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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배 Nov 07. 2019

고작 저녁 메뉴가 제일 큰 고민이었지.

고작 저녁 메뉴가 고민거리던 그때를 그린다.

이번 달 생활비가 얼마나 남았지? 알바 자리를 구해야 하나? 기말고사 준비는? 호주 워홀 비자는 언제 신청하지? 호주에 가서 잘할 수 있을까? 학교는 어떡하지? 벌써 내년이면 26살인데 나는 뭘 했지?


아이고 머리야. 꿈같던 배낭여행을 다녀온 뒤 현실에 복귀한 나는 온갖 고민들 속에서 살고 있다. 현실이라는 것이 으레 그렇지만 걱정과 고민의 연속이다. 미래에 관한 걱정, 얇은 지갑에 대한 고민 등 크고 작은 고민들이 마음에 무게를 더하는 삶을 살고 있다. 걱정은 우리 인생에 필수적이고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고민 없이 생활하던 날이 나한테 있었나?


"오늘 저녁은 뭘 먹으러 가지?"

"저녁에 해지는 거나 보러 가자."

"오늘 밤은 달도 작은데 별이나 보러 갈까?"


세계여행, 배낭여행이라는 말은 참으로 거창한 이름이지만, 사실은 그저 발 가는 곳, 마음 가는 곳으로 향하던 그때, 나에게는 무슨 고민과 걱정이 있었지? 흔들리는 해먹 위 나에겐 저녁 메뉴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고, 말없이 일몰을 맞으며, 별과 함께 맥주를 즐기기 위해 하루를 쓰던 나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걱정거리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철저하게 나를 위한, 나에 의한 여행과 생활이었기에 그리 할 수 있었다. 저렴한 음식에 감탄하고, 멋들어진 풍경에 감동하던 나에게 감히 고민이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여행이 끝나고 현실에 돌아온 후에는? 계획이란 놈이 항상 지켜지지 않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당시 원하던 계획과 손을 맞대지 못한 후로 새로운 계획과 함께 지금을 살아가는 중이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행복에 겨워하던 예전의 나와 달리 걱정 고민에 찌들어졌다.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 걱정을 끌어안고 있는 나는 편안한 밤을 보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 밤> - 정은이


며칠 전 교내 글쓰기 특강에 김은경 작가님이 초청되어 오셨다. 그녀의 강의 중 들은 한 문장이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의 이상이 아닐까.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아무런 고민이 없는 삶이란 문장은 행복이라는 단어로 말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진짜 성공한 인생이 그런 게 아닐까. 25살의 나이에 대학교 2학년인 나는 현실 속에 살아가며, 터져 나오는 걱정과 고민 속에 저녁 메뉴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지날 날의 기억을 회상하고 그리는 것을 쉽사리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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