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또는 기획자와 함께 일하는 UX/UI 디자이너에게.
디자이너로서의 첫 취업 후 1년, 2년... 그렇게 실무에 둘러싸여 지내는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워낙 조금씩 다양한 경우들을 겪어왔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임에도 자연스럽게 무시하거나, 혹은 나도 모르는 새 내 머릿속에서 잊혀져가는 것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것들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면서, 의식적으로 그것을 체화시키려 노력중이다.
이번 글에서는, 앞서 말한 것에 해당되는 것중 하나인 '디자인 목표 세우기'에 대한 중요성 및 그것의 장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아울러, 경험을 통해 얻은 '디자인 목표 세우기에서 유의해야할 것'들에 대해서도 함께 적었다.
내가 이렇게나 디자인 목표설정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 비즈니스적 요구사항과 그 디자인 결과물이 속한 업무의 Goal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한 명확한 디자인 목표를 세우면, 그 디자인 업무가 아예 이리저리 널을 뛰는 것을 방지해줄 수 있고, 지금 주어진 업무에 대한 scope을 명확하게 그려볼 수 있으며, 그렇기에 나중에 시간이 지나 디자인을 검토할 때에도 수정할 부분이 있을지언정, 거대한 피봇팅까지 갈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2. 디자이너에게 있어, 한줄기 빛을 품은 등대가 되어준다.
어찌보면 첫번째와 이어지는 것이기도 한데, 디자인 목표는 디자인 레퍼런스를 서치하는 동안에도, 그리고 이런저런 다양한 안의 디자인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유용한 참고자료가 되어준다. 레퍼런스 서치를 하는데 있어서는 내가 무엇에 초점을 맞춰 어떤 레퍼런스들을 찾아야 하는지 길라잡이가 되어주며, 디자인 작업 와중에는 올바른 테두리 안에서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시자의 역할 또한 해준다.
이 감시자의 역할은 사실 개인적으로 나에게 굉장히 유용한데, 그 이유는 나는 항상 가장 본질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그 문제, 또는 목적의 근본을 건드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작업중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점점 흐름을 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자인 목표를 디자인 작업시 한쪽에 써두고 가끔 재확인해가며 업무를 하면, 가장 우선순위에 놓인 것을 현명하고, 안전하게 잘 끝낼 수 있다.
디자인 목표를 세우는 과정은, 어찌보면 굉장히 간단하다. (미래에 탄생할)새 디자인 솔루션을 통해 해결되어야 하는 것(achieve, resolve)들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면 되는데, 대충 과정은 이렇게 진행될 수 있다.
1. 디자인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명확히 한다.
2. 초안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고 동의를 얻는다.
3. 필요시 수정하여 다시한번 디자인 작업에 관계된 이해관계자들과 합의를 본다.
디자인 전공을 한 사람이거나, 혹은 에이전시에서 프로젝트 비딩을 위해 디자인작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디자인 컨셉'이라는 요소에 익숙할지 모른다. 나 또한 실제 제안작업 시 꽤 자주 봤던 것이고, 실제 내 과거 포트폴리오에서도 한번 써먹은 전적이 있는데, 어쩌면 이 '컨셉'이라는 요소가 지금 내가 소개하는 디자인목표와 거의 유사한(아니, 실질적으로 그냥 같은 건데, 이름만 달리 부르는 것 같다) 개념이다.
사실 디자인 목표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대해서는, 그것이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방식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별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속 빈 강정을 위해 시간낭비하지 않고, 유용한 디자인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는 다음 몇가지 유의사항들을 알아두면 좋다.
1. 다른 이해관계자들 또한 디자인 목표를 바탕으로, 주어진 디자인 선택지들에 대해 적합성 여부를 평가해볼 수 있어야 한다.
2. 그 디자인 목표 자체가 사람에 따라 또다른 수만갈래의 하위 컨셉으로 갈라지기 보다는, 공통된 대략적 방향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3. 너무 뻔한 것, 당연해서 이야기할 필요조차 없는 것은 가급적 넣지 않되, 디자이너가 작업 시 알아서 잘 반영되도록 챙긴다.
이렇게 여러방면을 고려해 설정된 디자인 목표는, 쉽게 흔들리지 않고 다음 iteration 전까지 디자인 작업에서 쓸데없는 back&forth를 줄여주는 주춧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잘 세우기 위해서는, 역시나 디자인 목표설정을 위한 회의를 주관하는 디자이너의 생각 정리와 계획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경우, 최근에 이놈의 몹쓸 Head of product가 자꾸 디자인 목표에 해당하는 내용을 리뷰 때마다 살살 붙여가는 중이라 ('그게 주가 아닌건 맞지만.. 그래도..'식이다) 디자인 목표도 조금씩 수정하며 동시에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어쩌면 이는 내가 애초에 project pitch를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다양한 방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업무 자체의 틀을 명확히 했듯이 초기에 그와의 대화에서 깜빡하고 그렇게 하지못한 것이 일부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걔나 나나, 둘 다 고칠점이 명확하지만 어쨌든 내 쪽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고 느낀다.
모쪼록, 똑똑하게 일해서 야근하는 디자이너가 줄어들길 바랄 뿐이다. 야근이 디자이너의 친구라는 건 헛소리일 뿐이니까.