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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챱 Jan 26. 2024

프로덕트 디자이너 생존기-포지셔닝

Aㅏ.................... C.....

나는 내가 무슨 완장을 차던, 하고 싶은 작업이 명확하다. 돈도 돈이지만, 설령 내 몸값이 싸져도 스스로 짱구를 굴려 스스로 커갈 기회를 주는 회사만 골라 찾아다닐 만큼 나는 이 가치에 꽤나 집요하다.

그렇게 수많은 지원<>서류광탈의 반복 끝에 지금의 (두번째)회사를 만났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완벽한 것이 없다.

구성원이 50명이 넘는데도 아직도 Head of Product만을 쪼아대고 디자이너에 대해 마치 작업요청처럼 일감을 던지는 말같지도 않은 사내 협업체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어떻게 해야 내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의 자주성을 찾으면서도, 지금의 체계를 바꿀 수 있을까?


내게 이 질문은, 현재 '나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수준의 질문과 맞먹는 중요도를 가진 새로운 미션이 됐다.


이 글에서는, 저 문제에 대한 나의 해답을 찾기 위해 '현재진행형'으로 시도중인 문제해결 과정기의 몇번의 반복학습 과정과 그 안에서 행했던(하고 있는) 시도에 대해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내가 해내야 할 것은 많다.

나 자신이 현재 부족함을 보이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대한 개발을 포함해, 뭐 아무튼 안팎으로 개선/변화시켜야 할 것들이 있다.



1번째. 퇴근시간 후에도 혼자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고, 회사 프로덕트를 리뷰하면서 문제가 될만한 것들을 파헤치고 다녔다.


왜: 내가 해야하는 일이고, 하고싶은 일이니까. 그럼 해야지.

어떻게: 구직기간동안 이전회사에서 내가 부족했던 측면들, 그걸 어떻게 풀어냈으면 더 좋았을지 생각해둔 것들, 또 PM의 기본 직무와 관점 등에 대한 인강을 몇편 보고 느낀 점들을 바탕으로 

그래서: 실패했다(얼마 못 가 금방 관뒀다).

왜그랬을까:

1. 난 입사한지 1년이 안됐었고, 우리 회사의 경우 컨텐츠가 핵심 비즈니스인데 나는 그 여러가지 컨텐츠들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보니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올바른 문제정의에 어려움이 컸다.

2. 내가 새로 회사에 들어갔을 때 즈음, 회사에 새 CEO로의 교체도 있었던 터라, 비즈니스 방향성부터 시작해 재정의와 무수한 논의가 필요했다. 따라서, 아무리 내가 문제를 찾아보고 해봤자 대부분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뭔 기준이 있어야 그 방향성에 맞게 판별을 하든가 말든가 하지.ㅇㅇ)

3. 실질적으로 정상적인 UI가이드를 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나 밖에 없어서, 입사하자마자 온갖 UI디자인 업무가 쌓여갔다. 옷소매를 걷어부치고 나서 무언가 +로 해보려 해도, 피지컬이 도저히 받쳐주지 못했다.

4. 몇달 간 관찰한 결과, 모든 product 팀 업무의 시작은 항상 그로부터 출발했으며, 아직 조금은 설익은 나의 소통방식 때문에 이해관계자들과의 많은 조율들이 그를 통해 이뤄져올 수밖에 없었다.




2번째. Head of product와 자주 면담하고, 나의 능력을 검증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왜:

1. 매번 우다다다 몰려오는 UI디자인 업무를 쳐내기도 너무 바쁜데, 당장 내 목표를 위한 프로세스 개선에만 신경쓸 수가 없었다.

2. 내가 원하는 것을 쥐고있는 Head of product와 직접 얘기해야 내가 원하는 것을 더 직접적이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 커리어적으로 내가 원하는 바를 이 사람이 잊지 않고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 디폴트 값이 'X나 바쁨'인 그가, 내 커리어를 내가 원하는대로 성장시킬 수 있는 쪽으로 팀 체계와 문화를 세워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4. 아직은 1년이 되지 않아 서로에게 충분한 적응이 되지 않았고, 급한 것들부터 안정적으로 잘 처리해가며 능력을 좀 더 인정받고 충분한 신뢰도가 생겨야, 무언가를 말해도 씨알이 먹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떻게:

1. Head of product가 지적한 이슈 중 하나인 '5G급의 응답속도'를 늦추고, 메시지 내용을 좀 더 꼼꼼히 소화해서 가급적 한번에 원만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덕분에 응답속도는 많이 늦어졌지만, 대신 지저분한 소통이 좀 더 깔끔히 정리가 되어갔다.)

