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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배 Jun 20. 2018

집 나온 후 100일째 날의 이야기

그 동안 어땠냐면?

출가+102일

늦은 알람이 울린다. 어느새 익숙해진 방의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면 되는 일상이기에 알람이 딱히 의미가 있지는 않다. 음... 오늘이 6월 18일이다. 집 나온 지 딱 100일째 되는 날이네. 100일이 어떻게 지나갔더라.

2018년 3월 11일 배낭 하나 메고 세계를 경험하겠다고 인도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계획은 없었다. 어디론가 가겠지. 그것은 미래의 내가 결정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떠나야만 했다.

첫 여행지인 인도는 생각보다 조금 더, 아니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사기와 바가지로 돈만 80만 원을 넘게 날려먹고 물갈이에 하루 종일 변기에 앉아 있던 적도 있었다. 인도인들의 뻔뻔한 거짓말에 중지를 치켜세우며 싸운 것도 다반사였다.


바글거리는 인도의 릭샤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간 네팔에서는 돈을 아끼기 위해 7일 내내 저녁으로 라면만 먹으며 abc에 올랐다. 흐린 날씨에 4천 미터가 넘는 곳까지 갔으면서도 별 하나 보지 못하고 일출마저 구름에 가려졌다. 뭐 그래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등산은 다시없다.


네팔 히말라야 ABC 트레킹


세 번째 나라 이집트. 사기꾼이 널렸지만, 괜찮다. 나 인도에서 왔거든. 카이로에서 본 피라미드는 티비에서 보던 피라미드였고 스핑크스도 내가 알던 스핑크스였다. 별 감흥은 없었다. 와 진짜 크네? 정도. 피라미드에서 나와서 슈퍼 앞에서 택시 기다리는데 앞에서 까부는 꼬맹이 때릴 뻔했다. 근데 옆에 팔뚝 굵은 형 있어서 참았다.


이집트 카이로 피라미드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배낭여행자의 블랙홀이라는 다합. 이곳에 두 달 동안 살 집을 렌트했다. 6월 21에 마드리드로 가는 항공권 찢어버렸다(사실 e티켓이라 찢지는 못했다). 홍해 바다에서 스쿠버 다이빙과 프리다이빙을 하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늦잠, 다이빙, 맥주의 삼박자를 즐기며 한량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고 어느새 집 나온 지 100일이 되었다.


이집트 다합 프리다이빙


다시 천장이 보이는 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직 누워있다. 언제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100일은 빠르다 아주. 다합 생활이 슬슬 질리기 시작해 터키로 가는 비행기를 끊었다. 7월 9일 터키로 넘어간다. 100일 동안 여행하며 느낀 점은 뭐 그냥 진짜로 재밌었다. 나오지 않았으면 분명 후회했을 거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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