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1. 글을 쓰기 시작하고 30분이 지나면 글을 멈춘다.
갑자기 든 생각이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어떤 글을 쓸가, 글로 어떻게 내 생각을 펼칠 수 있을까? 그리고 글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싶을까? 사람들이 긴 글을 읽을까? 팔리는 글을 써야할까? 잘 읽히는 글을 써야 할까?'
너무나 잘 알다시피, 생각이 많아지면 아무런 글을 쓸 수가 없게 되는 함정에 빠진다. 그래서 슬쩍, 아무렇지 않게 외면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삶을 살았다. 글을 쓰지 않는다고 삶을 못살지는 않았다. 그저 이를 닦지 않고 잠이 드는 기분처럼, 한켠에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을 뿐이었다.
갈증은 자꾸만 커졌다. 왜지? 글을 쓰는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않아도, 시간을 쏟아부어서 글을 쓰지 않아도, 살아가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회사에 다니고, 일을 하고, 돈을 받고, 그 돈을 쓰고, 가족과 하루를 보내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은 다른 여유가 들어올 틈도 없이 가득차 있었다. 그래서 아마도 잊을 수 있었다.
하는 일이 금융이라, 하는 일이 매번 같으면서 새로워서, 정신이 없었다. 업무적으로 글을쓰고, 업무적으로 메일을 보내고, 업무적으로 말을 하다보니 두서가 없어졌다. 분명 나는 나의 자아를 사랑하고, 나의 자아를 표현하는 사람이었는데, 효율성에 갇혀서 감성도 잊었고 어느덧 뒤돌아보니 업무용 인간으로 변해있었다.
그래, 업무용 인간...
난 어쩌면 그 업무용 인간의 효율성에 만족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효과적이고, 시간 낭비하지않고, 철두철미한 나의 길이 나를 표현하는게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몇년이 흘렀다. 애지중지했던 브런치는 어느덧 소외되었고, 나는 사회에서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내 글은 여전히 읽혔고, 가끔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남아있었다. 2024년이 되어서 내가 작성했던 글을 다시 읽어보는 시간들을 가졌고, 내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 깜짝깜짝 놀랐다.
나... 좀 썼네?
그래서 글을 써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마음을 먹었지만 행동은 쉽지 않았다. 항상 지쳐있었고, 업무가 끝나면 뇌를 쉬어야했다. 영업이 있었고, 투자가 있었다. 그래 다 변명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변명으로 친하게 지내는 형에게 말했다.
"형 회사에 남는 노트북 하나 줘! 그럼 내가 글을 쓸게!"
어처구니 없었겠지, 뭐 이런 놈의 자식이 있나 싶었겠지. 나는 나 나름대로 방어를 해보았다. 비겁하게. 여기서 노트북을 받지 못하면, 나는 글을 안써도 괜찮겠지. 안주하고, 안심했다. 안줄거 같아서 만날 때마다 웅얼거렸다. 지겨웠던 걸까... 그 형이 내게 말했다.
"너... 내가 노트북주면 글 쓸거야? 그럼 내가 너 내가 쓰던 노트북 준다!"
"아~ 그럼 언제든지 얼마든지! 나는 자신있어!"
그렇게 노트북을 받았다. 큰일이 났다. 어떡하냐.
충전을 한다고 며칠 노트북을 소외시켜두었는데 죄책감이 들었다.
아... 글써야 하는데, 아 언제쓰지. 아 책상을 사야하나?
또다시 변명이 시작되었다.
어떤 글을 쓰지? 어떤 내용을 쓰지? 얼마나 잘쓰지?
그러다 문득 아침에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다가 이것저것 사념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서두에 적어둔 규칙이 생각났다. 그래 매일 글을 쓰자, 매일 1page - 2page씩 글을 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는데, 나는 지금 무엇을 쓸지 몰라야 하니까 아무거나 생각나는 걸 써보자.
그래서 30분간 글을 쓰기로 했다. 30분간 최선을 다해서 생각나는 주제로 글을 쓴다. 그리고 30분이 지나면 어떤상황이 되어도 글을 멈춘다. 이게 오늘 정해진 첫번째 원칙이고, 이렇게 첫번째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규칙을 정하고 나니 멋들어진 제목을 만들고 싶었다.
마구마구 떠오른 글들을 아무렇게나 마구 쓸 것이니 일단 사념집으로 하자. 근데 사념집이라 하면 너무 그냥 재미가 없을 거 같은데, 너무 사려깊지 않은 느낌인데...? 오? 사려하지 않는 사념집 좋은데? 아무도 사려고(buy)하지 않으면서 읽을 사람을 특정하지 않는 무관심함, 사려깊지 않은 글쓰기에 나의 사려(思慮)를 적는 여러 이중적인 느낌이 딱이구나?
그렇게 시작된 나의 첫글이 오늘이고, 이 글이다.
30분이 약 5분 남았는데, 더는 쓸 내용이 없다. 음... 어떡할까
좋아! 새로운 규칙을 만들자!
규칙 2. 30분이 지나기 전에 주제에 대한 글을 다 쓸 경우 글을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