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순간
<스페이스 공감>에서 세월호 특집 '노래가 필요할 때' 준비를 하면서 장소 섭외를 하러 갔었다. 그때 우리가 막연히 생각했던 건 '바다', 그리고 '안산' 근처면 좋겠다는 정도였다.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다가 안산 쪽에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고 바다로 쭉 뻗어있는 길을 하나 찾았다. 길이 쭉 뻗어있고 끝까지 가면 바다와 맞닿아있는 곳이었다. 여기가 음악과 어울리는 장소일까 싶어서 촬영감독님이 노래를 틀었는데 그게 로로스의 <Time>이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바닷물을 만져봤는데 너무 차가웠다. 아이들이 이 바다를 지나 제주도까지 가려 했다 생각하니까 바닷물이 너무 차갑고 무섭게 느껴졌다. 그때 <Time>을 틀었는데 촬영감독님과 FD, 나까지 세 명이 정말 아무 말도 못하고 엉엉 울었다. 처음엔 되게 무섭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음악을 들으니까 '그래도 우리가 틀린 일을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들렸을 때는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픈 순간이었지만 영상으로 남겨두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 변고은(스페이스 공감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