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네팔로
인도의 이미그레이션 오피스는 그야말로 인도스러웠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사무실로 들어가 여권을 주고 서류를 작성하니 출국을 위한 준비가 끝났다. 짐 검사? 표 검사? 아무것도 없다. 그저 사람 좋은 웃음으로 도장을 찍어주는 배불뚝이 아저씨 밖에.
'이게 끝이야?'
국경을 걸어서 넘는다니. 심지어 그냥 커다란 문 같은 곳으로 들어가니 여기부터는 네팔이란다. 다른 동행들이야 육로로 넘는 국경이 익숙한 듯 보였지만, 인도가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나에게는 걸어서 넘는 국경은 생소하게 다가왔다. 네팔의 국경 사무실은 그나마 책상이 더 많을 뿐이었다. 인도나 네팔이나.
네팔은 인도와 다를 거라는 생각은 보기 좋게 틀려 먹었다. 네팔의 국경 역시 사기꾼들이 득실 걸렸고, 우리는 합리적인 가격에 포카라에 가기 위해 발품을 팔았지만 실패했다. 국경에서만 몇 번을 싸우고 결국 포기한 채 탄 포카라행 지프는 그 가격의 가치에 반의 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이 하고 싶었다. 4130M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별을 보고 싶었다. 단순히 그 이유로 네팔을 가기로 결정했다. ABC 트레킹을 위해서는 네팔의 호수마을 포카라로 가야 한다. 포카라로 가는 길은 산 길이었는데 하필 우리가 탄 지프는 어찌나 오래됐는지 속도를 내지 못해 블로그 등에서 본 후기보다 훨씬 오래 걸려 포카라에 도착했다.
"와 포카라 진짜 너무 좋네"
"와이씨 인도 버려"
저녁쯤 포카라에 도착한 우리의 입에서 나온 첫 말이다. 인도의 찌는 듯한 더위와는 다르게 산이 많고 고도가 높은 포카라는 선선한 바람과 맛있는 먹을거리에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배낭여행자의 블랙홀 중 한 곳이라고 불리는 포카라는 좋은 풍경과 시원한 날씨 그리고 저렴한 물가에 많은 여행자들이 눌러앉는 곳이다. 거기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하기 위한 베이스 같은 마을로 많은 사람들이 트레킹을 위해 모이는 곳이다. 내 목적 역시 히말라야 트레킹이었기에, 퍼밋과 같은 서류를 발급받고 장비를 빌려 ABC를 정복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야 우리 ABC 부수고 와서 삼겹살에 소주 박살내자!"
뭘 그렇게 부수고 박살내는지. 그때의 우리는 히말라야를 가벼운 뒷산 정도로 생각하고 들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