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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진원 Sep 28. 2020

독서와 허기

나의 독서 순환.

 200927 @송정해수욕장 /w YY 

 나는 일 년 중 유 월에 가장 가볍고 시 월이 되면 무거워진다. 일종의 강박같이 일어나자마자 몸무게를 매일 재는 습관이 있었다. 이는 전날의 전반적인 생활을 평가하는 하나의 지표였는데 이를 두고 강박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마도 몸무게가 큰 폭으로 오르면 당연히 괴롭고 또 일정한 생활 안에서는 조금 빠져도 어제의 이득(몸무게가 줄어든 것)은 오늘의 손해(몸무게가 늘어난 것)로 제로썸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몇 년을 재다가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몸무게를 재는 횟수가 줄어들어서 이주나 삼주간격으로 재게되었는데 몸무게의 증감을 파악하기가 어려워 체중계 앞에 종이 쪽지를 붙여놓고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3 년이 넘었다. 그 간격 사이에 가장 무거운 시월의 나와 가벼운 유 월의 내가 있었다.


 꾸준히 적어놓지는 않지만 어느 날 책장을 보면 이전보다는 확연히 빈 공간이 줄어든 책장을 볼 수 있다. 가끔 그 사이에 읽지 않고 구색 맞추기를 해 둔 책들이 보인다. 가끔 일에 치이거나 혹은 유투브에 빠져 책을 읽지 않은 시간이 길어지면 마지막으로 읽은 책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럴 때면 마지막 책으로부터 그 때까지의 시간이 텅 빈 것만 같아서 마음이 쓸쓸하다. 책장을 채우는 일은 시간으로 빈 공간은 한 땀씩 바느질 하는 느낌이 들어서 사실은 책장을 보고 있으면 무성의하게 건조한 식물(선인장같은)을 키우고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다.


 지난 주말(9/27)은 와이프가 오랜만에 책이 보고 싶다며 서점에 들러보자고 했다. 신세계 백화점 지하에 있는 반디앤루디스에 들렀는데 내 서재에 비하면 이 곳은 습습한 숲 같이 느껴졌다. (나는 정말로 서점을 사랑한다.그간 책을 사서 쌓아두어도 마음이 왜 이렇게 허한지 생각해보니 온라인 배송이나 밀리의 서재로 책을 읽게되어 그런듯 싶었다.) 우리는 그 울창한 숲 가운데서 책을 골랐고 와이프는 열매들(연필이나 머리끈과 같은)을 수확하는데 열심이었다. 요즘 핫한 주식이나 부동산 책을 몇 권 떠들러보며 한 두시간을 보내고 철학이나 평론집을 읽다가 결국은 문학을 집어들었다. 


 나는 잡지를 포함해 다양한 책을 가리지 않고 읽는데 대학생 이후부터는 어떤 사이클인 생긴것만 같다. 가장 선호하는 책은 한국문학이다. 문학을 어느 정도 읽으면 고전을 또 몇 권 읽고 그러다보면 (주로 유투브를보다 문득) 경제 또는 실용서에서 너무 멀어진 것은 아닌지하는 생각이들어 비소설류를 뒤적인다. 마음 한 켠에 문학은 예술적인 가치가 있어서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철학이나 인문 그리고 평론은 제외한 비소설류는 사기가 망설여진다. 돈이 아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서점에 갔을 때, 마치 어떤 시험의 문제를 풀어내듯 마음 한 켠에 있는 습습함을 건조시키듯 책장을 들썩이다 오는 것이다. 그러다가 정말 이 책이다 싶으면 밀리의 서재에서 빠르게 스키밍을 하고 덮어둔다. 그래서 오늘도 책장에는 소설들만이 넘치고 한 켠에는 잡지들이 켜켜이 놓인다.(잡지는 Axt.를 애독하는데, 가끔 kinfolk를 인테리어를 위해 사온다.) 


 이렇게 한 싸이클을 돌다보면 마음에도 살이 찔 때가 있고, 살이 빠질 때가 있는데 이런 순환이 좋은 것인지 어떤 것인지를 따지기도전에 배가 불러도 느껴지는 어떤 허기처럼 다른 책을 또 골라 읽고야마는 것이다. 가끔은 너무 읽지 않아서 또 가끔은 이 허기에 쌓아두지 않아도 될 책들까지 사는 이 마음을 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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