2. 면담을 통해, 나의 이상향과 내가 이 팀에서 기여하고 싶은 업무들, 그러기 위해 내가 제안할 수 있는 마일스톤들, 그리고 그 마일스톤을 달성하려면 나는 무엇을 하는 것이 좋고, 그 사람은 무엇을 해주었으면 좋겠는지 심도있는 대화를 몇차례 가졌다.

3. 열심히 일하면서, 낡아빠진 우리회사의 프로덕트를 부분부분 바꿔갔다.

그래서: 한 40%정도는 성공, 60%정도는 실패한 것 같다. 없던 디자인 시스템을 우리 팀의 상황에 맞게 밑바닥부터 재구축하고, 주니어들에게 조언자가 되어주고, 개발자들과의 협업방식의 개선을 리드하며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필요한 기초 역량들을 검증해내려 했고, 실제로 이전보다 개선된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UI디자인 능력에 대해서도 초기에 Head of product가 새 디자이너에게 바랬던 주요 역량이었기에, 이를 잘 해내준것에 대해 연말평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실질적으로 UI디자이너였고, 내가 목표하던 것과는 많이 다른 위치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기에, 성취는 있었지만 내가 원하던 만큼에 비하면 거의 절반은 또 성취에 실패했다.

왜그랬을까:

1. 관찰해본 바, 부서간 소통방식이나 협업 방식 등에 있어서 리더부터 개인 실무자들까지, 접근방식이 거의 제각각이었는데 심지어 그걸 아무도 교통정리하는 사람이 없었다.

2. 문제가 생기거나 아이디어가 생기면, 다들 일단 Head of product에게 무작정 들고가는 패턴에 너무 익숙해져있었다. (시작점이 자연스레 한 사람에게로 몰림)

3. 회사의 사정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고, 그 또한 변화무쌍한 CEO의 운전실력으로 인해 Head of product 로서 갈피를 명확히 잡기 힘들어하고 있었다. 즉, 그가 내가 원하는 걸 알아도, 많이 신경써줄 수 없었다.



3번째. 가랑비에 옷 젖듯 자연스럽게 이해관계자들에게 침투하고, 좀 더 방향성에 맞는 문제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한다.


왜:

1. 군대도 아니고, 언어장벽도 있는 마당에 내가 "앞으로는 이렇게 해줘!"라고 얘기한다고 해서 쉽게 먹힐 사람들이 아니었다.

2. 습관은 고치기 힘든 것이기 때문에, 서서히 변화시켜가야 했다.

3. 개혁적인 변화는 많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고, 자칫하면 Head of product로부터 오해로 인한 쓸데없는 잔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1. 정기적으로 다양한 부서의 이해관계자들과 커피챗을 통해, 기본적인 인간관계를 구축한다.

2. 커피챗에서 현재 해당 부서의 분기별 목표나 계획, 컨텐츠 매니저로서의 아이디어와 고민, 또는 고객 피드백 등을 통해 확인된 문제사항등을 Head of product에게 도달하기 전에 먼저 살짝 맛본다.

3. Product patrol이라는 자체 공부시간을 정기적으로 만들어, 그 시간동안은 모든 업무요청을 잠시 막아둔 채 우리가 가진 다양한 컨텐츠들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쌓는데 노력한다.

4. 정기적으로 사용자 데이터의 추이를 들여다보며, 내가 디자인 한 것들이 얼마나 퍼포먼스를 내고 있는지, 프로덕트 내에서 심각한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들여다본다.

5. 주기적인 커피챗을 통해 얻은 그들의 고민거리에 대한 인사이트와 추적중인 사용자 데이터에서 발견한 문제점들을 결합해, 비즈니스에 대한 영향도는 얼마나 되는지 분석한다.

기대효과:

1. 내가 제시하는 문제들 중 절반 이상이 Head of product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방향과 일치한다.

2. 큰 규모의 의사결정이나 논의를 제외하고, 그 외 부분들에 대해 다른 부서들의 이해관계자들이 점차 어떤 아이디어나, 이슈 리포트에 대해 나를 더 자주 찾는다.




에필로그

위에 언급된 시도들 중 3번째(2차 iteration)가 현재진행형의 시도인데, 몇달만에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경우에 따라 어떤 것은 노력이, 또 어떤 것은 노력만큼이나 시간또한 요구되기 때문이다. 지금 회사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특성이나 업무 패턴에 대한 나의 인사이트, 문제의 본질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일은 과거 그 어떤 문제들보다도 '인내'가 가장 필요한 문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 물러설 곳이 없고, 어떻게든 이곳을 환골탈태 시켜버리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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