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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배 Jun 06. 2018

하나의 별, 자이살메르 낙타사파리

뜨거운 만큼 아름다운

엉덩이가 아프다. 덜커덕덜커덕. 낙타의 등 위는 생각보다 더 불편하다. 낙타를 타고 1시간가량 가면 나오는 사이트에서 캠핑을 즐기는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자이살메르는 오로지 이 낙타 사파리 만을 위해 온 곳이라 다른 곳에 시간을 주지 않았다. 사실 너무 더워서 둘러보기가 싫었다.


내가 탄 대장 낙타. 수고했어!


짜이는 항상 기가 막히게 달다. 달지만 맛있다. 캠핑 사이트에 도착하니 인도인 낙타 몰이 친구들이 불을 지펴 뜨거운 짜이를 끓여준다. 뜨거운 사막에서 조금 덜 뜨거운 짜이. 열 받는 조합이지만, 꽤 괜찮은 어울림이네.


"너희는 왜 안 마셔? 같이 마시자!"

"안돼 우리는 이제 밥 해야 해 너희 빨리 저기 가서 사진 찍고 돌아다녀!"


사진 한 장 안 찍고 옆에서 구경하는 우리가 부담스러웠는지 빨리 가서 놀아라고 떠민다. 이내 냄비에 밥 지을 물을 올리는 몰이꾼 친구들.


뜨거운 사막은 뜨거운 만큼 아름다웠다. 이 정도면 발바닥 정도는 희생해야지 뭐.


모래 색 만큼이나 뜨겁다.


사막의 일몰은 빨리 찾아왔다. 음..? 이게 끝인가..?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고작 이 정도냐고 생각하는 내가 싫어졌다. 옆의 일행들은 일몰의 끈적한 아름다움에 감동한 듯했지만, 나만 그렇지 못했다. 즐기지 못하는 내가 실망스럽다. 앞으로의 여행에서 큰 기대에 빠져 아름다움을 놓칠까 두려워졌다.


"얘들아 밥 먹으러 와!"


친구들이 열심히 만들어 준 저녁은 커리와 차파티, 밥이 전부였지만, 맛있었다. 손으로 밥 먹는 데는 이제 도가 텄지. 포클레인처럼 퍼 넣는다. 한국에서 가장 손으로 밥 잘 먹는 사람을 뽑으면 3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사막의 일몰


해가 빠르게 진다. 사막은 일교차가 커서 낮엔 덥고 밤엔 춥다. 중학교 때쯤 배웠을까. 낮에 이렇게 더운데 밤이라고 얼마나 춥겠어라며 옷을 안 챙겨 온 나는 추웠다. 어휴 멍청하긴. 근데 뭐 어쩌겠어 이미 안 가져온 걸. 인도 여행 초반엔 그렇게 후회를 달고 살던 내가 이젠 후회하지 않는 법을 조금은 터득한 것 같다.


지는 해에 드롭킥.


"사막에 가면 별이 너무 이쁘니까 꼭 별을 보세요"


쏟아지는 별... 은 없었다. 왜냐고? 보름달이더라. 어휴 달도 계산 안 하면서 여행하냐고 한다면 할 말 없다. 무수한 별 대신 유달리 크고 아름다운 달이 빛을 낸다. 달이 이렇게 밝았나? 빛을 받은 사막 커튼 뒤의 실루엣 같네. 별 대신 달이지. 이거도 꽤 예쁘잖아? 달 빛을 받으며 모래 바람까지 같이 받았다. 그건 안받아도 되는데.


알람에 찡그리며 일어나니 온몸이 모래 투성이다. 귀까지 들어간 모래를 빼며 생각해보니 텐트 입구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이네. 맞아도 싸지. 모래에 덮인 채 자는 일행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리고 일출은 못 보았다. 날이 흐려서 해가 안보였다. 해는 못 봤지만 남들보다 일찍 일어난 덕에 아무도 없을 때 멀리 수풀로 가 생리활동을 끝냈다. 사람들이 일어나면 똥 쌀 자리가 귀해질뿐더러 남이 싼 똥을 보며 일처리를 해야 할게 분명했다. 이득.


돌아갈 때도 대장낙타. 앞엔 아무도 없지.


엉덩이가 아프다. 돌아갈 때가 두배로 아픈 것 같다. 낙타에 붙은 파리를 쫓아내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한번쯤은 할 만한? 딱 한 번이 적당한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아무래도 자이살메르에서 낙타 사파리 두 번 했다는 사람은 못 본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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