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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자유’가 함께 갈 수 있는 단어일까?

by 정예예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 목록을 훑다가 ‘Free’에서 멈춰 섰다.
자유. 왠지 멀고, 조금은 낯선 단어처럼 느껴졌다.


요즘 내 하루는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잠깐 씻으려고 욕실 문을 닫을 때에도 조심스럽고,
식어버린 커피를 몇 번이나 다시 데우다가 결국 포기하는 날도 있다.


아이를 봐줄 이가 없을 땐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갈 때조차 동동거리며 서둘러야 한다.
‘아이를 낳은 이상, 자유는 가끔 어렵게 얻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를 버티던 어느 날,
울던 아이를 안아 달래다가 문득 숨이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아이의 체온이 팔에 고이자 마음에 남아 있던 구석구석의 긴장들이 천천히 내려놓아졌다.
그동안 왜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죄어왔을까.
하루 종일 곱씹어보니, 다른 것들이 보였다.
아이 덕분에 나는 많이 자유로워졌다.


아이의 이름은 해나.
한글로는 태명 ‘햇살’에서 이어져, 해가 나왔다는 뜻.
한자로는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라는 의미를 담았다.


우리 부부는 이 이름에 아침 햇살처럼 밝고 따스한 사람이 되길,가족, 이웃, 친구들과 서로 기대어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것이 복이라고 믿었고, 그 복을 빌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복은 내가 먼저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둥글어지면 좋을 나의 뾰족함들이 아이 덕분에 많이 다듬어지고 있다.


스스로 세웠던 경계들은 느슨해지고, 때로는 허물어진다. 감추고 싶었던 모습들을 드러내고, 도움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상대가 이렇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저렇게 오해하면 어떡하지—예민하게 눈치를 살피던 고민도 조금씩 놓아지기 시작했다.


하루의 끝, 아이가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깨닫는다. 세상이 요구하던 기준과 스스로 만든 울타리에서
조금씩,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다는 것을.


해나 덕분에
나는 오늘도 한 걸음 더 자유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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