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첩의사 Oct 19. 2023

나란히 붙어있는 시작과 끝.

결혼식장 바로 길 건너 장례식장



나란히 붙어있는 시작과 끝.


결혼식장 바로 길 건너 장례식장




1.


시작과 끝은 중요하다.

중요한 만큼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의 시작과 끝 모두 환영, 축하 그리고 격려를 함께해 준다.  입학식과 졸업식. 마라톤 출발점과 골인 지점. 시작을 축하해 주며 모두 박수로 시작해 성공적인 마무리를 축하, 격려해 주는 것으로 끝맺는다.




 인생에서 시작과 끝은 결혼식과 삶의 마감하는 장례식장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곳 모두 일정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두 축하, 애도를 하는 공간이다. 물론 출생, 산부인과가 인생의 시작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성인이 되며 한 가정을 이루는 결혼식이야말로 본격적인 성인, 인생 시작이다.



주말, 휴일 점심시간 전후로 약 한 시간의 시간 동안 헐레벌떡 입장, 퇴장 그리고 하객들에 인사가 메인이 된 결혼식장. 그에 반해 2박 3일간 고인을 애도하고 남겨진 가족들에 위로해 주는 장례식장. 누군가를 축하해 주러 기꺼이 주말 시간을 내어 가서 축하해 주고, 주로 저녁, 밤 시간에 달려가 슬픔을 나눠주고 위로해 준다. 이 두 가지를 한마디로 애경사라고 한다.




 저 멀리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이 이웃하여 보인다.

길 하나를 두고 시작과 끝을 축하, 애도하는 공간이 마주 보고 있다. 이전에도 여러 번 보았지만 오늘 보는 광경은 새삼 다르게 보인다. 아마도 나는 저 두 건물 사이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

 30여 년 전 할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가 생각난다.

 큰아버지 시골집에서 전통 방식 장례절차로 진행되었다. 모든 것이 가족 친지들, 동네 이웃들이 함께 하였다. 오랜 기간 편찮으셨던 할머니가 이미 이 세상 분이 아니라는 사실에 나는 충격과 슬픔이었다. 얼마 전까지 반갑고 인자한 웃음으로 손자를 맞이해 주었던 할머니 얼굴이 생생하였다. 2박 3일간 장례는 시골집 대청마루에서 곡소리가 계속 났고 중간에 염하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 날 상여를 통해 할머니는 선산으로 모셨다. 가족만 해도 몇십 명이 되었고 친지, 동네 사람까지 함께 슬픔을 나눠주는 장례가 나의 첫 기억의 장례식이었다.




 요 근래 장례식은 모두 장례전문 업체, 장례지도사 도움으로 이뤄진다. 이 또한 이제 집이 아닌 전문적으로 장례식장이라는 공간에서 이뤄진다. 핵가족, 가족 친지들 숫자가 많지 않고 다들 일상으로 바쁜 상황에서 보다 전문적인 업체, 사람들 도움을 받아 슬픈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매장문화에서 화장으로 자연스레 바뀌는 것도 당연하다. 운구차량에 화장장을 거쳐 납골당으로 향하는 절차를 거친다.


언젠가 어느 장례식장을 방문하였을 때, 보통의 장례식장과 건물 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나중에 들어보니 기존 결혼식장을 리모델링하여 장례식장으로 만들었다고 하였다. 시대가 변하며 장례 문화, 방식도 많이 바뀌고 건물의 용도도 그에 맞춰 변해가고 있다.







3.

 통계 자료를 찾아보니  2022년 한 해   결혼은 19만 2천 쌍,  사망자 37만 2천여 명으로 보고되었다. 물론 모든 결혼, 사망자가 결혼식장, 장례식장을 이용하지 않았겠지만 결혼식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이 장례식이 이뤄진 셈이다. 더군다나 주말 반짝 1시간 식이 아닌 2박 3일간의 장례식장 사용되는 것이기에 결혼식장에서 장례식장으로 업종 변경은 쉽게 이해 간다.





시작. 끝.

아무리 길게 수타면을 뽑더라고 면발의 시작 지점과 끝은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한 가정을 이루는 부부, 두 성인도 언젠가 인생을 떠나게 된다. 그것이 산부인과 출생에서 요양병원, 장례식장으로 마무리로 설명할 수도 있다.


 저기 보이는 두 건물 중 오른쪽에서 어느 부부는 환호하며 결혼식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바로 길 하나 건너 장례식장으로 언젠가 갈 것이다. 몇십 년 후 아주 멋진 인생을 살다가 더 멋지게 인생을 마무리하고 누구나 가고 싶어 한다. 다시 보니 장례식장은 OO 요양병원 부설 장례식장이라고 쓰여있다. 정확히는 결혼식장에서 시작한 인생, 요양병원에서 인생 마지막 몇 개월, 몇 년을 보내다가 결국 장례식장으로 간다.




 인생, 사회는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개인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삶인지 무엇인지, 어떻게 살다가 가는지 모르지만 모두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은 당연히 정해진 순리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목숨 붙들고 있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