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집에 안 가세요?" 매일 아침 7시 30분
1.
"선생님은 집에 안 가세요?"
"매일 여기에만 있는 것 같아요!
매일 아침 7시 30분에 정확히 오세요!"
"집에 안 가시죠?"
나는 벌떡 뛰며 말한다.
환자가 말하는, 정확히 10대 학생이 나에게 질문하는 것이 질문보다 더 크게 대답한다.
"아니지!
나도 집에 가서 아들, 딸하고 놀아준단다!"
그런데 선생님, 교수님은 매일 여기에만 있는 것 같아요.
병원에서만 계속 계신 것이죠?
매일 같은 시간에 정확히 저 보러 오시잖아요?
회진, 환자를 보러 매일 같은 시간에 간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가려고 노력한다. 아마도 루틴으로 그 시간에 꼭 간다. 간혹 초응급 환자나 응급수술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루틴대로 같은 시간에 회진을 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이 환자, 10대 환자를 본다.
같은 자리, 같은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는 나를 하루에도 여러 번 본다.
여러 번이 아니라, 이 병원에 와서 가장 처음, 그리고 가장 많이 본 의사다.
밤 12시.
그날 밤, 내 졸음과 피곤함이 눈꺼풀과 양어깨를 누르는 그 순간. 이 학생이 나를 처음 만났다. 물론 학생의 산소 포화도, 혈압 숫자, 그리고 고통스러운 목소리들은 내 뇌안에 중추를 바짝 깨워버렸다. 10여 분 전 119를 통해 전화 연락 온 환자 상태를 듣고 곧바로 커피믹스를 마셨다. 졸림을 깨우고 머리 안에 카페인을 공급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학생을 본 순간 그 이상으로 정신이 각성, 깨어버렸다. 정신이 바짝 들어 새벽까지 이 학생에 매달렸다. 물론 그 새벽에서 끝이 아니라 며칠 동안 중환자실, 그리고 이제 조금 안정된 상태로 일반 병실에서 치료하고 있다.
얼마 전 엽떡을 먹고 싶어 시켜 먹을까 하는 고민하는 학생 모습을 보며 내 마음도 다소 편해졌다. 사람은 식욕, 먹고 싶은 것이 생긴다는 것은 많이 회복되고 기존 정상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2.
"안녕히 잘 가세요!"
회진을 마무리하고 환자가 인사한다.
10대 여학생이다.
많이 아프다. 여기저기 다치고 수술하고 여러 부위가 심하다.
그러나 밝다.
하루가 다르게 회복하고 좋아지고 있다.
'안녕히 잘 가세요!' 힘차고 밝게 인사하는 목소리를 들으면 나도 힘이 난다.
아마도 그 잘 가시라는 말에서는 다음날 아침 또 7시 30분에 만나자는 말이 담겨 있다.
물론 나는 이 인사가 아니더라도 내일 같은 시간에 아침 회진을 한다.
간혹 초응급 환자나 수술이 있는 경우는 시간이 어긋날 수 있지만, 내 스스로 꼭 지켜야 할 약속이자, 환자와 나 사이에 지켜야 할 신뢰이자 치료의 시작이다.
이 아이를 보면서, 이제 막 10대가 된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마음을 항상 갖은 채 이 아이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바라보고 치료하였다. 물론 이 아이의 아빠와 엄마, 즉 나와 같은 부모 된 동료애도 함께 느껴졌다. 매일 이 학생 옆자리 보호자용 간이침대에 아빠와 엄마가 번갈아가면서 자리를 지킨다.
3.
집에 간다.
정상적인 퇴근은 한 달에 딱 10번이다. 남들과 같은 오후 5시. 6시 즈음에 기쁜 마음으로 집을 향하는 것. 나머지 1/3은 집에 못 간다. 나머지는 남들 일하기 시작하는 낮 시간에 퇴근한다. 눈꺼풀이 반 이상 감기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터벅 걸어간다.
이 아이를 처음 본 날, 밤을 거의 지세고 다음날 점심 즈음 퇴근하였다.
이 아이는 내가 이렇게 퇴근하는지 모를 것이다.
아마 내가 퇴근을 못하고 여기서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마 의학 드라마를 많이 봐서 병원에서 먹고살고 지내는 의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학생아~
OO 환자분~
내가 퇴근하면 ( 나와 같은 사람이 퇴근해버리면 )
학생 같은 환자, 또 다른 환자들은 누가 치료를 해줄까?
언제 집에 가느냐는 학생 질문에 나는 웃으며 말한다.
"학생이 빨리 나으면 경첩의사는 집에 갈 수 있단다."
"맛있는 것 잘 드시고~ 빨리 나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