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에미상이 열렸습니다. 한국계 감독 이성진님이 연출한 ‘BEEF(성난 사람들)’가 8관왕을 수상했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화제가 되었죠.
저도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이 많은지라, 에미상을 여러 각도로 살펴봤습니다. 이번 에미상과 인상 깊었던 4가지 정도 꼽아 공유해 드립니다.
1. ‘내 이름은 이성진’
이번 에미상에서는 한국계 감독과 배우가 주인공이었습니다. ‘Beef(성난 사람들)’라는 작품이 8관왕을 수상했고요. 주연 배우인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의 감독인 이성진님도 감독상을 탔습니다. 이성진님은 한국에서 태어나, 9개월차 어린 시절에 미국으로 이주했다고 하고요. 중간에 한국에 와서, 초등학교 3~5학년만 보내고, 다시 미국으로 갔다고 합니다.
원래 ‘소니 리(Sonny Lee)’라는 이름을 썼다고 하는데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당당하게 한국식 이름을 쓰는 걸 보고, 자신도 원래 이름을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 에미상을 보며, 미국 IT 업계에 인도계가 주름을 잡고 있는 것처럼,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한국계 인건가?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역시 한국은 '놀고 즐기는 게 무엇인지' 아는 민족인가 봅니다.
2. ‘엘튼 존, EGOT 대열 합류’
엘튼 존이 EGOT 대열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EGOT는 미국 4대 시상식의 이름 앞글자를 따서 붙인 단어입니다. 방송계의 가장 권위있는 상은 에미상이고요. 음악계는 그래미상. 영화계에는 오스카상. 연극&뮤지컬계에는 토니상이 있습니다.
이 4개 시상식에서 모두 상을 탄 사람을 'EGOT 그랜드슬램에 성공했다'고 하는데요. 이번에 엘튼존이 76세를 맞이해 에미상에서 수상하면서, EGOT의 역대 19번째 인물이 되었습니다.
엘튼존이 수상한 작품은 LA다저스 홈구장에서 진행한 콘서트 라이브 버전인, ‘엘튼존 라이브:페어웰 프롬 다저 스타디움’이라고 하네요. 작품은 디즈니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3. ‘TV 전성시대는 여기까지?’
이번 에미상을 놓고,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이 눈에 뛰었는데요. ‘축하해, 그리고 TV 전성시대에게 안녕을(Congrats, and Goodbye, to Peak TV)’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피크TV(Peak TV)라는 단어는 ‘티비 전성시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미디어 업계의 관용어입니다. TV 드라마 제작 붐을 일컫는데요. 지난 20여년 간, 높은 퀄리티의 역대급 드라마 시리즈가 쏟아졌었습니다. 피크TV의 시작은 2010여년 정도라 보는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2005년 방영을 시작한 프리즌브레이크가 첫 시작입니다.
칼럼의 요지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TV 드라마 제작수가 꾸준히 늘어났지만, 앞으로는 증가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작년에만 599개의 시리즈가 제작되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경제 위기와 함께, 제작사들이 이제는 수익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구독을 해제하고 있고, 광고 시장도 약해졌고요. 작년 미국작가조합 파업도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이번 에미상 후보에 지원한 작품 수도 5% 줄었다고 합니다. 특히 리미티드 시리즈는 16%가 감소했습니다. 리미티드 시리즈(Limited Series)는 미니 시리즈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1개 시즌만으로 완결되는 작품을 의미합니다. 체르노빌, 퀸즈 갬빗, OJ 심슨 파일: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그리고 이번에 Beef(성남 사람들)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고요. 이번 ‘Beef(성난 사람들)’도 리미티드 시리즈 작품입니다. 지난 10년이 리미티드 시리즈의 전성기였다고 합니다.
리미티드 시리즈는 제작사 입장에서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왕 투자하는 거, 한가지 세계관과 스토리 안에서 여러 개 시즌이 흥미롭게 이어지게, 꾸준히 만들어 가는 방법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니깐요. 돈이 많을 때는 상관없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는, 리미티드 시리즈(미니 시리즈) 같은 작품들은 후순위로 밀려난다고 합니다.
경기가 어려우니,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선택과 집중을 하는 모양새입니다.
4. ‘에미상이 떠나간 동료를 보내는 방법’
에미상에서는 In Memoriam이라는 세션이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세상을 떠나간 TV Family 이자 동료를 추모하는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찰리 푸스와 The War and Treaty라고하는 듀오 그룹이 노래를 부루며, 동료를 추모했습니다.
찰리 푸스가 ‘See you again’을 부르며, 고인이 된 동료들의 모습이 화면으로 비칩니다. The war and Treaty도 함께 노래를 부르며 공연을 이어나가고요. 동료들이 사진으로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호응합니다.
‘See you again’ 노래에 이어, 미드 프렌즈의 주제곡이었던 ‘I’ll be there for you’ 노래가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프렌즈의 왕팬이기도 했었어서, 좀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여러 고인들의 모습이 비춰지다가, 미드 프렌드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매튜 페리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등장하며 마무리됩니다.
영상을 공유드리니, 같이 살펴보세요. :)
아듀, 매튜 페리.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