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내고 싶은 '올해의 단어'를 정합니다
매년 한 해를 시작할 때 단어 하나를 품는다. 자주 꺼내 볼 단어, 꺼내서 삶을 점검할 수 있는 단어를 정한다.
얼핏 보면 ‘원하다’와 닮아 있지만 목적이 분명하게 있다는 점과 최선을 다해 임하는 태도가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단어의 상태를 떠올려있을 때 꽉 찬 현재진행형인 것도 좋았다. 미래를 향하되, 현재에 충실한 상태를 잘 담은 단어 같았다.
한 해동안 이 단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 건지, 왜 해야 하는지, 그렇게 이루고 싶은 것은 뭔지, 어디까지 온 건지 확인할 수 있었다. 멈춰 서서 현재의 상태를 인지하게 만드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자고 응원을 주는 단어였다. 매년 단어를 정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말의 힘, 말이 가진 의미의 힘은 생각보다 세고 든든하다.
올해의 단어를 정할 땐 단어를 찾기보다 그저 계속 생각한다. 앞으로 삶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어떤 사람이 되어갈지. 이런 생각들을 내 안에서 가만 유영하게 두고 있으면 어느 날 적당한 단어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이 발견의 순간은 좀 짜릿하다. 그동안 맴돌고 있던 생각들이 수렴할 수 있는 하나의 단어를 찾았다는 전율이 있다.
‘인식’이란 단어를 곱씹으며 왜 이 단어가 마음에 떠올랐는지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자연스러운 흐름 같았다. 작년에 난 잠깐 멈춰 서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리려고 애썼다. 회사 일이라면 목표에 맞게 잘 진행되고 있는지, 운동을 할 때면 지금 알맞은 근육을 잘 쓰고 있는지,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면 지금 내 기대와 욕구는 무엇인지 인지하려고 노력했다. ‘인지효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혹은 생기기 전에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
올해의 단어로 정한 ‘인식’은 ‘인지’의 다음단계다. 알아차렸다면, 그다음 무얼 해야 할지까지 알고 행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에 기분이 다소 우울하다고 느끼는 게 ‘인지’라면, 이럴 땐 입꼬리를 한번 쫙 올린 후 깊은 호흡을 세 번 정도 하면 한결 나으니까 이 행동을 해보자고 판단하는 건 ‘인식’이다. 만약 아침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걸 알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하루를 시작했다면? 오후 2시쯤 동료에게 오늘 참 일하기 싫은 날인 것 같다며 한숨을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아 오후 2시라니. 하루 근무시간 8시간 중 반은 지나간 시점이고, 오늘 못 한 일은 내일의 과중업무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침에 내 컨디션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는 건 이틀 치 행복이 달려있는 일인 셈이다.
올해 회사도, 결혼도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처음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걸 알게 됐다. 이번 해에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들을 더 적극적으로 써먹고 싶다. 어떤 행동을 하면 하루가, 한 주가, 한 달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을지 의식적으로 고민하면서 할 일을 결정하고 싶다. ‘인지-판단-행동’의 순환을 의도적으로 계속해서 연습하고 싶다. 결국은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력을 기르고 싶은 것 같다.
올해의 단어 ‘인식’을 떠올리며 1월에 꼭 해야 할 일도 정했다. 경력기술서 업데이트 하기! 매년 써야 한다고 배웠는데 그간 쓰지 못했다. 이제는 한번 정리를 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지금까지 해온 경험들을 정리하고, 앞으로 어떤 경험들을 해나갈지 정리하고 싶다. 벌써 올해의 단어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24년 12월이 되어 다시 한해 회고의 순간이 왔을 때, 난 ‘올해의 단어’로 1년을 어떻게 얘기하게 될까. 한 해동안 품고 갈 단어를 정하는 건 미래를 정하는 일 같기도 하다. 2024년 삶에 어떤 경험과 결정들이 쌓일지, 그 결과는 어떨지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한다.
이제 2024년도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