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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의 순간 Sep 06. 2016

Every Time We Say Goodbye

음악의 순간

영국 출신의 재즈 보컬리스트 노마 윈스턴은 살아 있는 동안 꼭 한 번 마주하고 싶던 인물이었다. 그녀가 한국을 처음 찾은 건 2013년 9월에 열린 <ECM 페스티벌>을 통해서였다. 나는 만사를 제쳐두고 며칠 동안 그림자처럼 그녀의 뒤를 따랐다. 첫 번째 연주는 9월 4일, (예술의 전당이 아닌)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펼쳐졌다. 


사운드 체크를 마치고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그날 연주할 곡목을 정할 때가 됐다. 머지않아 발표될 새 앨범의 곡들이 하나둘 큐시트의 빈칸을 메워갔다. 그녀가 내게 물었다.


"앙코르도 준비해야 하나요? 보통 녹화 분위기가 어때요?"

"대개는 준비하십니다. 물론 오늘은, 요청이 들어오지 않을 리가 없겠고요."


그러나 딱히 떠오르는 곡이 없는 모양이었다. 이번엔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한 곡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떤 노래죠?"

"2008년 앨범에 실린 콜 포터 원작의 'Every Time We Say Goodbye'입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껏 시도된 무수히 많은 녹음 중에서 선생님이 그 때 녹음한 것이 단연 최고 중 하나라 믿고 있습니다. 제 말은, 전체 재즈의 역사를 통틀어서 말입니다."

"아…. 그런데 그거 알아요? 그 노래는, 녹음할 때, 울음을 참아가며 정말 힘들게 부른 곡이었어요." 


노마 윈스턴의 첫 내한공연이 벌어진 <스페이스 공감>의 사랑스런 무대. 나는 그 1시간 내내 눈시울을 적셔가며 그녀의 노래를 마주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그녀에게 경의를 표하고, 아쉬움을 달래려는 앙코르 요청으로 이어졌다. 노마 윈스턴이 다시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 있는 한 사람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Every Time We Say Goodbye'." ― 김현준(재즈비평가/스페이스 공감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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