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순간을 버티는 근성
정말 열심히 일하던 직원이 있었다. 그의 업무 퀄리티는 동료들보다 뛰어났고 꼼꼼하고 탁월했다. 업무 속도나 퀄리티, 결과 모두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직원이 사표를 내고 퇴사했다. 자기 생각보다 승진이 늦어지고 성과에 비해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답답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친구는 우리 조직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고, 아주 조금만 더 참고 견뎠더라면 반드시 좋은 기회를 잡았을 것이다. 돌이켜봐도 참 아쉽게 놓친 것 같다.
직장 생활은 학교와 다르다. 혼자만 잘해서는 승진이나 좋은 기회를 얻기 어렵다. 몇 번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큰 성공을 이루기에는 부족하다. 혼자 드리블만 해서 계속 공을 넣을 수 없다. 열정이 큰 만큼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직장 생활의 가장 큰 적은 ‘비교’와 ‘조급함’인것 같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이건 사회 초년생에게나, 직장 생활을 십여 년 해도 마찬가지다. 자꾸 잘 나가는 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나보다 못한 동료와도 비교하게 된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지 불안해지고, 문득 초라해지기도 한다. 정말 나에게 기회가 오지 않으면 억울해서 어쩌나 싶기도 하다. 도와주기는커녕, 앞을 가로막는 상사나 동료, 후배들이 미워지기도 한다. 결국 여기까지인가... 이제 퇴장할 시점인데 내가 바보같이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나, 십여 년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직장생활을 통해 깨달은 점은, 일단 버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을 잘한다고 해서 직장생활을 오래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는 찾아온다. 그게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내 옆에 있는 사람도 그런 시기가 있다.
지금 내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지금은 버텨야 하는 시기다. 상황이 계속 나빠지리라 생각하지 말자. 그저 지금은 동굴이 아닌 터널을 지난다고 생각하자. 때로는 터널이 길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내가 계속 멈추지 않고 걸어만 간다면, 어쨌든 터널의 끝은 있다. 나에게만 영원한 터널은 없다.
기회가 왔을 때 잡으려면 어쨌든 경기장에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회를 만들어내든, 운 좋게 옆사람의 패스를 받든, 실수로 놓친 골이 굴러오든, 아님 우연히 어깨에 맞아 골을 넣든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무조건 경기장에 서 있어야 한다. 경기 내내 전속력으로 뛸 수는 없다. 동료가 골을 넣었다면 축하해 주고, 패스를 해서 기회도 만들어주자. 그러다 보면 내 기회가 온다.
오늘도 경기장의 내 자리에 서기 위해 출근하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일은 하고 싶은데 마음이 자꾸 약해져 버티기 힘든가? 전혀 고상하지 않은, 아주 현실적으로 ‘내가 일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라. 아무리 억울하고 괴로워도 버텨야 한다. 아무리 비질을 해도 쓸리지 않는 젖은 낙엽처럼 말이다.
마음이 약해질 때면 상황을 따지고 이해하려 하지 마라. 그저 이 순간을 넘기고 버텨보자고 스스로에게 타일러보라. 어쨌든 경기장에 남아 있어야 볼이라도 차볼 것 아닌가.
- < Plan Z : 여자를 위한 회사는 없다 > by 최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