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만큼 아름다운
엉덩이가 아프다. 덜커덕덜커덕. 낙타의 등 위는 생각보다 더 불편하다. 낙타를 타고 1시간가량 가면 나오는 사이트에서 캠핑을 즐기는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자이살메르는 오로지 이 낙타 사파리 만을 위해 온 곳이라 다른 곳에 시간을 주지 않았다. 사실 너무 더워서 둘러보기가 싫었다.
짜이는 항상 기가 막히게 달다. 달지만 맛있다. 캠핑 사이트에 도착하니 인도인 낙타 몰이 친구들이 불을 지펴 뜨거운 짜이를 끓여준다. 뜨거운 사막에서 조금 덜 뜨거운 짜이. 열 받는 조합이지만, 꽤 괜찮은 어울림이네.
"너희는 왜 안 마셔? 같이 마시자!"
"안돼 우리는 이제 밥 해야 해 너희 빨리 저기 가서 사진 찍고 돌아다녀!"
사진 한 장 안 찍고 옆에서 구경하는 우리가 부담스러웠는지 빨리 가서 놀아라고 떠민다. 이내 냄비에 밥 지을 물을 올리는 몰이꾼 친구들.
뜨거운 사막은 뜨거운 만큼 아름다웠다. 이 정도면 발바닥 정도는 희생해야지 뭐.
사막의 일몰은 빨리 찾아왔다. 음..? 이게 끝인가..?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고작 이 정도냐고 생각하는 내가 싫어졌다. 옆의 일행들은 일몰의 끈적한 아름다움에 감동한 듯했지만, 나만 그렇지 못했다. 즐기지 못하는 내가 실망스럽다. 앞으로의 여행에서 큰 기대에 빠져 아름다움을 놓칠까 두려워졌다.
"얘들아 밥 먹으러 와!"
친구들이 열심히 만들어 준 저녁은 커리와 차파티, 밥이 전부였지만, 맛있었다. 손으로 밥 먹는 데는 이제 도가 텄지. 포클레인처럼 퍼 넣는다. 한국에서 가장 손으로 밥 잘 먹는 사람을 뽑으면 3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해가 빠르게 진다. 사막은 일교차가 커서 낮엔 덥고 밤엔 춥다. 중학교 때쯤 배웠을까. 낮에 이렇게 더운데 밤이라고 얼마나 춥겠어라며 옷을 안 챙겨 온 나는 추웠다. 어휴 멍청하긴. 근데 뭐 어쩌겠어 이미 안 가져온 걸. 인도 여행 초반엔 그렇게 후회를 달고 살던 내가 이젠 후회하지 않는 법을 조금은 터득한 것 같다.
"사막에 가면 별이 너무 이쁘니까 꼭 별을 보세요"
쏟아지는 별... 은 없었다. 왜냐고? 보름달이더라. 어휴 달도 계산 안 하면서 여행하냐고 한다면 할 말 없다. 무수한 별 대신 유달리 크고 아름다운 달이 빛을 낸다. 달이 이렇게 밝았나? 빛을 받은 사막 커튼 뒤의 실루엣 같네. 별 대신 달이지. 이거도 꽤 예쁘잖아? 달 빛을 받으며 모래 바람까지 같이 받았다. 그건 안받아도 되는데.
알람에 찡그리며 일어나니 온몸이 모래 투성이다. 귀까지 들어간 모래를 빼며 생각해보니 텐트 입구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이네. 맞아도 싸지. 모래에 덮인 채 자는 일행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리고 일출은 못 보았다. 날이 흐려서 해가 안보였다. 해는 못 봤지만 남들보다 일찍 일어난 덕에 아무도 없을 때 멀리 수풀로 가 생리활동을 끝냈다. 사람들이 일어나면 똥 쌀 자리가 귀해질뿐더러 남이 싼 똥을 보며 일처리를 해야 할게 분명했다. 이득.
엉덩이가 아프다. 돌아갈 때가 두배로 아픈 것 같다. 낙타에 붙은 파리를 쫓아내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한번쯤은 할 만한? 딱 한 번이 적당한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아무래도 자이살메르에서 낙타 사파리 두 번 했다는 사람은 못 본 것 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