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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의 순간 Dec 30. 2016

Angel Of Death

음악의 순간

19년 전 내가 살던 경남 진주의 한 동네에 레코드 가게 두 곳이 있었다. 아직 인터넷이 낯설던 시절. 음악을 듣기 위해선 라디오를 껴안고 있거나 해당 음반을 직접 사야 했다. 당시 나는 유독 한 장의 앨범에 목말라 있었는데 바로 슬레이어의 [Reign In Blood]였다. 지금이야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구할 수 있지만 그 때는 그러질 못했던 터라 나는 도저히 구할 방도를 모르겠던 저 앨범에 심하게 집착했었다. 그 시절 지방에서는 오아시스의 <Whatever> 싱글조차 구하기 힘들어 서울 타워레코드까지 갔어야만 했고, 그 유명한 판테라 정규 앨범을 들여놓은 레코드숍 하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Mouth For War>도 없는 요상한 편집 앨범 [Vulgar Display Of Cowboys]에 만족해야 했다. 디깅을 해서 찾아낼 수 있는 앨범이 고작 딥 퍼플의 [Burn]인 곳에서 슬레이어 3집은 당시 지방 헤비메탈 팬들에겐 그야말로 전설의 명반이었던 거다. 슬레이어와 더불어 빅포(Big4)로 묶는 메탈리카, 메가데스, 앤스랙스는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슬레이어는 [Show No Mercy]와 [Hell Awaits] 말고는 없었다.
 

그렇게 치열한 수소문 끝에 서울 압구정 상아레코드를 찾았고 거기서 마침내 문제의 [Reign In Blood] 실물을 만지게 된다. 음악 내용을 떠나 샀다는 것만으로 기뻤던 건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앨범을 시디플레이어에 넣고 터져 나온 첫 곡 <Angel Of Death>에 나는 그대로 넋을 잃었다. 250bpm에 육박하는 데이브 롬바르도의 살인적인 더블 베이스 드러밍, 청천벽력 같은 톰 아라야의 샤우팅, 그리고 제프 한네만과 케리 킹의 맹수 같은 인터 플레이는 다른 스래쉬 메탈 밴드들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 슬레이어만의 장기요 장점이었다. 속도(Speed)와 무게감(Heaviness)에서 그 곡은 헤비메탈이 뽐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Angel Of Death>는 내가 메탈리카보다 슬레이어를 더 좋아하게 된 이유였다. - 김성대(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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