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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Soo Jul 06. 2018

베트남 유랑기 Part#5

내가 머물고 있는 하이퐁의 속살 보기


하이퐁에서의 생활을 하며 제대로 이 도시를 탐닉해보지를 못했다. 주변에 있는 하롱베이, 갓빠 등등의 여러 곳은 다녀보았지만 말이다. 마침 쉬는 일요일 오전 느지막이 카메라를 둘러메고는 길을 나서본다. 하이퐁시의 면적은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 보다 그 사이즈가 월등히 크다. 인구 역시 1.5배로 일요일 도심 중앙은 사람들로 인산인해 우선 발걸음을 내디딘 곳은 이 도시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철도 골목. 하이퐁 항구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철도는 우리나라 군산의 철도마을과 인도의 그곳과 분위기가 많이 흡사하다.

"음.. 좁은 골목으로 기차가 지나는 걸 볼 수 있겠는걸?" 하며 나섰던 기대는 골목 어귀에 들어서서 무참히 내려앉고 말았다. 이런 써글.. 일요일은 기차가 지나가지 않는다나 뭐라나.. 어쩌겠는가, 이 또한 여행의 한 부분인 것을.. 그렇게 한동안 철길을 걸으며 번화한 도심의 뒷골목을 누비기 시작한다.



결혼식을 치르는 집을 지나고, 빨래를 내다 너는 주부의  수줍은 미소로 눈인사를 받으며, 작은 부뚜막에서 보리죽을 끓이는 할머님의 뒷모습과 조우한다. 이리 오라는 주름진 손짓에 "저요?" 하는 눈빛을 건네니 미소 지어 끄덕이는 인자함 그 인자한 미소에 이끌려 다가가니 시원한 메밀차 한잔을 건네주신다. 베트남 말로 뭐라 뭐라 하시는데 넘겨짚어 생각하니 "날이 더워, 그러니 이거 한잔 하고 가."라는 의미이지 싶었다. 차갑게 날이 선듯한 유리잔에 가득한 메밀차의 맛이란 목대울에 서리가 앉을 정도의 알싸한 차가움이었고, 생면부지의 외국인에게 건네는 이 나라 사람들의 본연의 친절함이지 싶다.


"지금 만드는 게 뭐예요?"라는 의미로 건네는 바다 랭귀지를 알아들으셨는지 손으로 뭔가를 떠먹는 시늉을 하신다. 그리고는 툭 내던지시는 영어 한마디, "hungry?"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으나 마냥 "ok"를 할 수는 없어서 괜찮다는 의중을 보이고는 감사의 인사로 대신하고 자리를 뜬다.
슬슬 머리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한 낮이 되고 버릇같이 뒤집어쓴 모자 속은 찜기 같은 열기가 달아오른다.

"젠장.. 왜 하필 검정 모자를 쓰고 나왔을까?" 라며 툴툴..

한동안 철길을 걸었다. 그저 어릴 적 생각이 나서였을까? 마포에서 자란 그 시절 당인리 발전소까지 석탄을 옮기는 철도가 지나는 철길 옆동네, 하루에 세 번 지나는 기차가 올라치면 온 동네 아이들이 몰려나와 철도 위에 십 원짜리 동전을 올려 납작 콩을 만들기도 하고 대못을 올려놓아 납작하게 만들어 칼을 만듭다시던 그때가... 해가 가려져 그늘이 진 담벼락 밑에 앉아 뜨뜻미지근해진 생수 한 모금을 하며 잠시 옛 생각에도 젖어보는 베트남 하이퐁의 한낮의 나른한 시간이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오후 2시를 지나고 있다. 배고픔이 그 정점을 찔러 이미 위장이 마비가 되어 허기짐도 잊고 다녔다. 다시 메인 스트릿으로 나와 둘러보니 낯익고 반가운 간판에 시선이 꽂힌다. 롯데리아 어찌나 반가운지 한 걸음에 들어가 가장 먼저 에어컨 앞에 우두커니 서서 흐르는 땀을 말려본다 이곳의 햄버거는 상당히 고급 음식에 속한다 우리나라처럼 간편하게 가볍게 끼니를 때우는 간편식의 개념이 아니다 그 이유는 가격 자체가 우리나라의 가격과 거의 대동소이 하기에 이곳의 가치로 생각을 하면 그다지 저렴하면서 간편한 음식은 아니다. 주로 중산층 자녀들, 그리고 그 가족들이 외식으로 생각하고 오는 한 마디로 식당의 개념이다. 주문한 쉬림프 더블버거 세트를 들고 창가 테이블에 앉아 포만감 충만한 망중한을 즐겨본다. 어김없이 달팽이관에 날아 들어와 꽂히는 오토바이와 차량들의 클랙슨 소리, 매장 내에서 울려 퍼지는 젊은 베트남 친구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그리고 내 입을 통해 귀로 전달되는 햄버거 새우 패티가 씹히는 소리.. 모든 소리가 맛있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자리를 옮겨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앉아 오랜만에 휘핑크림 뺀 카페모카 한잔의 여유를 느껴본다.



항상 떠나 올 때마다 툭 하고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너에게 여행은 뭐니?

어찌 보면 여행에 미쳐있는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치 고는 참 유치한 질문일런지 모르겠지만 머물고 있는 장소와 그 장소가 지니고 있는 느낌이 다 다르듯이 항상 그 질문에 대한 답도 다르더라. 어떨 때는 기쁨이기도 했다가, 어떨 때는 풀어냄을 쏟아내는 대상이기도 했다가, 그리움이기도 하고 아픔이기도 하며, 그저 단순히 여행은 삶이기도 하다. 그렇게 매번 떠날 적마다 달라지는 답을 잡아채기 위해서 사진을 담는지도 모르겠으며, 그 사진에 이야기를 덧입혀 이렇게 글을 써내려 가는지도 모르지.. 어쨌든 그 이유가 무엇이며 답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뿐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이에게 필요한 게 여행이 아닐는지.. 그 여행이 삶의 작은 쉼표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있다 보니 하이퐁 타운에 석양이 내려앉는 시간이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 오렌지 빛을 향한다. 떨어지는 해, 퍼지는 붉은 석양빛 연신 카메라로 담고 있는데 지나가는 한 베트남 청년이 한 마디 한다.

"이런 석양은 보기 힘든 광경입니다."라고 하며 나 보고 복 받을 거란다. 고맙다는 말을 던지며 속으로 로또복이나 받았으면 좋겠다를 읊조린다


그렇게 하이퐁의 하루는 천천히 아주 느린 속도로 지나고 있다.


여행은 항시 그렇다.



여행을 떠나보면 안다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아름답고 선명하다는것을, 어쩌면 우리는 그리워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닐는지...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최 갑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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