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끄적 Feb 02. 2023

시골살이

봄은 오고

이번 겨울은 유독 추웠다

거짓말 보태서 걷다가 얼어 죽을 것 같았다

그런 지독한 겨울의 끝자락...

1월의 마지막 날에

겨울과 함께  콩콩이도 떠났다

평범한 그날...

퇴근하고

시동을 걸고

손따, 응따, 히터를 켜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통화를 하며

오는 길에 녀석들 간식도 한 봉지 사고

길녘에 눈이 녹아 없어진 걸 보며

'이젠 봄이구나... 좋다'라고 독백도 하며

룰루랄라 집에 왔다

1월 들어 처음으로 바람이 포근한 날이었다

간식을 주면서 누구누구 있나 확인도 하고

다롱이와 사료를 가지러 가는데...

하얀 눈 위에 콩콩이가 누워있었다

녀석의 온기에 주변에 눈이 녹아있었고

온기를 나눠준 녀석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콩콩인 그렇게 너무 일찍 소풍을 갔다

"추운 날 다 지나가고 이제 봄인데..."

감지 못한 눈을 감겨주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소리 없이 우는 것이었다

식어버린 작은 발을 꼬옥 쥐어도 보고

등을 쓰다듬어도 보고

훌쩍이며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 어디가 아팠을까?

왜 무엇 때문에 떠났을까?

아침까지만 해도 밥을 먹는 걸 봤는데...

얼마나 날 기다렸을까...

바보. 멍청이...'

나를 괴롭히는 수많은 단어들이 머리에 가득했다

그리고 내뱉은 한마디는

"미안해 콩콩아..."였다

다음 생엔

나도 나의 반려동물들도  다 바람으로 만나면 좋겠다

다 같이 자유롭게 어디든 날아갈 수  있을 테니까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연이랑 똘똘이랑 만나서 놀며 기다리렴...

봄은 오고

너는 떠나고

슬픔은 남겨진 자의 몫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시골살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