론』(Essay on the Principles Population, 1798년 출판)을 읽고,(다윈 자신의 말에 의하면) '흥미삼아' 읽은 이 책의 내용이 다윈이 직면하고 있던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인간사회의 치열해져 가는 생존경쟁에서 이기고 환경에 잘 적응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맬서스의 이야기는 다윈으로 하여금 '경쟁'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해 주었다. 곧, 이 같은 '경쟁'이 어떤 종의 여러 개체 중에서 환경에 잘 적응하는 성질을 가진 것만이 살아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선택의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같은 성질을 가진 개체들만이 살아 남아서 종의 성질이 그 같은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선택'할 것이다. 또한 다윈은 『인구론』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 안에서의 이 같은 '경쟁'을 같은 지역내의 여러 종들간의 경쟁으로 확장해서, 적응의 대상이 되는 환경에 한 종과 경쟁하고 있는 주위의 다른 종들도 포함되도록 했다. 기후, 풍토 등의 물리적 환경이 똑같은 갈라파고스군도의 서로 다른 섬들에서의 각각 다른 동식물 분포는 이 같은 종들간의 경쟁에 의해 설명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 진화의 메커니즘이라는 다윈의 이론의 핵심이 형성되었다.

이렇게 위키백과 기술되어 있었다. 

독서는 참으로 위대한 일이다.


0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푸시킨 [대위의 딸]

로맨스를 빙자한 정치소설 / 유쾌한 반란의 소묘 / 얼어 붙은 땅에서 꽃이 피다. / 위대한 시인의 허무한 죽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이 말은 나도 가끔씩 남에게 또는 나에게 하는 말이다. 학교 다닐 때 푸시킨의 이 시를 외워보려했으나, 결국 내 머릿속에 남은 말은 이 3어절 뿐이다. 

찾아보니 푸시킨 (1799.6.6~1837.2.10)은 흑인의 피가 흐르는 러시아인이며, 모든 러시아 문학장르에 영향을 준 대단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위의 딸]은 푸시킨이 차르의 감시하에서 썼던 유시민 표현대로 로맨스를 빙자한 리얼리즘소설인거 같다. 


06.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만나다 ; 맹자 [맹자]

역성혁명론을 만나다 / 백성이 가장 귀하다/ 아름다운 보수주의자, 맹자의 재발견 / 대장부는 의를 위하여 생을 버린다


측은지심(惻隱之心·긍휼히 여기는 마음) 인의 시작

수오지심(羞惡之心·부끄러워하는 마음) 의의 시작

사양지심(辭讓之心·겸손히 사양하는 마음) 예의 시작

시비지심(是非之心·옳고 그름을 가리려는 마음) 지의 시작

이 네가지가 맹자의 사단인데, 측은지심은 내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의 공감능력이라고한다. 


07.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 최인훈 [광장]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 / 소문뿐인 혁명 / 주사파, 1980년대의 이명준 / 열정 없는 삶을 거부하다


08. 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 사마천 [사기]

[사기]의 주인공, 한고조 유방 / 지식인 사마천의 울분/ 새 시대는 새로운 사람을 부른다 / 권력의 광휘, 인간의 비극 / 정치는 위대함을 생각한다


나의 20대의 책을 말하라고 누가 내게 말한다면 나는 사마천의 [사기]라고 대답한다. 일단 내게는 한자로 이루어진 여러가지 사자성어의 뜻을 잘 알고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준 책이기도 하고, 20대의 고민이었던 대인관계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해 준 책이기도 하다. 20대에 [사기]에서 찾은 해법은 아직도 내게 유효하다. 


09. 슬픔도 힘이 될까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존엄을 빼앗긴 사람의 지극히 평범한 하루 / 슬픔과 노여움의 미학 / 이반 데니소비치 탄생의 비밀 / 노동하는 인간은 아름답다


10.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 찰스 다윈 [종의 기원]  

해설을 먼저 읽어야 할 고전 / 다윈과 윌리스, 진화론의 동시 발견 / 다윈주의는 진보의 적인가 / 이타적 인간의 가능성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다윈의 [진화론]을 아직 읽지 않은 진화론자다. 내가 진화론자가 된 것은 리처드 도킨슨, 조지 윌리엄스, 스티븐 제이굴드등의 저작을 읽고 난 다음인데, 해설을 읽었으니 이제 이 두꺼운 종의 기원을 읽어야 할 때인가?? 


11.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 계급론]

부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 사적 소유라는 야만적 문화 / 일부러 낭비하는 사람들 / 지구상에서 가장 고독했던 경제학자 / 인간은 누구나 보수적이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목록에서 가장 내 관심을 끈 작가이다. 언젠가 프라다로 인하여 고가품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베블런이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밀도 있게 해 주는 것 같다. 


12.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뉴욕에 재림한 리카도 / 꿈을 일깨우는 성자의 책 / 타인을 일깨우는 영혼의 외침


토지에 대한 소유를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내게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준다. 왜 토지가 개인적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최초의 토지 소유자는 누구였을까? 그는 도대체 누구에게 지대를 지불하고 그 토지를 소유하게 되었을까? 부동산 문제로 대한민국이 연일 들썩들썩했던 2018년에 읽어서 그런지 더 관심이 간다.


13.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보이는 것과 진실의 거리 / 명예 살인 / 68혁명과 극우 언론 / 언론의 자유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언제부터인지 모든 언론이 해주는 말을 다 믿지를 못하고 의도를 파악해야하는 어려운 독자가 되어 가는 입장에서 참으로 공감이 가는 글이었다. 누구나 언론인이 되어가는 요즘, 가짜뉴스의 생명은 팩트체크를 해도 계속된다. 훗날의 역사가는 곤란할 것이다. 어느 것이 과연 사실이고 어느 것이 날조인지부터 파악해야할 것들이 산더미이니.


14. 역사의 진보를 믿어도 될까 ;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

랑케를 떠나 카에게로 / 회의의 미로에 빠지다 / 식자우환 / 진보주의자를 위한 격려와 위로

  

아 책은 20대에 나도 읽겠다고 구입하고 책장에 잘 꽂혀서 몇 번이나 이사를 가고 하면서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못하게 된 책인데, 유시민은 이 책으로 [청춘의 독서]를 끝맺는다.

유시민은 인생의 고비마다 이 책을 읽으며 사회와 역사의 진보,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생각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유시민은 진정한 휴머니스트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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