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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배 Jul 26. 2018

여행 불감증, 권태를 넘어서

작은 것에서 부터 찾는 행복

'하... 저녁은 또 뭘 먹지...지겹네'


다섯 달 동안 인도, 네팔, 이집트 그리고 터키까지 돼지고기를 먹지 못해 죽을 맛이었다. 그러다 넘어온 조지아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이 가득했지만, 계속 먹다 보니 돼지고기의 느끼함과 어딜 가도 비슷한 메뉴의 식당은 당연스럽게 질리기 시작했다. 모든 게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은 새로움을 벗어나면 익숙함이, 권태가 되어버린다.


조지아에서 오랜만에 먹은 황홀했던 돼지 바베큐


세계여행을 하겠다고 집은 나온 지 다섯 달 째. 매번 더 감동적인, 더 멋있는 것들을 찾다 보니 기대라는 녀석이 슬슬 커지기 시작했다. 이미 너무 커져버린 기대와 설렘에 기다리던 감동보다는 실망과 지겨움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여행 불감증이 생긴 것이다.


고작 이 정도? 라고 생각했던 카파도키아 우치사르


'에이 뭐야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네 이 정도는 익숙하지'

'엄청 맛있을 줄 알았는데 맛이 없네...'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고, 가고 싶은 곳만 가고, 먹고 싶은 것들만 먹겠다고 말하던 나는 어느새 커져버린 기대의 늪에 빠져 눈만 높아진, 머리만 굵어진 건방진 여행자가 되어있었다. 바보 같은 여행자는 불감증과 권태에 빠져 자신의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떡해야 여행을 다시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모든 순간이 다 내 여행의 일부다. 대단한 것을 찾기 이전에 소소한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자.'


크고 아름다운 경치를 찾고 화려한 것을 보는 것도 내 여행이지만, 길거리에서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는 우연한 작은 것들도 내 여행이다. 마음을 비우니 작은 것들에서부터 행복을 찾기 시작했다. 높아져 버린 기대가 사라지고 여유가 찾아온다. 길거리에서 먹은 케밥이 생각 외로 너무 맛있어 그 하루가 좋아졌고, 숙소의 침대가 너무 편해 그 숙소가 좋아졌다. 한 병에 천 원 정도밖에 안 하는 맥주에 그 나라가 좋아졌다. 웅장한 경치를 보아도 감흥을 느끼지 못하던 나는 그것만의 아름다움을 보기 시작했다. 소소하게 찾아오는 행복을 가지니 불안함이 사라졌다.


우연히 만난 맛있는 음식에 대한 반가움


어느 곳을 가고 어떤 것을 보아도 여행에 대해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던 난 작고 소소한 것들로부터 잃어버린 감동을 되찾았다. 바보 같은 고민은 마음을 비우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해결됐다. 당장 오늘 숙소에서 만들어 먹을 삼계탕에 하루 종일 기분이 들떠있는 나라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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