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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밥을 말아먹는가

by 정예예


육아라는 노동을 몸으로 겪으며 배워가고 있다.
아이를 돌보다 보면, 문득 어린 시절 보았던 젊은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는 스쳐 지나쳤던 엄마의 모습이

이제는 한 장면으로 또렷이 보인다.


엄마는 출근하는 아빠와 등교 준비하는 우리를 챙기고 나면 겨우 한숨 돌린 듯 국에 밥을 말아먹곤 했다.

그땐 몰랐다. 국에 밥을 말아먹는 행위가

양육자가 어떤 상태인지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을.


엄마는 평소 뭘 말아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도 아침식사를 하는구나였지.


오늘 아침, 밤새 서너 시간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린 후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밥상을 차리다가 문득 엄마가 떠올랐다.


내 앞에는 미역국에 밥이 말아져 있었다.


반찬이 있어도 꺼내 차리기 귀찮고, 기운은 빠졌고,

배는 따뜻하고 든든하게 채우고 싶고.

그렇게 국에 밥을 말아 식탁에 앉은 거였다.


미역국을 한술 뜨니 국물이 온몸을 감싸며

피로를 녹이는 것 같았다.

아이를 낳기 전엔 속이 더부룩하다는 이유로

샐러드에 빵을 곁들여 먹는 걸 더 좋아했는데,

지금은 밥이 아니면 기력이 채워지지 않는다.


양육자의 삶. 앞으로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있을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싶다. 자연스럽게.


새롭게 맡은 역할에도 잘 적응해나가고 싶다.

엄마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지는 걸 느낀다.


이 뭉클한 행복, 찡한 마음으로 끝내지 않고 감사와 기대로 마음을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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