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하루하루 소중하게
회복실에서 정신이 들었고
나는 달달달 떨고 있었다.
비유적인 떨림이 아니라
실제 이가 탁탁탁 부딪힐만큼 춥더라.
침대는 또 어떻게 옮겨간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시 천장을 바라보며 이동했고
수술실 문이 열리자 걱정 가득한 가족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아직 멍한 상태였고
아이고 너무 추워하네! 어떡하냐!는 말이 연신 들렸다.
입원실에 도착해 따뜻하게 데운 이불을 덮자 추위는 조금씩 사그라들었지만
몽롱한 기분은 계속됐다.
하지만 자면 안 된다고 했고 자도 되는 시간을 알려줬다.
다행히 나는 없이 엄마와 친구들이 병원에서 만난 이야기 등을 들으며 잠을 쫒을 수 있었다.
나는 수달을 유난히 좋아하는데 그걸 알고 수달 인형도 엄마를 통해 전달했더라.
(얼핏 보면 진짜 수달 같음. 인형 퀄리티 무엇...!)
이후 물을 마셔도 되는 시간부턴 구부러진 빨대컵으로 물을 마셨고
(물론 손을 쓸 수 없다. 일어날 수도 없다. 병원 침대의 유일한 장점은 모션베드인데
이 때 아주 유용하다. 전동을 이용해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약간 세워
엄마가 입에 넣어주는 빨대로 물을 마신다.
불효 끝판왕 아기새 아니 다 큰 새.)
그리곤 계속 잤다.
양쪽에 3개씩 피주머니를 차고, 무통주사를 꽂고 있는데
고통이 심할 땐 무통주사 버튼을 누르라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연두색 동그란 버튼이 바로 그것)
하지만 손으로 그 버튼을 누를 수 없고 발도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 불가능...
이 역시 엄마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수술 잘 됐는지 걱정하는 지인들이 많을텐데... 연락 해줘야지 생각은 했지만
양측성 유방암 수술은
폰을 만지고 뭐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
심지어 나는 수술 시간도 기존에 생각한 것보다 더 길었다.
그것 때문에 가족들이 더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던 것.
나중에 교수님께 들어보니 나는 유난히 피부가 얇아 더 정밀하고 힘든 수술이었다고.
그래서 더 오래 걸렸다고 하더라. 그 과정에서 혈관에 상처가 났고
금세 멎어야할 피가 멎지 않아 재수술을 준비해야하는 상황까지.
실제로 피주머니에 피가 비커 단위로 모였고 (원래는 시험관 단위로 모인다.)
그걸 보고 있자니 꽤나 공포스러웠다.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수술 바로 다음 날 다시 수술이라니... 괜찮을까 걱정과 함께 머리가 하얘졌다.
그렇게 잠 못 이루던 새벽이 지나 아침이 왔고
일단 수술대에 다시 오를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조금씩 출혈이 줄어드는 것 같으니 수술 대신 경과를 지켜보자신다.
휴... 다행이다...
사실 수술이라는 건 아주 안 좋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거고
꼭 수술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위험이 도처에 깔린 만큼
우리 모두 오늘, 지금, 이렇게 무사히 이 글을 쓰고, 보고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인 게 분명하다.
물론 그 감사한 삶은 '그리고 아무 문제없이 그저 행복하게 잘 나았습니다.' 같은 동화 속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