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파티에는 순결한 이의 피가 필요하다
지난 11월 4일 오후 3시에 상생이음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때 강연하신 분은 호인수 신부님이셨는데 시집도 2권 내셨다고 한다. 신부님답게 세미나는 성경구절로 시작되었다.
마가복음 1장 15절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나는 사실 예수에 대하여 이름만 들어본 정도이고 성경에 관해서도 비슷했었다. 고등학교 전까지는.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 짝이었던 친구의 전도로 잠깐 교회에 다니고, 학교 기독교 동아리에 발가락을 걸치고 있어서 서당개 3년 정도 수준은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호인수 신부님의 세미나에 참여해서 알게 되었다. 아, 서당개는 3년 내내 줄창 글읽는 소리를 들었구나!
여튼 고등학교 시절에도 알았던 산상수훈과 헤롯왕의 생일 잔치에 대한 신부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나의 언어로 정리하면 이렇다.
예수가 세상으로 나와 아픈 이들을 무료로 고쳐주면서 인기가 점차 높아졌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그 인기의 절정기가 바로 5천명이 모였던 산상수훈 때이다. 사실 2천년도 전에 휴대폰도 없는데 같은 곳에 동일한 시간에 오천명이 모인다는 것은 거의 기원전 팬덤 수준이다. 물론 모인 사람들은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예수같이 평민 출신의 사람이 강론을 하는데, 요즘으로 치면 대학도 안나온 드보잡이 강론을 한다는데 어느 귀족이 관심을 두겠는가? 여튼 이때 오병이어의 기적이 있었는데 물고기 2마리와 보리떡 5개로 남자 숫자만 세어 5천명을 배부르게 다 먹이고도 열두 바구니가 남은 일이었다. 이것은 예수의 손님 대접이고 예수가 벌인 잔치이며 이런 잔치가 벌어지는 곳이 하느님의 나라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 생각엔 하느님의 나라엔 기적이 생활이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고, 그래 좋다 뭐 이런 하나마나하는 생각들이 있었다.
성경에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척척 행하는 예수의 리즈시절 앞쪽에 헤롯왕의 생일잔치가 서술되어 있는데, 당시 최고 권력인 왕의 생일 잔치이니 얼마나 귀한 음식들과 공연들이 펼쳐졌겠는가? 아무나 참여하지도 못하였을 것이다. 헤롯왕의 생일 잔치는 최고의 권력자, 최고의 자산가들이 지금의 내가 생각해도 상상불허인 생일파티였을 것이다. 여기서 호인수 신부님은 말씀하셨는데 "그런데 대개 이러한 잔치는 무고한 이의 피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 잔치에서는 세례 요한이 죽는다.
여기서 호인수신부님은 갑자기 질문을 던지셨다.
어느 잔치에 가고자 하느냐?
갑자기 마음이 서늘해졌다. 나는 좋은 나라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헤롯왕의 생일잔치 같은 삶을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부유하게 말이다. 그런데 그런 잔치는 소수의 사람들이 무고한 이의 피로 영위하는 것이라니.
예수가 보여준 하느님 나라는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5개로 5천명이 나누어 먹는 그런 나라이다. 얼마나 절제가 필요하고 양보가 생활화 되고 배려가 일상이 되어야 이런 나라가 오겠는가? 하느님 나라는 마술봉으로 행복해지는 그런 곳이 아닌 것이다.
나는 어쩌면 동쪽으로 가고자 한다고 말 하면서 서쪽으로 뛰어가고, 음지에서 생활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이상한 생각과 행동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도 같다.
제3회 상생이음세미나는 사고가 확장되는 만큼 마음도 무거워지는 세미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